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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년독서(十年讀書)
십년의 공부(독서)라는 뜻으로, 오직 공부에만 몰두하는 상징적인 시간을 말한다.
十 : 열 십(十/0)
年 : 해 년(干/3)
讀 : 읽을 독(言/15)
書 : 글 서(曰/6)
출전 : 송서(宋書) 卷74
송나라 때 심유지(沈攸之)가 만년에 독서에 빠져 손에서 책을 놓은 적이 없었다. 그가 늘 입에 달고 했다는 말이 있다. "진작에 궁달(窮達)에 정한 운명이 있음을 알아 십년독서를 못한 것이 안타깝다."
攸之晚好讀書, 手不釋卷, 史漢事多所諳憶, 常歎曰 : 早知窮達有命, 恨不十年讀書. (宋書/卷74)
젊어 십년독서를 했더라면 인생을 안타깝게 허비하지는 않았으리란 말이다. 산전수전 다 겪고 세상풍파 다 건너면서도 늘 길을 몰라 우왕좌왕 했었다. 그러다 나이 들어 독서에 몰입하고 나니, 몰라 헤매던 길이 그 속에 다 있더라는 얘기다. 이걸 왜 더 일찍 몰랐을꼬.
열하일기(熱河日記) 옥갑야화(玉匣夜話) 허생전(許生傳)
허생(許生)은 묵적골에 살고 있었다. 줄곧 남산(南山) 밑에 닿으면 우물터 위에 해묵은 은행나무가 서 있고, 사립문이 그 나무를 향하여 열려 있으며, 초옥 두어 칸이 비바람을 가리지 못한 채 서 있었다.
許生居墨積洞. 直抵南山下, 井上有古杏樹, 柴扉向樹而開, 草屋數間, 不蔽風雨.
그러나 허생은 글 읽기만 좋아하였고, 그의 아내가 남의 바느질품을 팔아 겨우 입에 풀칠하는 셈이다.
然許生好讀書, 妻爲人縫刺以糊口.
하루는 그 아내가 몹시 주려서 훌쩍훌쩍 울며 하는 말이, "당신은 한 평생에 과거(科擧)도 보지 않사오니 이럴진대 글은 읽어서 무엇하시려오." 하였다.
一日妻甚饑, 泣曰 : 子平生不赴擧, 讀書何爲.
허생은, "난 아직 글 읽기에 세련되지 못한가 보오." 하고 껄껄대곤 했다.
許生笑曰 : 吾讀書未熟.
아내는, "그러면 공장이 노릇도 못하신단 말예요." 하였다.
妻曰 : 不有工乎.
허생은, "공장이 일이란 애초부터 배우지 못했으니까 어떻게 할 수 있겠소." 하니,
生曰 : 工未素學奈何.
아내는, "그럼, 장사치 노릇이라도 하셔야죠." 한다.
妻曰 : 不有商乎.
허생은, "장사치 노릇인들 밑천이 없고서야 어떻게 할 수 있겠소." 하였다.
生曰 : 商無本錢奈何.
그제야 아내는 곧, "당신은 밤낮으로 글 읽었다는 것이 겨우 어찌할 수 있겠소 하는 것만 배웠소그려. 그래 공장이 노릇도 하기 싫고, 장사치 노릇도 하기 싫다면, 도둑질이라도 해보는 게 어떻소." 하고는 몹시 흥분하는 어조로 대꾸했다.
其妻恚且罵曰 : 晝夜讀書, 只學奈何, 不工不商, 何不盜賊.
이에 허생은 할 수 없이 책장을 덮어 치우고 일어서면서, "아아, 애석하구나. 내 애초 글을 읽을 제 십년을 채우렸더니 이제 겨우 7년밖에 되지 않는군."
許生掩卷起曰 : 惜乎! 吾讀書本期十年, 今七年矣.
(燕巖集/卷之14 別集 玉匣夜話)
그는 뭐가 애석했을까? 그 10년이란 연한만은 길게 여운이 남는다. 십년독서(十年讀書)는 옛 선비들의 꿈이다. 눈앞에 만권의 책을 쌓아놓고 한 10년 책만 읽으면 세상 보는 안목이 훤히 열린다고 믿었다.
십년의 시간은 물리적으로 정한 시간이기 보다, 이불리(利不利)를 따지지 않은 채 조급한 마음을 내려놓고 몰두하는 상징적 시간이다.
이걸 배워 어디 써먹고 저걸 익혀 돈 벌 궁리 하지 않는 오직 독서를 위한 독서의 시간이다. 그 무목적의 온축 속에서 세상을 보는 안목이 터진다.
정범조(丁範祖)는 신석상(申奭相)이 독서에 뜻을 세우면서, "내가 책을 읽지 않는다면 무엇으로 그분을 만나보겠는가" 라고 했다는 말을 듣고 써준 편지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대가 진실로 3년간 독서하면 반드시 천 사람의 위가 될 것이요, 5년간 독서하면 만 사람의 위가 될 것이다. 10년간 독서하면 반드시 더 높은 사람이 없게 되리라. 독서의 이로움이 이와 같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그다지 급하지 않은 명성만 다급하게 여긴다.
⏹ 독서종자 (讀書種子), 문학사에 빛나는 독서법
◼ 그 하루밤, 그 책 한 권, 그 한 줄로 혁명이 가능해질지도 모른다.
(니체)
◼ 독서란?
모든 고뇌를 잊고, 가난도 두렵지 않게 되고, 죽음에 대한 공포도 느끼지 않게 되고 말일세. 그들의 세계에 전신전령으로 들어가 있기 때문이겠지.
(마키아벨리)
◼ 풍량건(풍도의 아버지, 서당훈장)
너는 총명하고 지혜롭지만 책을 더 많이 읽어야 한다. 독서는 너를 더욱 지혜롭게 만들어 하늘 밖에 하늘이 있다는 것을 알게 해줄 것이다. 이제 자신을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젊은 혈기를 내려놓고 점차 예리함을 드러내지 않는 경지로 나아가야 한다. 만일 위징의 말을 계속 마음에 새길 수 있다면 앞으로 네가 정말 벼슬 한자리라도 얻어 관료들과 섞여 산다고 해도 나는 마음을 놓을 것이다.
1. 정약용(丁若鏞)
절대로 과거시험을 보지 못함으로 기죽지 말고 마음으로 경전 공부에 힘을 쏟아 독서종자가 끊어지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2. 정조(正祖) 일득록(日得錄)
근래 뼈대 있고 훌륭한 집안에 독서종자가 있단 말을 못 들었다. 이러니 명예와 검속이 날로 천해지고, 세상의 도리가 날로 무너져, 의리를 우습게 알고 권세와 이익만을 좋아한다.
近日故家華閥, 未聞有讀書種子, 於是乎名檢日賤而世道日壞, 弁髦義理, 芻豢勢利.
3. 문곡(文谷) 김수항(金壽恒)
옛사람은 독서하는 종자(種子)가 끊어지게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너희는 자식들을 부지런히 가르쳐서 끝내 충효와 문헌의 전함을 잃지 않아야 할 것이다.
古人云不可使讀書種子斷絶, 汝輩果能勤誨諸兒, 終不失忠孝文獻之傳.
4. 철학자 베이컨
독서는 완전한(full) 사람을, 토론은 준비된(ready) 사람을, 쓰기는 정밀한(exact) 사람을 만든다.
5. 송나라 심유지(沈攸之)
만년에 독서에 빠져 손에서 책을 놓은 적이 없었던 심유지가 늘 입에 달고 했다는 말이다. "진작에 궁달(窮達)에 정한 운명이 있음을 알아 십년독서를 못한 것이 안타깝다(早知窮達有命, 恨不十年讀書)." 젊어 십년독서를 했더라면 인생을 안타깝게 허비하지는 않았으리란 말이다.
쉬터리(徐特立)
쉬터리는 꽃과 책을 좋아했다. 청년 교사시절 '십 년 독서 파산 계획'을 세웠다. 매년 받는 봉급 중 생활비를 뺀 나머지는 책을 구입했다. "꽃과 책처럼 아름다운 것도 없다. 꽃 구경하는 사람과 책 보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세상이 뭔지 깨우치려면 독서를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꽃 구경은 돈이 안 들지만 책에는 돈이 많이 든다"며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전답도 처분했다. 1897년, 23살 때였다.
돈이 생기자 고가의 책들을 닥치는 대로 구입했다. 값도 깎지 않았다. 남이 주는 책은 사양했다. "책은 제 돈 주고 사야 보게 된다."
파산계획은 10년을 채우지 못했다. 8년 만에 무일푼이 됐다. 8년 독서는 의외의 결과를 초래했다. 명문학교에서 초빙이 잇달았다. 가족들 끼니 걱정은 잠시였다.
쉬터리의 독서는 효과를 중요시했다.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세상 이치가 뭔지 모르는, 허황된 사람들이다. 무슨 일이건 결과가 있어야 한다."
제자들에게 방법도 제시했다. "책은 사람과 비슷하다. 세상에 꼭 필요한 사람과 없어야 될 사람은 극소수다. 있어도 그만이고, 없어도 그만인 사람이 대부분이다. 대화 나누다 보면 즐거움보다 재미만 있는 사람이 많은 것처럼, 책도 흥미만 유발시키는 책이 더 많다. 아무리 좋은 책이라도 건성으로 읽는 것은 시간 낭비다. 그냥 열 권 읽느니, 그 시간에 한 권 정독하는 편이 낫다."
독서를 많이 한 쉬터리는 인간사 별게 아니라는 것을 진작 깨달았다. 매사에 침착하고 젊은이들에게 관대했다. 혁명시절이다 보니 평소라면 해서는 안될 일을 부득이 하게 할 때도 야비하지 않고 품위가 있었다. 독서 덕이었다.
6. 송나라 시인 황정견(黃庭堅)
중국 북송의 시인, 서가. 송 4대가의 한사람. 자는 노직(魯直), 호는 산곡(山谷), 부옹(涪翁). 장시성 홍주분령(洪州分零)사람이다. "사대부가 사흘을 독서하지 않으면 스스로 깨달은 말에 맛이 없고, 거울 속의 자기 얼굴에 대해도 가증스럽게 보인다."
황정견(黃庭堅)은 독서의 목적으로 인정할 만한 것은 '인간의 용모에 매력을 더하고 그 담화에 풍미를 주는 것 밖에 없다'는 것이다.
7. 임어당(林語堂) '생활의 발견'
사숙할 만한 스승을 찾아내는 일은, 남에게 의지하지 말고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소동파는 장자나 도연명의 화신이라 일컬어지고 원중랑은 소동파가 환생한 모습이라 일컬어진다.
조지 엘리어트는 처음으로 루소를 읽었을 때의 감격을 감전에 비유했고 니체가 쇼펜하우어를 읽었을 때도 그러했다고 한다.
8. 진계유(陳繼儒)
진정한 대가는 역사 책을 읽을 때 오자에 개의치 않는다. 그것은 뛰어난 산악인이 등산 할 때 험한 길을 개의치 않고 설경을 구경하는 사람이 썩은 교량을 무릅쓰며
꽃을 감상하는 사람이 탁주로 만족함과 같은 것이다.
9. 소창청기(小窓淸記) 황태사
사대부가 사흘 동안 책을 읽지 않으면 의리가 가슴속에 들어오지 않는다네.
그렇게 되면 자기의 몰골이 가증스럽고 언어가 무미함을 깨닫게 되지.
남이 독서하는 소리를 들을 때는 그렇게 기쁘지 않지만 자기 자제의 독서하는 소리를 들을 때는 기쁘기가 이루 말할 수 없네.
사람은 그때까지 읽은 책이다는 말이 있다.
10. 스페인 작가
우리는 모두 감옥생활을 하고 있다. 우리의 눈과 귀가 보고 들을 수 있는 세계는 지극히 좁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감옥에 하나의 창이 나 있다. 놀랍게도 이 창은 모든 세계와 만나게 해준다. 바로 책이라는 이름의 창이다.
11. 암서유사(岩栖幽事)
천하의 일이란 이해가 반반씩인데, 전적으로 이익만 있고 조그만 해도 없는 것은 오직 책뿐이다.
12. 장락도사 풍도(馮道)
너는 총명하고 지혜롭지만 책을 더 많이 읽어야 한다. 독서는 너를 더욱 지혜롭게 만들어 하늘 밖에 하늘이 있다는 것을 알게 해줄 것이다. 이제 자신을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젊은 혈기를 내려놓고 점차 예리함을 드러내지 않는 경지로 나아가야 한다.
13. 근사록집해(近思錄集解)
讀書少, 則無由考敎得義精.
책을 적게 읽으면, 의리의 정미한 부분을 자세히 고찰할 방법이 없다.
蓄書以維持此心, 一時放下, 則一時德性有懈.
왜냐하면 책으로 이 마음을 유지 시키는데, 잠시라도 책을 놓으면, 잠시 동안의 덕성이 게을러 지기 때문이다.
讀書則此心常住, 不讀書則看義理不見.
책을 읽으면 이 마음이 항상 머무르고, 책을 읽지 않으면 의리를 보아도 이해하지 못한다.
14. 이평심(李平心) 오근독서법(五勤讀書法)
勤閱讀, 勤摘錄, 勤記心得, 勤分類, 勤編寫.
부지런히 읽고, 부지런히 초록해 베껴 쓰며, 부지런히 외우고, 부지런히 분류해서, 부지런히 편집해 정리해두는 것이다.
15. 증국번(曾國藩)
사람의 본성은 천부적인 것이기에 고치기 어렵다. 오직 독서로 기질을 변화시킬 수 있다. 공부에 푹 젖어들어, 자신에게 간절하게 체험하고 관찰하라(주자). 자손이 큰 관리를 하는 것을 바라지 않고, 글을 읽고 밝은 군자가 됐었으면 좋겠다.
그는 자녀들이 글을 읽을 나이가 되자 매일 반드시 4가지를 행하도록 했다.
간(책 읽기), 독(글 읽기), 사(글씨 쓰기), 작(시 짓기)이 그것이다. '간'과 '독'은 5쪽 이상, '사'는 100자 이상, '작'은 매 3일과 8일마다 한 편씩이었다.
날마다 유의하여 오로지 '후(厚; 두터움)'와 '중(重; 무게 있음)' 두 가지부터 힘을 쓰도록 해라. 사람의 본성은 천부적인 것이기에 본성은 고치기 어렵다. 오직 독서로 기질을 변화시킬 수 있다.
옛날 관상술에 정통한 사람들이, "독서하면 그 사람의 골상(骨相)까지 변화시킬 수 있다. 골상을 변화시키는 방법을 구하고자 하면, 모름지기 먼저 굳세게 우뚝한 뜻을 세우라" 라고 말했단다.
너는 모름지기 후(厚; 두터움)'와 '중(重; 무게 있음)' 두가지에 뜻을 두고서 너의 기질을 변화시키려고 노력하기 바란다. "금단(金丹; 옛날 도사들이 금과 단사로 제련해 만든 선약, 장생불사약으로 통함)이 사람의 골격을 바꾼다"는 옛날 말이 대개 있는데, 나는 "뜻을 세우는 것이 곧 금단이다" 라고 말하겠다.
(증국번, 청나라 재상)
16. 마키아벨리가 베트리에게 보낸 편지, '여곤 신음', 그리고 '규슈시인, 이청조'에 나타난 책 읽는 즐거움을 표현한 명문장.
여곤 신음어, "공자나 맹자나 안자나 자사와 같은 분들과는 우리들이 평생동안 어찌 일찍이 한 번이나 접했겠는가? 다만 지금 그들의 저서를 읽고 그 분들의 행동을 마음속으로 납득하는 사이에 마치 아침 저녁으로 함께 방에 앉아 대화를 하는 것과 같고 마치 집안에서 아버지와 아들이 서로 의지하는 것과 같기도 하다. 왜냐하면 마음이 사귀고 정신이 맺어져서 천년의 세월도 한 시간이고 만 리의 거리도 한 몸체이기 때문이다. 오래되면 저와 나도 또 없는데 무엇이 떠나고 무엇이 합하며 무엇이 친하고 무엇이 성기겠는가?"
마키아벨리 편지, "밤이 되면 집에 돌아가서 서재에 들어가는데, 들어가기 전에 흙 같은 것으로 더러워진 평생 복을 벗고 관복으로 갈아입네. 예절을 갖춘 복장으로 몸을 정제한 다음, 옛 사람들이 있는 옛 궁전으로 입궐하지. 그곳에서 나는 그들의 친절한 영접을 받고, 그 음식물, 나만을 위한, 그것을 위해서 나의 삶을 점지 받은 음식물을 먹는다네. 그곳에서 나는 부끄러움 없이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그들의 행위에 대한 이유를 물어보곤 하지. 그들도 인간다움을 그대로 드러내주고 대답해준다네. 그렇게 보내는 네 시간 동안 나는 전혀 지루함을 느끼지 않네. 모든 고뇌를 잊고, 가난도 두렵지 않게 되고, 죽음에 대한 공포도 느끼지 않게 되고 말일세. 그들의 세계에 전신전령으로 들어가 있기 때문이겠지."
책을 읽는 즐거움을 가장 아름답게 쓴 글을 나는 중국에서 으뜸가는 규수시인 이청조(李淸照)의 자서전속에서 찾아내었다. '금석록발문'으로서 알려져 있는 청조 여사의 자서전의 한 구절에 다음과 같은 글이 있다.
나는 기억력이 좋은 편이다. 저녁식사를 끝낸 뒤면 우리들은 조용히 귀래당에 앉아서 차를 끓여놓고 선반 위에 수북히 쌓여 있는 책들을 가리키면서 어떤 구절의 어느 책의 몇권의 몇 면의 몇항째 있는가를 알아맞히곤 했었다.
알아 맞히면 먼저 차를 마실 수 있는 것이다. 잘 맞히면 찻잔을 높이 쳐들고 크게 소리내어 웃는다. 너무 흥이 도도해진 나머지 차가 옷 위에 쏟아져서 마시지 못하게 된 일도 여러 번 있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우리들은 만족을 찾고 살면서 나이를 먹어간 것이었다.
비록 가난과 슬픔이 따르긴 했지만, 우리는 머리를 높이 쳐들고 생활해 나갔던 것이다. (...)
그러는 동안 수집품이 점점 많아져서 책이며 미술품이 책상위에도 수북히 쌓이게 되었다. 우리들 부부는 그것을 눈과 마음으로 즐기면서 장차 이렇게 하리라 하고 자주 이야기를 주고 받곤 했다. 그것은 개나 말을 기르거나 음악을 즐기는 도락보다 훨씬 즐거운 것이었다.
마키아벨리가 친구 베트리에게 보낸 편지중에 그 유명한 마키아벨리의 독서를 통한 역사여행의 즐거움을 표현하는 장면이 나온다.
친구 베트리에게..
내가 나를 보아도 나는 털털하기가 그지없다. 아무데나 털썩 주저앉기 일쑤고, 아무 격식도 갖추지 않고서 사람들을 만나고, 그게 생활이 되어서 품성으로 굳어지다가 보니 일부러 바꿀 수도 없지만 바꿀 생각도 없다. 그렇게 털털하고 격식도 차리지 않는 내가 그래도 견지하고 사는 가장 중요한 한 가지가 있다.
그것은 책을 읽거나 글을 쓸 때 내 주변을 머리카락 한 올도 없이 청소하고 난 후에 책상에 앉아 글을 쓰고 읽는 것이다.
나답지 않는 행동이지만, 그게 오랜 동안 나의 습관으로 굳어져 그렇게 하지 않으면 정신이 산란해서 한 페이지의 글도 읽지 못하고 한 줄의 글도 쓸 수가 없다.
오로지 책만 읽고 책을 쓰고자 살아온 세월, 그 세월이 나를 그렇게 만든 것인데,
시대를 뛰어넘어 사람들은 저마다의 특성과 품성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을 알 수가 있다.
여기서 나는 해가 뜨면 일어나 숲으로 가네. 그곳에서 나무를 벌채시키고 있기 때문이지. 숲에는 두어 시간 머물러 있네. 그때까지의 작업을 다시 검토하기도 하고, 일꾼들과 어울리곤 하면서 말일세. 이 친구들 손도 잘 다치고., 툭하면 저희들 끼지 싸우고, 이웃마을 사람들과도 곧잘 다투곤 해서 도무지 사고가 그치지 않는 인간들이거든. (...)
숲에서 나오면 옹달샘으로 가지, 그 샘가에 가서야 비로소 나는 내 지산의 시간을 갖게 된다네. 보통 책 한권을 들고 가는데, 단테나 페트라르카나, 아니면 더 마음 편한 티불루스나 오비디우스 같은 시인들의 작품이지, 그리고 거기에 읊어져 있는 정열적인 연애라든가 시인 자신의 사랑을 읽고. 내 자신의 극서들을 떠올리면서 잠시 그런 생각을 만끽하며 보낸다네.
그런 다음 한길로 돌아서 선술집으로 가네. 거기서는 나그네들과 이야기를 나누지, 그들 나라의 새로운 사건에 관해서 물어보기도 하고 그들의 읍으로 전해지는 정보에 귀를 기울이곤 하면서 말일세. 그러면 사람들의 취향의 차이랄지, 생각의 차이 같은 것을 알 수가 있다네.
그렁저렁 하다가 식사 시간이 되면 집에 가서 가족들과 식탁에 둘러 앉아, 이 가난한 산장과 보잘 것 없는 재신이 허용해주는 식사를 들지, 식사가 끝나면 다시 선술집으로 돌아가네.
이 시간의 선술집 단골들은 푸줏간 주인과 밀가루 장수와 두 사람의 벽돌공인데, 이 친구들과 나는 그날이 끝날 때까지 크리커나 트륵 트랙 놀이를 하면서 불한당이 되어 보낸다네.
카드와 주사위가 난무하는 동안 무수한 다툼이 벌어지고, 욕설과 폭언이 터져 나오고, 생각할 수 있는 별별 짓궂은 짓은 다 자행되지. 거의 매번 돈을 걸기 때문에 우리가 질러대는 야만스런 목소리라 산카시아노 마을에까지 들릴 정도라네.
이렇게 해서 나는 나의 뇌에 눌러 붙은 곰팡이를 긁어내고, 나를 향한 운명의 장난에 분노를 터트리는 것일세. 이처럼 내 자신을 짓밟는 것은, 운명의 신이 나를 괴롭히는 것을 아직도 부끄러워 하지 않고 있는지 시험하기 위해서라네.
밤이 되면 집에 돌아가서 서재에 들어가는데, 들어가기 전에 흙 같은 것으로 더러워진 평생 복을 벗고 관복으로 갈아입네. 예절을 갖춘 복장으로 몸을 정제한 다음, 옛 사람들이 있는 옛 궁전으로 입궐하지.
그곳에서 나는 그들의 친절한 영접을 받고, 그 음식물, 나만을 위한, 그것을 위해서 나의 삶을 점지 받은 음식물을 먹는다네. 그곳에서 나는 부끄러움 없이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그들의 행위에 대한 이유를 물어보곤 하지. 그들도 인간다움을 그대로 드러내주고 대답해준다네.
그렇게 보내는 네 시간 동안 나는 전혀 지루함을 느끼지 않네. 모든 고뇌를 잊고, 가난도 두렵지 않게 되고, 죽음에 대한 공포도 느끼지 않게 되고 말일세. 그들의 세계에 전신전령으로 들어가 있기 때문이겠지.
단테의 시 구절은 아니지만, 들은 것도 생각하고 종합하여 정리하지 않는 한, 과학이 되지 않는 것이니, 나는 그들과의 대화를 <군주론>이라는 제목의 소논문으로 정리해보기로 했네. 거기서 나는 가능한 데까지 이 주제를 추구하고 분석해 볼 참이네.
군주국이란 무엇인가? 어떤 종류가 있는가? 어떻게 하면 획득할 수 있는가? 어떻게 하면 보존할 수 있는가? 왜 상실하는가?
만일 지금까지 내 공상의 소산이 무엇 하나 마음에 들지 않았더라도, 이것만은 마음에 안 들 턱이 없으리라고 생각하네. 그리고 군주들에게는 특히 신흥 군주들에게는 받아들여질 것임에 틀림없을 줄 알고 있네.
이 편지는 1513년 12월 1일 로마교황청에 있는 피렌체 대사로 파견되어 있던 친구 프란체스코 베트리에에게 마키아벨리가 보낸 편지다. 이 편지는 오늘날까지도 이탈리아 문학사상 가장 아름다운 편지 중 한 편으로 알려져 있다.
마키아벨리의 일상을 더도 덜도 아니게 자연스럽게 엿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가장 정갈한 마음으로 하는 독서법을 통해 시공을 뛰어넘는 옛 성인들과 의 대화법을 알기 쉽게 풀이하고 있다.
17. 한류(韓柳, 韓退之)
당나라 시인 한유 768~824년, 당송팔대가의 한 사람으로 산문으로 유명하다.
부독서성남(符讀書城南) : 아들 부가 장안성 남쪽에서 독서함에 부침
나무가 둥글게 혹은 모나게 깎이는 것은/ 단지 목수의 손에 달려 있고/ 사람이 사람답게 되는 것은/ 뱃속에 글이 얼마나 들어 있느냐에 달려 있다.
열심히 공부하면 글을 자기 것으로 할 수 있지만/ 게으름을 피우면 뱃속이 텅 비게 된다/ 배움의 이치란/ 태어났을 때엔 누구나 현명함과 어리석음이 같지만/ 배우지 못했기 때문에 그 들어가는 문이 달라지는 것이다.
두 집안에서 아들을 낳았다 해보자/ 둘 다 어린 시절에는 별 차이가 없고/ 조금 자라서 같이 모여 놀 때에는/ 무리지어 헤엄치는 물고기와 다름이 없다.
그러나 나이가 열두서넛이 되면 서로 능력을 나타내는 점이 달라지고/ 스무 살경이 되면 그 차이가 점점 더 벌어져/ 맑은 냇물과 더러운 도랑을 비교하는 것처럼 차이가 난다/ 그 후 서른 살, 골격이 굵어질 나이가 되면/ 하나는 용이 되고 하나는 돼지가 된다.
신마와 비황은 높이 뛰어 내달릴 뿐/ 두꺼비 따위는 돌아보지도 않는다/ 결국 한 사람은 말의 고삐 잡는 시종이 되어/ 채찍 맞은 등에서는 구더기가 끓게 되고/ 다른 한 사람은 삼공 재상의 고귀한 사람이 되어/ 대저택의 깊은 곳에서 의기양양하게 지내게 된다.
여기서 묻는다. 무슨 까닭으로 이렇게 되었는가/ 그것은 바로 배우고 배우지 않은 차이다/ 금이나 옥이 귀한 보배라고들 하지만/ 너무나 쉽게 쓰게 되고 깊이 간직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학문은 몸에 간직하는 것이다/ 그 몸만 있으면 아무리 써도 남음이 있다.
군자가 되고 소인이 되는 것은/ 그 부모와 관계있는 것이 아니다/ 보아라/ 삼공의 후예들이 헐벗고 굶주리면서/ 몸을 실을 당나귀 한 마리 없이 문밖에 나서는 것을.
문장은 귀한 것이다/ 경서가 가르치는 것이 곧 전답과 다름이 없다/ 길바닥에 고인 물은 근원이 따로 없다/ 아침엔 구덩이에 가득 찼다가도/ 저녁이면 말라 없어지는 것이다/ 사람으로 태어나 고금에 통하지 않으면/ 말과 소가 사람의 옷을 입은 것이나 다름없다/ 자신이 불의에 빠진 상태에서/ 어떻게 명예를 바라겠는가/ 지금 계절은 오랜 장맛비가 갠 가을이다/ 맑고 시원한 기운이 들판에 일어나니/ 점점 등불을 가까이할 만하고/ 책을 펼칠 만한 시절이다.
어떻게 아비가 아침저녁으로 너를 걱정하지 않겠느냐/ 너를 생각하면 세월이 빨리 지나가는 것이 아쉬울 지경이다/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과/ 엄하게 교육시키려는 마음은 서로 일치하기 어려워서/ 이렇게 시를 써서/ 네게 머뭇거리지 말고 공부에 정진하라 말하고자 한다.
◼ 자녀 독서비법 Tip
1. 우리 아이들 가장 책을 읽기 좋을 나이는?
12세~17세 이전(5년)
(11세 전에는 이치에 어둡고 17세 이후는 자기 주관과 번다한 삶이 바빠서)
2. 자녀들 가장 글 읽기 좋은 계절은?
겨울 (여름은 덥고, 봄가을은 놀기 좋은 계절이라서)
3. 1년 중 자녀들이 온전히 책 일기 좋은 날 수는?
100일(겨울 3개월, 그리고 밤, 비올때)
4.결론적으로 5년동안(12세~17세)x100일=500일이
우리 자녀들 인생을 풍부하게 살찌워준다.
우리에게 정말 중요한 것이 있다면 무엇보다 우선하는 것이 독서(讀書)라 할 수 있다. 삶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성숙해야 하는데 이 때 가장 필요한 '인생의 성장 엔진'이 바로 독서다.
독서를 멈추면 성장은 느리고 더디다.
독서종자는 책 읽는 종자다. 종자는 씨앗이다. 독서의 씨앗마저 끊어지면 그 집안도 나라도 그것으로 끝이다.
공부만이 나를 지켜주고 내 집안, 내 나라를 지켜준다. 독서의 씨앗 없이 우리는 아무것도 아니다. 가장 간단한 방법이 TV를 끄고 자녀와 함께 책 읽기다. 독서종자가 끊기는 우를 막을 수 있다.
◼ 읽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책 안 읽는 한국, 미래도 못 읽는다
대한민국이 책을 읽지 않는 나라가 되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해 발표한 '2014년 생활시간 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이 하루 평균 책 읽는 시간은 6분이다. '책을 10분 이상 본다'는 사람도 전체의 10%뿐이다.
활자를 더 많이 읽어야 뇌가 발달합니다. 인간의 아름다운 이해력을 지켜가려면 디지털 화면에서 멀어져 책의 세계에 빠져야 합니다.
베스트셀러 '책 읽는 뇌'(2007)의 저자 매리언 울프(Maryanne Wolf) 미국 터프츠대 교수는, "많이 읽어야 성공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국내 성인 독서율은 65%. 1994년의 성인 독서율은 86.8%였다. 과거엔 1년에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 어른이 10명 중 한 명 남짓했으나, 지금은 3~4명에 이른다는 얘기다.
국제 여론조사 기관 'NOP 월드'가 세계 30개국 3만명을 대상으로 한 '국민 1인 평균 주당 독서 시간' 조사(2005년)에서 한국은 3시간 6분으로 꼴찌였다. 우리의 독서 퇴화 속도로 보면 같은 조사를 지금 해도 하위권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한국의 미래를 책임질 우리 아이들은 어떤가.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성적(2009년)에서 한국 학생들은 독해 부문(reading)에서 2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교과서와 참고서를 뺀 독서량 순위는 16위다.
38.5%의 학생이 학업 이외에는 단 한 권의 책도 읽지 않는다. 2000년 조사 때보다 8%포인트 늘었다. 독서로만 놓고 보면, 한국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퇴보하고 있는 것이다.
독서의 퇴보와 부재(不在)는 창의성이 요구되는 지식 기반 경쟁 사회에서 개인과 국가에 치명적인 손상을 준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한국경제연구원의 보고서('독서의 경제적 영향')는 국가별 연평균 독서율(연간 책 한 권 이상 읽은 비율)이 미래 성장률 및 글로벌 경쟁력과 직결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독서율이 높은 나라일수록 세계경제포럼(WEF)의 '글로벌 경쟁력 지수' '경제적 혁신성 지수' 등과 '글로벌 기업가 정신 지수'가 모두 높았다.
지금 선진국들은 앞다퉈 '읽기 혁명'에 나서고 있다. 미국은 대통령이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고, 영국은 전국의 모든 아기에게 책 선물을 해주는 '북스타트(BookStart)' 운동을 펼치고 있다. 이동도서관 버스를 운행하는 핀란드는 책이 사람을 찾아간다.
많은 사람이 '인터넷과 SNS의 출현으로 과거보다 더 많은 글을 읽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읽기 효과'는 SNS가 종이보다 훨씬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글이 길고 복잡하며, 그 내용이 함축적일수록 종이로 읽는 것이 더 효과적이었다.
종이에 적힌 글 읽기와 스마트폰 화면 속 SNS 글 읽기를 비교한 결과 이해, 기억, 응용 등 측면에서 종이 글 읽기 효과가 40%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내용이 같은 글을 '종이 인쇄물'로 봤는지, 대표적 SNS 중 하나인 '페이스북'으로 봤는지, 읽기 매체만 달리해 어떤 차이가 있었는지 비교 실험해 본 결과다.
본지가 성균관대 최명원 교수팀과 공동으로 수행한 '정보 제공 매체(SNS, 인쇄물)에 따른 리콜 능력 비교' 실험에서 같은 글을 읽고 6시간 후 글 내용에 대한 기억력 등을 검사한 결과 종이 매체로 읽은 집단의 평균 점수가 38.6점(100점 만점)으로 SNS를 통해 읽은 집단 평균(27.5점)보다 40% 높았다. 이는 '종이 글 읽기 효과가 더 뛰어나다'는 기존 해외 연구 결과와 일치한다.
SNS로 글을 읽은 성균관대생은, "SNS로 글을 읽으면 내용이 조금만 생소해져도 대충 건너뛰고 딱딱한 내용이 나오면 자동적으로 스크롤을 내리게 된다"며 "메모를 할 수도 없어 더 기억하기 힘들었다"고 했다.
서초고 2학년 학생은 "SNS에 있는 글은 대충 읽으면서도 내 뇌가 '다 읽었으니 됐다'는 신호를 보내는 거 같다"며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기억나는 게 별로 없어 당황스러웠다"고 했다.
독서는 개인의 성취를 뛰어넘어 소득 양극화 시대에 사회적 칸막이를 뛰어넘는 '사다리 역할'을 한다. 부모가 잘살든 그렇지 않든, 부모의 학력이 높든 그렇지 않든, 책을 많이 읽을수록 학업 성취도를 높이고 좋은 직장에 취업해 고임금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직능원이 2004년 당시 중학교 3학년 학생(현재 만 27세)을 추적 조사한 결과, 독서가 수능 점수에 미치는 영향은 부모의 학력과 소득 차를 뛰어넘었다.
수능 성적과 독서량이 부모 고소득의 영향일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독서량과 수능 성적 관계를 부모 학력과 소득 수준으로 쪼개 분석한 것이다. 그 결과 독서는 계층을 관통하는 '힘'이자 계층 상승을 이끄는 '사다리'였다.
예를 들어 저소득층 가정(월소득 200만원 미만)에서 독서량이 많은(3년간 문학책 11권 이상 읽음) 학생의 경우, 부모 소득이 월 200만~400만원이면서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은 학생보다 수능 등급이 국어 1.71등급, 수학 0.96등급, 영어 1.14등급 높았다. 표준점수로 추정하면 적게는 10점에서 많게 20점 정도 차이가 나는 것이다.
다독(多讀)의 힘은 부모의 학력 격차도 극복했다. 어머니가 고졸 이하면서 문학책을 많이 읽은 학생의 수능 등급(국어)은 대졸 어머니 밑에서 책을 한 권도 안 읽은 학생보다 1.57등급, 표준점수로는 약 18점 정도 높았다.
꾸준한 독서 습관은 개개인의 경쟁력을 키워 훗날 '괜찮은 일자리'를 얻은 비율도 크게 올렸다.
직능원은 2004년 고3 학생들에게 교양 서적과 문학 서적을 고1~3 사이 각각 몇 권씩 읽었는지를 조사했다. 이후 이들이 2014년 취업했을 때 어떤 직장을 얻었고 임금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 확인했다.
그 결과 교양 서적을 '11권 이상 읽었다'고 한 학생은 '대기업과 공기업, 외국계 기업의 정규직' 등 이른바 '괜찮은 일자리'에 취업한 비율이 44%였다. '0권'이었던 학생(24%)보다 20%포인트 높았다.
이는 임금 격차로도 연결됐다. 고교 때 교양 서적을 11권 이상 읽었던 학생이 현재 취업 상태에서 받는 월평균 임금은 229만원이었고, '0권'이었던 학생은 213만원 정도로 조사됐다. 책을 많이 읽은 결과가 매달 16만원, 연봉으로 따지면 192만원 차이를 벌렸다는 얘기다.
그러면 인간의 '딥 러닝'을 위해 필요한 활동과 과정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뇌가 완성되는 시기인 어린 시절 독서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인간의 뇌 발달에는 '결정적 시기'가 있는데, 그 시기는 대체로 생후 8개월부터 6세 이전이다. 이 시기에는 뇌가 새로운 자극을 받아 학습하거나 기억할 때 세포들이 서로 연결돼 뇌의 신경 회로를 형성하는 활동이 가장 활발하다.
"딥 러닝(deep learning)의 원조인 인간은 3~5세에 언어적 발달이 특히 왕성해지고 책을 접하면서 정서적 유희와 즐거움, 사고력과 판단력의 체계가 잡히는 경이로운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알파고(AlphaGo)'가 따라올 수 없는 무수한 상상의 나래로 딥 러닝을 폭발적으로 늘릴 수 있는 시기란 것이지요."
어린이와 청소년의 심리, 행동, 정서를 연구해온 김붕년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 정신과 교수는 영·유아와 어린이들의 책 읽기는 상상력과 창의성을 길러줘 어린이의 평생 행복을 결정하는 매개체로 작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저서 '내 아이의 평생 행복을 결정하는 아이의 뇌'를 통해, "상상력과 창의력의 보고인 책 읽기의 세계로 아이들을 안내하자"며 독서의 중요성을 알린 바 있다.
김 교수는 일본 도호쿠대학의 류타 교수의 연구를 인용, "아이들의 상상력과 창의력은 뇌의 가장 앞부분인 전전두엽에서 나온다"며 "그런데 책을 읽게 되면 전전두엽을 많이 사용하게 돼 상상력이 길러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생후 8개월부터 6세 이전 이후로 속도는 조금 더뎌지지만 초등학교 5~6학년인 만 12세까지는 뇌 신경 회로의 숫자가 늘어난다.
김은주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 의학과 교수는 "책을 읽고 행간의 의미까지 파악하는 고차원적 이해력, 사고력이 뛰어난 아이로 키우려면 적어도 만 12세 이전에 독서 습관을 길러 주는 것이 좋다"며 "이 시기에 받아들인 자극을 가지고 평생 사용할 뇌 신경망을 형성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선 심지어 "갓난아기에게도 책을 읽혀야 한다"는 주장(미국 소아과학회)까지 나온다.
미국 소아과학자 페리 클라스는 "책을 많이 읽어줄수록 더 많은 이미지를 상상하게 되고 결국 뇌를 창의적으로 발달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영국에선 아기를 출산한 뒤 산모의 가정에 방문하는 간호사를 통해 책 선물을 해주는 '북스타트(BookStart)' 운동이 유명하고, 미국에서도 미국판 '북스타트' 운동인 'ROR(Reach Out and Read)' 운동을 펼친다.
미국 보스턴의대 소아과 의사들이 시작한 이 캠페인은 만 6개월부터 5세까지 소아과를 찾은 아이들에게 단계별로 알맞은 책을 골라주고 부모에게 책 읽어주는 법을 설명해준 뒤 책을 나눠주는 것이다.
꼭 들여야 할 '골든 타임'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초등학교 5~6학년에 해당하는 나이다.
심영면 삼각산초교 교장(책읽어주기 운동본부 이사장)은, "초등학생 때까
영·유아기뿐 아니라 전(全) 연령에 걸쳐 독서는 중요하지만, 특히 뇌의 외형적 발달이 거의 완성돼 성인과 같은 수준이 되는 만 12세 무렵(스카몬 성장곡선)까지는 독서 습관을 지 책을 많이 접하지 못하면, 어휘력이 달려 책을 더 멀리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미국에서만 200만부 이상 팔린 책 '하루 15분 책 읽어주기의 힘'의 저자 짐 트렐리즈(Trelease)씨에게는 어린 시절 밤마다 책을 읽어주는 아버지가 있었다.
미국 매사추세츠 주(州)의 한 신문사에서 삽화가로 일했던 그는 자신의 두 아이에게도 매일 밤 책을 읽어줬고, 1979년 자비를 털어 '하루 15분~'을 펴내 책 읽어주기의 즐거움과 중요성을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에 전파했다. 지금도 휴가 때마다 찾아오는 손주들에게 책을 읽어주고 있다.
트렐리즈씨는 28일 본지와 이메일 인터뷰에서 "부모들이 제일 많이 하는 질문이 '언제부터 읽어 주느냐'는 것인데 태어나자마자 읽어주기 시작하면 된다"고 말했다. "뇌 발달과 어휘력 향상만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책 읽어주기의 가장 큰 장점은 아이와 부모의 유대 관계가 끈끈해진다는 것입니다."
또한 트렐리즈씨는, "15분이면 아이의 집중력이 흐트러지기 전에 글자 수가 적은 그림책 한 권을 다 읽어줄 수 있고, 긴 이야기라면 긴장감이 고조되는 순간에 적절히 끊어 아이들이 다음 날 책 읽어주는 시간을 손꼽아 기다리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모들이 흔히 하는 잘못은 너무 빠른 속도로 읽어주는 것"이라고 했다.
아이가 그림책 속의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볼 시간을 주고 머릿속에서 상상할 수 있도록 충분한 여유를 갖고 천천히 읽어주라는 것이다. "저는 어젯밤에도 네 살짜리 손녀에게 책을 읽어줬습니다. 제가 후보 4권을 골랐어요. 쉬운 책, 어려운 책, 웃긴 책, 진지한 책. 그중에 손녀가 한 권을 고르면 '왜 이 책을 골랐니'라고 물으며 책장을 넘기기 시작하는 거죠."
전문가들은 부모가 자녀에게 책을 읽어주는 것이 매우 뛰어난 교육법이며, 그중에서도 아빠가 책을 읽어주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지난해 미국 하버드대 연구팀은 미국 저소득층 가정 약 430가구를 아빠가 책을 읽어주는 가정과 엄마가 책을 읽어주는 가정으로 나눠 책 읽어주기와 이해력, 어휘력, 인지 발달 간 상관관계를 조사했다. 조사 대상 엄마들은 절반 정도가 매일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줬고, 아빠들은 불과 29%만 매일 아이에게 책을 읽어줬다.
'책 읽어주기' 효과는 아빠 쪽이 높았다. 예컨대 만 2세 때 아빠가 책을 읽어준 아이는 어휘 발달 테스트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는데, 엄마가 책을 읽어준 경우에는 아이 성적이 그만큼 오르지 않았다.
또 아빠가 책을 많이 읽어준 아이는 지식, 유아 언어, 인지 발달 면에서도 모두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엄마가 책을 읽어준 아이는 인지 발달에만 일부 영향이 있었을 뿐 나머지 부분에서는 큰 상관관계가 없었다.
왜 이런 걸까. 아빠와 엄마는 '책 읽어주기 방식'에 중대한 차이가 있었다고 연구팀은 주장했다.
예를 들어 엄마는 아이한테 책을 읽어줄 때 '사과가 몇 개 보이니?' 등 '사실적 질문'에 집중했지만, 아빠들은 '오, 이 사다리 좀 봐. 너 지난번에 내 트럭에 있었던 사다리 기억나니?' 같이 아이 뇌를 자극하는 질문을 던진다는 것이다.
김정완 하브루타교육협회 상임이사는 "아빠가 책을 읽어줄 때 엄마보다 다양한 어휘와 경험을 활용해 책을 읽어준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말했다. 이런 아빠의 '책 읽어주기 방식'이 아이들의 사고력 발달과 상상력 확장에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선진국에서는 '아빠의 책 읽어주기'가 한창이다.
매리언 울프(Maryanne Wolf) 미국 터프츠대 교수는 책을 많이 읽는 아이는 사회에 나가서 성공할 확률이 높다고 그는 강조했다. "독서 습관을 들이는 교육 투자가 사회 전체를 잘살게 합니다. 한국 사회가 지금 책 읽기 운동을 펼친다면 미래 GDP 상승으로 반드시 보상받게 될 것입니다."
다독(多讀)을 하면 독해력, 기억력, 추론 능력, 창의력 등이 복합적으로 발달하는데 이는 직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데 필수적인 능력들이라는 것이다. 책을 읽는 것이 곧 성장기 아이들의 지능을 좌우하고, 어른이 됐을 때 성공하는 데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울프 교수는 "한 나라와 사회의 독서 습관이 나라 전체의 부(富)에도 영향을 준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그는 노벨 경제학상을 탄 제임스 헤크먼 시카고대 교수의 연구를 인용했다. "세계 어느 문화권에서도 아동 교육에 투자했을 때 GDP가 늘어난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어릴 때 수학(修學) 능력을 기르는 독서 습관이야말로 아이들 교육에 투자하는 셈이 되고, 결국 사회 전체를 잘살게 합니다."
독서가 개인의 교육에 큰 영향을 미치고, 사회와 나라의 경제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린다는 얘기다.
▶️ 十(열 십)은 ❶지사문자로 什(십), 拾(십)은 동자(同字)이다. 두 손을 엇갈리게 하여 합친 모양을 나타내어 열을 뜻한다. 옛날 수를 나타낼 때 하나로부터 차례로 가로줄을 긋되, 우수리 없는 수, 다섯은 ×, 열은 Ⅰ과 같이 눈에 띄는 기호를 사용하였다. 나중에 十(십)이라 썼다. ❷상형문자로 十자는 ‘열’이나 ‘열 번’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十자는 상하좌우로 획을 그은 것으로 숫자 ‘열’을 뜻한다. 그러나 갑골문에 나온 十자를 보면 단순히 세로획 하나만이 그어져 있었다. 이것은 나무막대기를 세워 그린 것이다. 고대에는 이렇게 막대기를 세우는 방식으로 숫자 10을 표기했었다. 후에 금문에서부터 세로획 중간에 점이 찍힌 형태로 발전하면서 지금의 十자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十자는 부수로 지정되어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은 모양자 역할만을 할 뿐 의미는 전달하지 않는다. 그래서 十(십)은 ①열 ②열 번 ③열 배 ④전부(全部), 일체(一切), 완전(完全) ⑤열 배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한 해 가운데 열째 달을 시월(十月), 충분히 또는 넉넉히로 부족함 없이를 십분(十分), 어떤 분야에 뛰어난 열 사람의 인물을 십걸(十傑), 보통 4km 거리를 십리(十里), 사람이 받는 열 가지 고통을 십고(十苦), 열 살로부터 열아홉 살까지의 소년층을 십대(十代), 썩 잘 된 일이나 물건을 두고 이르는 말을 십성(十成), 오래 살고 죽지 아니한다는 열 가지 물건을 십장생(十長生), 실을 십자형으로 교차시켜 놓는 수를 십자수(十字繡), 열 번 찍어 아니 넘어가는 나무가 없다는 십벌지목(十伐之木), 열 사람이 한 술씩 보태면 한 사람 먹을 분량이 된다는 십시일반(十匙一飯), 열에 여덟이나 아홉이라는 십중팔구(十中八九), 열 번 살고 아홉 번 죽는다는 십생구사(十生九死), 열 사람의 눈이 보고 있다는 십목소시(十目所視), 십년 동안 사람이 찾아 오지 않아 쓸쓸한 창문이라는 십년한창(十年寒窓), 열흘 동안 춥다가 하루 볕이 쬔다는 십한일폭(十寒一曝), 오래 전부터 친히 사귀어 온 친구를 십년지기(十年知己), 열 사람이면 열 사람의 성격이나 사람됨이 제각기 다름을 십인십색(十人十色) 등에 쓰인다.
▶️ 年(해 년/연, 아첨할 녕/영)은 ❶형성문자로 禾(화)는 벼, 음(音)을 나타내는 人(인) 또는 千(천)은 많음을 나타낸다. 年(연)은 가을에 많은 수확이 있음, 익다, 나중에 벼가 자라는 기간에서 연월(年月)의 해란 뜻으로 쓰고, 익다의 뜻은 稔(임)으로 쓴다. ❷형성문자로 年자는 '해'나 '나이', '새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年자는 干(방패 간)자가 부수로 지정되어 있지만 '방패'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 年자는 禾(벼 화)자와 人(사람 인)자가 결합한 것이기 때문이다. 年자의 갑골문을 보면 人자 위로 禾자가 그려져 있었다. 이것은 볏단을 등에 지고 가는 사람을 표현한 것이다. 볏단을 등에 지고 간다는 것은 수확을 마쳤다는 뜻이다. 농부들에게 한 해의 마무리는 당연히 추수가 끝나는 시점일 것이다. 그래서 年자는 한해가 마무리되었다는 의미에서 '해'나 '새해'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年(년, 녕)은 ①해 ②나이 ③때, 시대(時代) ④새해, 신년 ⑤연령(年齡) ⑥잘 익은 오곡(五穀) ⑦콧마루 ⑧사격의 하나 ⑨사람의 이름 ⑩익다 ⑪오곡(五穀)이 잘 익다 그리고 ⓐ아첨하다(녕)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한 해 동안을 연간(年間), 한해의 마지막 때를 연말(年末), 새해의 첫머리를 연초(年初), 일년 단위로 정하여 지급하는 봉급을 연봉(年俸), 해의 첫머리를 연두(年頭), 십 년 단위로 햇수를 셀 때 쓰는 말을 연대(年代), 사람이나 생물이 세상에 난 뒤에 살아온 횟수로 나이의 높임말을 연세(年歲), 직장에서 직원들에게 1년에 일정 기간씩 주는 유급 휴가를 연가(年暇), 지나가는 날이나 달이나 해를 연화(年華), 해마다 하게 되어 있는 관례를 연례(年例), 그 해의 안 또는 한 해 동안을 연중(年中), 한 해의 마지막 때를 연모(年暮), 지난해를 작년(昨年), 올해의 다음 해를 내년(來年), 열 살 안팎의 어린 나이를 충년(沖年), 매해나 하나하나의 모든 해를 매년(每年), 앞으로 남은 인생을 여년(餘年), 곡식이 잘 되고도 잘 여무는 일 또는 그런 해를 풍년(豐年), 완전히 성숙하지도 않고 아주 어리지도 않은 사내 아이를 소년(少年), 평상시의 해를 예년(例年), 한 해의 마지막 때와 새해의 첫머리를 아울러 이르는 말을 연말연시(年末年始), 한 해 동안 하루도 쉬는 일이 없음을 일컫는 말을 연중무휴(年中無休), 풍년이 들어 백성이 즐거워 함을 이르는 말을 연풍민락(年豐民樂), 세월이 매우 오래다는 말을 연구월심(年久月深), 나이가 젊고 한창 성함을 일컫는 말을 연부역강(年富力强), 나이가 많거니와 덕도 아울러 갖춤을 일컫는 말을 연덕구존(年德俱存), 백 년을 기다린다 해도 황하의 흐린 물은 맑아지지 않는다는 뜻으로 오랫동안 기다려도 바라는 것이 이루어질 수 없음을 이르는 말을 백년하청(百年河淸), 권세는 10년을 넘지 못한다는 뜻으로 권력은 오래가지 못하고 늘 변함 또는 영화는 일시적이어서 계속되지 않음을 일컫는 말을 권불십년(權不十年), 백년을 두고 하는 아름다운 언약이라는 뜻으로 부부가 되겠다는 약속을 일컫는 말을 백년가약(百年佳約), 부부가 서로 사이좋고 화락하게 같이 늙음을 이르는 말을 백년해로(百年偕老), 세상일에 미혹되지 않는 나이라는 뜻으로 마흔 살을 이르는 말을 불혹지년(不惑之年), 천명을 알 나이라는 뜻으로 나이 오십을 이르는 말을 지명지년(知命之年), 삼 년 간이나 한 번도 날지 않는다는 뜻으로 뒷날에 웅비할 기회를 기다림을 이르는 말을 삼년불비(三年不蜚), 언제나 깍듯하게 대해야 하는 어려운 손님이라는 뜻으로 사위를 두고 이르는 말을 백년지객(百年之客), 벽을 향하고 아홉 해라는 뜻으로 한 가지 일에 오랫동안 온 힘을 쏟음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을 면벽구년(面壁九年), 냄새가 만 년에까지 남겨진다는 뜻으로 더러운 이름을 영원히 장래에까지 남김을 일컫는 말을 유취만년(遺臭萬年) 등에 쓰인다.
▶️ 讀(읽을 독, 구절 두)은 ❷형성문자로 読(독)의 본자(本字), 读(독)은 간자(簡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말씀 언(言; 말하다)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글자 賣(매, 독)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❷회의문자로 讀자는 ‘읽다’나 ‘이해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讀자는 言(말씀 언)자와 賣(팔 매)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賣자는 물건을 파는 모습을 표현한 것으로 ‘팔다’라는 뜻을 갖고 있다. 물건을 팔고 나면 얼마를 벌었는지 셈을 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팔다’라는 뜻의 賣자에 言자가 결합한 讀자는 물건을 팔아(賣) 돈을 센다(言)는 것을 뜻했었다. 讀자에는 아직도 ‘계산하다’나 ‘세다’라는 뜻이 남아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래서 讀자는 돈을 세며 중얼거린다는 뜻으로 쓰였었지만, 후에 이러한 뜻이 확대되어 ‘읽다’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讀(독, 두)은 ①읽다 ②이해하다 ③세다 ④계산하다 ⑤구절(句節) ⑥읽기 그리고 ⓐ구절(두) ⓑ구두(읽기 편하게 구절에 점을 찍는 일)(두) ⓒ이두(두) ⓓ풍류의 이름(두)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책을 그 내용과 뜻을 헤아리거나 이해하면서 읽는 것을 독서(讀書), 책이나 신문이나 잡지 따위의 출판물을 읽는 사람을 독자(讀者), 글을 읽는 소리를 독음(讀音), 글을 읽어서 이해함을 독해(讀解), 지도나 도면을 보고 그 내용을 해독함을 독도(讀圖), 글을 막힘 없이 죽 내려 읽음을 독파(讀破), 글을 읽어서 익힘을 독습(讀習), 그림을 관상하며 음미함을 독화(讀畫), 책을 읽고 난 뒤를 독후(讀後), 단어 구절을 점이나 부호 등으로 표하는 방법을 구두(句讀), 자세히 살피어 읽음을 정독(精讀), 소리를 높이어 밝게 읽음을 낭독(朗讀), 처음부터 끝까지 내리 읽음을 통독(通讀), 책이나 신문이나 잡지 등을 사서 읽는 것을 구독(購讀), 풀이하여 읽음을 해독(解讀), 차례나 방법 및 체계가 없이 아무렇게나 읽음을 남독(濫讀), 식사나 축사 등을 대신 읽음을 대독(代讀), 글을 빨리 읽는 것을 속독(速讀), 많이 읽음을 다독(多讀), 열심히 읽음을 열독(熱讀), 글에 맛을 들여 자세히 읽음을 세독(細讀), 글을 소리내어 읽음을 송독(誦讀), 소리를 내지 않고 글을 읽음을 묵독(默讀), 익숙하게 읽음으로 글의 뜻을 잘 생각하면서 읽음을 숙독(熟讀), 독서를 하기에 적당한 세 여가 즉 겨울이나 밤이나 비올 때를 이르는 말을 독서삼여(讀書三餘), 책을 읽느라 양을 잃어 버렸다는 뜻으로 마음이 밖에 있어 도리를 잃어버리는 것 또는 다른 일에 정신을 뺏겨 중요한 일이 소홀하게 되는 것을 비유한 말을 독서망양(讀書亡羊), 책을 읽음으로써 옛 현인과 벗한다는 말을 독서상우(讀書尙友), 아무 생각 없이 오직 책읽기에만 골몰하고 있는 상태 또는 한 곳에 정신을 집중하는 것을 이르는 말을 독서삼매(讀書三昧), 글 읽기를 백 번 한다는 뜻으로 되풀이 하여 몇 번이고 숙독하면 뜻이 통하지 않던 것도 저절로 알게 된다는 말을 독서백편(讀書百遍), 낮에는 농사 짓고 밤에는 공부한다는 뜻으로 바쁜 틈을 타서 어렵게 공부함을 이르는 말을 주경야독(晝耕夜讀), 쇠귀에 경 읽기란 뜻으로 우둔한 사람은 아무리 가르치고 일러주어도 알아듣지 못함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을 우이독경(牛耳讀經), 갠 날에는 밖에 나가 농사일을 하고 비오는 날에는 책을 읽는다는 뜻으로 부지런히 일하면서 틈나는 대로 공부함을 이르는 말을 청경우독(晴耕雨讀) 등에 쓰인다.
▶️ 書(글 서)는 ❶회의문자로 书(서)는 간자(簡字)이다. 성인의 말씀(曰)을 붓(聿)으로 적은 것이라는 뜻이 합(合)하여 글을 뜻한다. ❷회의문자로 書자는 ‘글’이나 ‘글씨’, ‘글자’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書자는 聿(붓 율)자와 曰(가로 왈)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聿자는 손에 붓을 쥐고 있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붓’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여기에 ‘말씀’을 뜻하는 曰자가 더해진 書자는 말을 글로 적어낸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참고로 일부에서는 曰자가 먹물이 담긴 벼루를 표현한 것이라 해석하기도 한다. 그래서 書(서)는 성(姓)의 하나로 ①글, 글씨 ②글자 ③문장(文章) ④기록(記錄) ⑤서류 ⑥편지(便紙) ⑦장부(帳簿) ⑧쓰다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책 책(冊), 글월 문(文), 글 장(章), 문서 적(籍)이다. 용례로는 책 또는 경서와 사기를 서사(書史), 편지를 서신(書信), 글 가운데를 서중(書中), 남이 하는 말이나 읽는 글을 들으면서 그대로 옮겨 씀을 서취(書取), 책을 넣는 상자 또는 편지를 넣는 통을 서함(書函), 글씨를 아주 잘 쓰는 사람을 서가(書家), 글방을 서당(書堂), 글씨와 그림을 서도(書圖), 책의 이름을 서명(書名), 대서나 필사를 업으로 하는 사람을 서사(書士), 글자를 써 넣음을 서전(書塡), 책을 보관하여 두는 곳을 서고(書庫), 남편의 낮은 말서방(書房), 책을 팔거나 사는 가게서점(書店), 이름난 사람의 글씨나 명필을 모아 꾸민 책을 서첩(書帖), 글씨 쓰는 법을 서법(書法), 유학을 닦는 사람을 서생(書生), 글방에서 글을 배우는 아이를 서동(書童), 글씨와 그림을 서화(書畫), 문서를 맡아보거나 단체나 회의 등에서 기록을 맡아보는 사람을 서기(書記), 글씨 쓰는 법을 배우는 일을 서도(書道), 책 내용에 대한 평을 서평(書評), 글자로 기록한 문서를 서류(書類), 책을 갖추어 두고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방을 서재(書齋), 문자의 체제를 서체(書體), 책은 남에게 빌려주지 않는다는 서불차인(書不借人), 편지로 전하는 소식이 오고 간다는 서신왕래(書信往來)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