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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시회(URIS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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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시, 낭송시 스크랩 ‘우리詩’ 11월호와 단풍
홍해리洪海里 추천 0 조회 254 10.11.08 10:33 댓글 1
게시글 본문내용

 

 생명과 자연과 시를 가꾸는 ‘우리詩’ 11월호를 받았다. 언제부터인지 옆으로 인쇄되는 표지가 독특하다. 시집을 여는 ‘권두시론’으로는 남유정의 ‘너머를 꿈꾸는 시’, ‘이달의 우리詩’는 김후란 되는사과를 고르다’, 이수익 ‘잘 가라, 안녕’, 김경호 ‘천국통신’, 이상호 ‘고장 난 벽시계’, 장정애 ‘다시 유월’, 손영자 ‘한려수도’, 황학주 ‘카나리아라는 이름의’, 성선경 ‘소금 두 가마니’, 강희안 ‘말 물勿의 기원’, 김재석 ‘男子와 女子’, 김영호 ‘나무의 초상 1’, 서석화 ‘GAIN LOVE’, 이진엽 ‘사랑의 현鉉’, 송문헌 ‘하늘재’, 신현락 ‘시소’, 황원교 ‘체리나무 아래서’, 문정영 ‘네온테트라’ 외 각 1편씩을 실었다.


 ‘2000년대 등단 시인 신작 특집’으로는 박원혜 ‘엄지손톱’, 박춘석 ‘내가 지은 집편’, 권순자 ‘꽃꿈’, 권현수 ‘걸음마 걸음마’, 김종순 ‘아쿠아리스트Aquarist’, 신원철 ‘풍경’, 한수재 ‘남자와 잡상인’, 이남섭 ‘레테의 강’, 김경성 ‘쓸쓸한 생’, 신단향 ‘사물함을 지운다’, 최윤경 ‘하얗다는 것’, 이성웅 ‘영역 ’, 최재경 ‘잔대보지’, 이재부 ‘강으로 지는 노을’, 임미리 ‘그 방’ 황연진 ‘강변도로’, 나문석 ‘그예 가시려면’, 박명보 ‘가시연꽃’, 장수철 ‘고요의 숲에 오르다’, 류혜란 ‘양파의 사생활’, 이성혜 ‘푸른 사과’, 임서령 ‘콩의 부활’ 외 각 1편씩을 올렸다.


 ‘신작 소시집’으로는 캄보디아 기행시들인 임보의 ‘활공’외 5편과 자작 해설, ‘이 詩, 나는 이렇게 썼다’는 양승준 ‘슬픔 또는 깨달음의 과정’과 고성만 ‘길 잃은 날의 행복’, 김윤숭 ‘인문학의 위기 시대, 철학부재의 시대’, 박승출 ‘진실은 진실일까’를, ‘우리詩가 선정한 좋은 詩읽기(연재 43회)’로는 이대의의 추천으로 최명길 김사인 박해림 고성만 이용헌 방인자의 시를, ‘영미시 산책’으로 백정국의 소개로 조지 퍼킨스 모리스의 ‘나무꾼이여, 그 나무는 살려 주오’, ‘한시 읽기’는 진경환 ‘시를 논한 시’, ‘우리詩 월평’ 김현정 ‘그릇의 미학’을 실었다. 그 중 시 9편을 임의로 뽑아 단풍과 함께 싣는다.



 

♧ 새는 뒤로 날지 않는다 - 홍해리


새가 나는 것은 공간만이 아니다.

새는 시간 속을 앞으로 날아간다.

때로는 오르내리기도 하면서….

날개는 뒤로 가는 길을 알지 못한다.

신은 새에게,

뒤로 나는 법을 가르쳐 주지 않았다.



 

♧ 하늘재 - 송문헌

  --백두대간 제31구간-- 1                    


  이 나라 백의민족 맨 처음 고갯길이라 하네 남한강을 따라 한강하류까지 소통할 수 있는 길, 국운융성 소망으로 소백을 넘어 치달렸을 신라 아달라왕이 북진을 위해 개척했다는 재


  한강을 타고 중국으로 왕래할 수 있는 요충지, 고구려 신라 백제가 흥망성쇠를 걸고 각축했을 해발 520여m 문경 관음리 충주 미륵리를 잇는 군사들이 말을 타고 치달렸다던 그 고개


  신라 마지막 지존 경순왕의 아들 마의태자가 금강산으로 들어가기 전 이 고갯마루에서 신라의 하늘을 보고 이별을 고했다는 계립령에서 오늘은 대간 꾼이 포암산을 향해 길을 서두네


-------------

※ 계립령 : 하늘재의 또 다른 이름



 

♧ 캄보디아의 집 - 임보

   ---캄보디아 기행시


프놈펜에서 씨엠립을 향해

열대의 들판을 달린다


연도의 집들이 다

지상에 떠 있는 누각(樓閣)이다


땅을 받치고 선 맨 기둥들이

허공에 다락을 받들고 있다


지붕은 풀잎을 엮어 얹고

벽은 나뭇가지로 가렸다


사다리를 타고 오르내리는데

문은 항상 열려 있다


집 앞 둬 평의 연못엔 연꽃과 더불어

몇 마리의 오리도 함께 산다


주인은 야자를 따러 숲에 갔는지

집엔 사람의 기척이 없다



 

♧ 미카르디스 플러스 정(錠) - 양승준


한 그릇의 밥이 나를

보리(菩提)로 이끌 것이라 믿었던

어리석은 때가 있었다

오늘 아침,

이 한 알의 약물(藥物)이 나를

보리(菩提)로 이끌 것이라는

새로운 믿음으로

슬픈 공양을 받아들인다

아, 내가 나를

추스르지 못하는 것은

얼마나 역겨운 일인가



 

♧ 풍문 - 황연진


은행나무 한 그루 피어올랐다

밤새 이파리들의 발성을

들은 사람은 없다

더 소리 내지 못하고

목 쉬어버린 나무


무성영화에서처럼 잎들이 떨어져 내린다

살아서 말이 되지 못한 혀들이

땅바닥에 뒹군다


한 나무가 다 드러눕는

무거운 침묵이 완성된 후


뒤늦게 당도한 바람의 발목을 타고

느닷없이 떠오르는

파다한 소문


바람도 당황하는 눈치다

한 그루 나무의 기억,

그 난무하는 단말마들을 어루만진다



 

♧ 물까마귀의 겨울살이 - 최명길


벼락바위를 휘돌아드는 물길은 급하다.

물까마귀가 올해에도 그곳에서 겨울을 난다.

아주 급한 물살,


얼음조차 겁이나 비켜서는 물길 속에서

살기 위해 곤두 박혀 몸부림치는 물새여

물은 토왕성 낭떠러지를 뛰어내려서인지

겨울이면 더 새파래진다.

흥분을 감추지 못한 채

새파래져서 엄동 동장군조차 맥을 못 쓰게 한다.

그렇지, 그건 쩍 벌어지려다 입을 다문

이 바위 때문일 거야


하늘이 심심해 잠시 기웃거려 본 곳

갈라진 틈서리에 손을 세워 넣었다 얼른 뺀다.

손끝으로 아직 뜨거운 불기운이 스친다.

지상의 힘으로는 도저히 감당해 낼 수 없는

단 한 번의 불힘이 바위를 내리쳤겠지


이름 별나 설악산 이정표로 삼기도 하지만

그 아래로는 물이 홀연히 꺾이면서 만들어놓은

맑고 가물한 道川潭도천담


물까마귀들의 식사거리가 파들대는 물 안

나는 돌난간을 붙들었다 얼른 놓고

까만 날갯짓에 놀치는 깊이를 헤아린다.



 

♧ 조용한 일 - 김사인  


이도 저도 마땅치 않은 저녁

철 이른 낙엽 하나 슬며시 내린다.


그냥 있어 볼 길밖에 없는 내 곁에

저도 말없이 그냥 있는다.


고맙다.

실은 이런 것이 고마운 것이다.



 

♧ 11월, 애인에게 - 고성만


11월은 쓸쓸한 달, 흰 항아리 같은 달이 뜨고 잎 진 나무들 사이

배고픈 유령들이 우는 밤


잠은 오지 않고 보고 또 보고 싶어지는 애인아


눈부시게 휘날리는 머리칼로 만나자 훨훨 벗어버릴수록 단단해지는 피부로


북서쪽에서 확장하는 저기압 가장자리에 들어


"왜 이리 춥지?" 속삭이면서 어깨 위에 얹은 손을 내려 두툼한 스웨터

안으로 집어 넣으려하면 모르는 척 슬쩍 빠져나가는 애인아


볶은 원두커피 혹은 흑설탕에 재어놓은 과실처럼


저절로 향긋해 지는 시간


걱정하지 말자 날마다 실업자가 늘어나고 지구 온난화가 진행되고

연인들은 헤어지리니 텅 빈 이 세상, 네가 없어도 나는


빨간 스토브 켜진 카페에서 일찍 저문 거리의 불빛처럼 설렌다.



 

♧ 직립으로 눕다 - 김경성


빗방울에 눌려 떨어져도 고요하다

소리 지르지 아니한다

입술 같은 꽃잎, 조금이라도 넓게 펴서

햇빛 녹신하게 빨아들여

몰약 같은 향기 절정일 때

바람에 날린다 해도 서럽지 않다

직립의 시간 허물어뜨리고

낮은 곳으로 내려와 눕는다

목단꽃 떨어져도 넓은 꽃잎 접지 않는다

꽃대에서 그대로 시들어

한 번도 날아보지 못한 꽃이어도 먼 곳까지 날았던

그림자의 기억이 있다

향기 환장하게 번져나는 꽃나무 아래 서서

꽃물 배이도록 젖어들다가

아, 나도 한 장의 꽃잎이 되어

네 꽃잎 위에 눕는다

포개어진 꽃잎 위로 스쳐가는

바람 부드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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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0.11.09 09:26

    첫댓글 차근차근 읽어 본다고 했었는데도 ... 올려주신 글에서 새로움이 있네요....
    감사히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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