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공지영의 작품 중에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장편소설이 있다.
착
한 여자에 대한 환상, 능력 있는 여자 혹은 똑똑한 여자에 대한 편견, 그리고 이율배반적인 두 가치를 동시에 요구받고 있는
여성들의 혼란과 고통을 그린 소설이라 한다. 나중에 영화와 드라마로도 만들어졌다지만 난 유감스럽게도 책도 읽지 못 했고, 영화도
드라마도 보지 못 했다.
내
가 아는 것은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석가모니 부처님을 역사적 인물로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경이며 가장 먼저 이루어진
불경이라는 <수타니파타(Suttanipata)>에 나오는 게송(揭頌)이라는 것뿐이다. 게송은 불교적 교리를 담은
한시의 한 형태로 수타니파타엔 5장 70경에 모두 1149수나 되는 시가 담겨있다고 한다.
그중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뱀이 묵은 허물을 벗어버리듯 구도자는 그 어떤 것에도 얽매이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사품(蛇品)장 제3경에 나온다.
'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말뜻은 부처님이 열반하시기 직전에 남긴 유훈인 ‘제행(諸行)이 무상(無常)하니, 방일(放逸)하지
말고 정진(精進)하라'와 맥을 같이 하는 것이라고 한다. 모든 것이 덧없는 것이니 마음을 다잡지 못한 채 허둥대지 말고 주어진
여건 하에서 최선을 다하라는 가르침일 것이다.
'무소'는 물소가 아니라 '코뿔소'의 다른 이름이다. 아프리카에 사는 검은 코뿔소와 흰 코뿔소는 뿔이 두 개이며, 아시아에서 사는 3종의 코뿔소 중 인도 코뿔소는 뿔이 하나라니 아마도 이 코뿔소를 두고 떠올린 시가 아닐까 싶다.
독
신 수행자들을 위해 모든 집착을 버리고 정진하라는 뜻으로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구절을 반복하고 있는 이 게송을
읽어보려고 찾았더니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해석도 가지가지고 심지어 어떤 내용은 들어있는 것도 있고 없는 것도 있다. 그 중에서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 내 나름대로 재정리해 이곳에 옮겨 본다. 이따금 열어보려고 한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모든 살아 있는 것들에게 폭력을 쓰지 말고, 살아 있는 그 어느 것도 괴롭히지 말며, 자녀를 소유하려 들지도 말라. 하물며 친구이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서로 사귄 사람에게는 사랑과 그리움이 생긴다. 사랑과 그리움에는 괴로움이 따르는 법. 연정에서 근심 걱정이 생기는 줄 알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숲속에서 묶여 있지 않은 사슴이 먹이를 찾아 여기저기 다니듯이 지혜로운 이는 독립과 자유를 찾아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욕망은 실로 그 빛깔이 곱고 감미로우며 우리를 즐겁게 하지만 더러는 여러 형태로 우리 마음을 산산이 흩뜨려 놓기도 한다. 욕망에 얽매이지 말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서로 다투는 철학적 견해를 초월하고 깨달음에 이르는 길에 도달하여 도를 얻은 사람은 더 이상 남의 도움을 받을 생각하지 말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탐내지 말고, 속이지 말며, 갈망하지 말고, 남의 덕을 가리지도 말고, 혼탁과 미혹을 버리고 세상의 온갖 집착에서 벗어나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세상의 유희나 오락 혹은 쾌락에 젖지 말고 관심도 가지지 말라. 꾸밈없이 진실을 말하면서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물속의 고기가 그물을 찢듯이 한번 불타버린 곳에는 다시 불이 붙지 않듯이 모든 번뇌의 매듭을 끊어버리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마음속의 다섯 가지 덮개를 벗기고 온갖 번뇌를 제거하여 의지하지 않으며 애욕의 허물을 끊어버리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최고의 목적에 도달하기 위해 정진하고 마음의 안일을 물리치고 수행에 게으르지 말 것이며 용맹정진하여 몸의 힘과 지혜의 힘을 갖추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집착을 없애는 일에 게을리 하지 말고, 벙어리도 되지 말라. 학문을 닦고 마음을 안정시켜 이치를 분명히 알아내고 자제하고 노력해서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백수의 왕인 사자가 다른 짐승을 제압하듯이 궁벽한 곳에 거처를 마련하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자비와 고요와 동정과 해탈과 기쁨을 적당한 때에 따라 익히고 모든 세상을 저버림 없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탐욕과 혐오와 헤맴을 버리고 속박을 끊어 목숨을 잃어도 두려워하지 말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와 같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과 같이, 흙탕물에 더럽히지 않는 연꽃과 같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첫댓글 물속의 고기가 그물을 찢듯이
한번 불타버린 곳에는 다시 불이 붙지 않듯이
모든 번뇌의 매듭을 끊어버리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귀한 내용 가슴에 담아갑니다
즐거운 일요일되세요 청숙님^^
무소의뿔처럼 혼자가라는 의미도 모르는 모습이 글을 올려 죄송할뿐입니다
아주 멋진 리플 을보고 역시 글을 쓰시는분은 틀리구나 하는 생각이듭니다
인도의여성들이 이마에 검은 점을 그리는 것은 부처를 닮으려는 뜻에 대해 잘알앗습니다
지구끝까지 여행하는 드한 기분이군요.
오늘이 제일 더웠씁니다
아쯔갓따데수.교우와.
스스로 껍질을 만들지 못하는 사람은 깰 껍질이 없고,
스스로 갇힐 줄 모르는 사람은 자유인이 되기 어렵지요.
누구에게 의지 하지도 말고
누구에게 간섭 받지도 말고
스스로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앞만 바라보며
씩씩하고 용감하게 걸어가는 수행자.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2.07.31 2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