이 곡의 작곡자는
원선오 빈첸시오 신부님(Vincenzo Donati,)으로
이탈리아 출신의 살레시오 수도회 사제입니다.
1962년 한국에 선교사로 도착하여
광주 살레시오 고등학교 성무감으로 재직하시다가
1982년 '이제 한국은 살 만하다'며 자신을 더 필요로 하는
선교지 아프리카로 떠나셨습니다.
그간 한국에서 닦은 기반을 바탕으로 여유있게 노후를 지내실 만도 한데,
그 노구를 이끌고 가장 낙후된 아프리카 오지로 훌훌 떠나가셨습니다.
원선오 신부님은 수도회 안에서,
그리고 당신에게서 가르침을 받았던 살레시오고등학교 졸업생들 사이에서
거의 전설적 인물로 정평이 나 계십니다.
그분께서 이 땅에 머무시던 20년 동안 우리에게 남겨주셨던 교육자,
살레시오 회원으로서의 모범은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들의 등불이 되고 있습니다.
아이들 구미에 맞는 생기 있고 발랄한 성가곡을 직접 작곡하셨고
또 작곡한 노래를 직접 아코디언으로 반주하시면서 가르쳐주시던 신부님 모습에
감명받지 않은 학생들은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신부님께서 살레시오고등학교 성무감으로 재직하실 때 일이었습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신부님께서
아침미사가 끝나기 무섭게 달려가는 곳이 있었는데,
그곳은 바로 학교 정문이었습니다.
신부님은 등교하는 아이들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부르며 인사를 건네셨습니다.
아이들은 신부님이 정문에 서 계시다가
먼저 인사를 건네는 것만 해도 황송한 일인데,
신부님께서 자신들 이름을 일일이 다 기억하시고 불러주시는데
감격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희망을 잃고 힘없이 엠마오로 걸어가던 제자들 사이로
예수님께서 슬며시 끼어드십니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길을 걸어가십니다.
그들과 함께 대화를 나누십니다.
그들이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차근차근히 가르쳐주십니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식탁에 앉아 빵을 나누십니다.
좌절과 실의에 빠진 그들에게 손을 내미십니다.
일으켜 세우십니다."
이렇게 함께 길을 걸어주신 스승의 모습,
철저하게 사제동행을 실천하신 예수님 모습에
엠마오로 가던 제자들은 깊은 감명을 받는 동시에 서서히 영적 눈을 뜨게 됩니다.
그리고 마침내 완전히 눈이 열려 그분이 누구신지를 알게 됩니다.
그제야 그들은 예수님의 참된 제자로 거듭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성경 묵상속에서 원선오신부님의 제자(성염 주 교황청한국대사)가
작사한 글에 리듬을 입혀 이 곡이 탄생하게 됩니다.
- 살레시오 수도회 양승국 신부님 글 중에서 -
엠마오로 가는 두 제자에게 나타나신 예수님(루카 24,13-35) |
원선오 신부 - 엠마우스
서산에 노을이 고우나 누리는 어둠에 잠겼사오니
우리와 함께 주여 드시어 이밤을 쉬어 가시옵소서.
주님의 길만을 재촉하시면 어느 세월에 또 뵈오리이까.
누추한 집이나 따스하오니 이밤을 쉬어 가시옵소서.
주님의 이집에 모셔들이면 기쁨에 겨워 가슴뛰오니
길에서의 얘기 마저하시며 이밤을 쉬어 가시옵소서.
우리와 한상에 자리하시어 주님의 빵을 떼시옵소서
가난한 인생들 소원이오니 이밤을 쉬어 가시옵소서 밤바람 차갑고 문풍지떠나 주님의 음성이 호롱불되고
주님의 손길은 따스하오니
이밤을 쉬어 가시옵소서
이밤을 쉬어 가시옵소서
렘브란트 - 엠마오에서 제자들에게 빵을 떼어 주시는 예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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