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승환이 MVP냐, 김재걸이 MVP냐 의견이 분분한데 1,4차전 선발승을 따낸 하리칼라가 가장 MVP에 걸맞는 활약을 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1차전 1회 안타 3개맞고 2점 내준 후 나머지 9이닝동안 가히 언히터블에 가까웠습니다.
물론 따져보면 오승환도 MVP 자격은 충분하죠. 승부의 분수령이었던 2차전 연장 3이닝동안 정말 말도 안되는 투구를 했으니까요. 김 트리오의 공으로 만든 2차전 승리라지만 오승환의 연장 3회를 무실점으로 틀어막자 줬기에 삼성에게도 기회가 온 거구요.
그리고 이경규와 조형기 아저씨가 2002 월드컵 때처럼 '숨은 MVP'찾아 한국시리즈를 방문했다면 그 자리는 권오준이 차지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동안 '철가면 덜덜덜;;'거리느라 바빴는데 3,4차전보면 권오준도 완전 덜덜덜;
2. 장원진 타구가 하늘 높이 치솟는 순간 오승환은 오른손을 번쩍 들었습니다. 그리고 달려드는 진갑용을 발견했죠. 보통 덩치큰 포수가 투수를 안아줘야 되는데 장유유서 때문인지 진갑용이 오승환 위로 점프를.. 그래도 오승환 그렇게 기분좋게 웃는 거 처음 봤습니다.
그리고 인터뷰에서 무시무시한 한 마디를 남겼죠. "앞으로 10년동안 올해처럼 하고싶다" 라구요. 인터뷰 때 흔히 나오는 말 같으면서도 저 말을 남긴 게 오승환이라는 걸 감안하면 다시 한 번 덜덜덜;; 이죠 뭐.
올해처럼 10년하면 한국야구 마무리 관련 기록은 뭐..
3. 한국시리즈 4경기를 전부 경기장에서 봤는데 보면서 든 생각은 지금까지 야구를 보면서 삼성 야구가 지금처럼 무서운 적이 또 있었나 하는 거였습니다. 이곳저곳에서 '돈지랄'로 우승한 거 아니냐 하지만, 뭐 돈으로 만든 멋진 뎁스가 정규시즌 우승에 기여한 부분은 적지 않겠죠. 하지만 한국시리즈에서만큼은 '돈' 때문에 이긴 게 절대 아니었어요.
두산에게 찬스가 와도 삼성은 안정된 수비를 바탕으로 위기를 넘겼죠. 뭐, 연봉이 있으니까 박진만의 호수비들은 차치해두더라도~ 삼성의 수비는 정말 막강했죠. 환상 릴레이로 3루에서 전상열을 잡아내질 않나, 몇 차전이었더라, 김재걸이 몸날려서 후속진루 막아내기 등등등.
투수들도 예술이었죠.
삼성타선이 3,4차전 각각 6,10점씩을 뽑았는데 대구 2연전을 포함해서 올해 한국시리즈 전 경기는 투수전이라고 보는 게 옳아요. 두산이 미친듯이 추격하려고 애쓰다가 그게 전부 무위로 돌아간 후 흐름을 잡은 삼성이 막판에 몰아친 게 대부분이었으니까요. 두산은 3,4차전에서 16점을 내줬지만 두 경기에서 모두 중반 이후까지 승리할 기회는 충분히 있었구요.
태양 아저씨는 결정적인 순간마다 권오준을 올려 두산을 울렸고 오승환은 2차전 덜덜덜; 모드를 포함해 3경기 7이닝동안 1점도 안내줬죠. 지금 계산하기 귀찮아서 그런데, 삼성 불펜진이 4경기동안 내준 점수는 달랑 2점에 불과합니다. 사실 불펜싸움에서 시리즈 성패가 갈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시리즈를 제압해버린, 시리즈 4연승에 있어서 가장 큰 공을 세운 삼성 불펜은 돈으로 만든 게 아니죠. 절대 아니거든요.
'돈지랄'로 이겼다고 한다면 어마어마한 연봉덩어리들이 홈런도 팡팡 쳐주고 안타도 시원시원 날려주고 마운드에선 완투, 완봉 뭐 이 정도는 해야죠. 그야말로 이름값으로 상대를 압도해야 한다는 거에요. 그런데 삼성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선취점 내주면 그거 따라가는 작은 야구, 선취점을 뽑으면 후속점에 목숨거는 작은 야구, 리드를 잡는순간 불펜 총동원해서 지키는 야구. '돈으로 처바른 팀'이라는 명성(?)과는 참 다른 야구를 4경기동안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4. 시리즈 시작 전까지만 하더라도, 플레이오프를 지켜본 모든 야구팬들은 '리오스-랜들' 막강 원투펀치가 있는 두산이 선발진만큼은 우위에 있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저도 마찬가지였구요.
그런데 정작 '외국인투수 막강 원투펀치'는 삼성에 있었네요. 바르가스와 하리칼라. 3경기 나와서 3승, 15이닝, 2실점, 방어율은 달랑 1.20
5. 두산 팬들은 가슴이 아프시겠지만 그래도 최소 희망을 찾을 수 있는 4차전 아니었을까요. 참고로 전 절대 두산팬 아닙니다.
저는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4회초 리오스가 연속안타를 내주자 달감독께서는 괴물신인 김명제를 드.디.어. 마운드에 올리더라구요. 내심 궁금했습니다. 플레이오프 3차전 때 엄청 잘 던진 그가 과연 한국시리즈에서는 어떨까 하구요. 게다가 아직 두산이 포기해서는 안될 시점이었으니까요. 굉장한 승부수였습니다.
감동이더군요. 박진만 타구가 내야안타로 기록되긴 했지만 손시헌의 실책이나 다름없었죠. 10승 투수 줘도 안바꾸고 두산의 한국시리즈 진출의 1등공신이라고 해도 다른 동료들이 궁시렁되지 못할 정도로 잘했던 손시헌이지만, 신인투수가 엄청난 부담을 느낄 그 상황에서 도와주진 못할망정 실책성 플레이나 하고 있으니, 꽤나 원망스럽더라구요.
무사 만루. 그러나 진갑용을 병살타로 잡아내더니만 걸사마는 삼진으로 날려버리는 깡따구! 1점을 주긴 했지만 그렇게 막은 게 대단하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았어요.
5회 또 위기를 맞았죠. 2사 1,3루. 타석에는 김한수. 하지만 결과는 삼.구.삼.진.
6회 우리의 걸사마가 2사 1루에서 다시 한 번 명제를 상대합니다. 결과는 또 삼.진.
7회 조동찬 싱글, 김종훈 희생번트. 1사 2루의 위기에서 박한이를 중견수 플라이로 잡아내고 위기를 넘길 뻔! 했습니다. 근데 누가 신인 아니랄까봐.. 심정수 타석 때 폭투로 1사 3루를 만들어주더니 결국 볼넷, 아까 삼구삼진으로 돌려세운 김한수 상대로는 스트레잇 볼넷.
다음 타자는? 전날 뜨리런 호무랑의 주인공 양신. 덜덜덜. 2사 만루, 1-4로 여전히 추격할 수 있는 상황. 타석에 하필 양신이라니요.
하지만 명제는 양신을 좌익수 플라이로 잡아내고 다시 한 번 위기를 넘깁니다. 4이닝 던져서 안타 4개맞고 볼넷 3개줬음에도 불구하고 0득점. 아니, 신인이 이렇게 해주는데 고참타자들이 더욱 분발해줬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물론 권오준이 워낙 공이 좋긴 했다지만.
두산 팬들에게는 눈물나는 4차전이 됐을 수도 있겠지만 두산 팬이 아닌 입장에서 바라본 두산의 4차전에서 오히려 '김명제 저 녀석이 내년에는..'이라는 생각 밖에 남지 않더군요.
6. 경기끝나고 방방 뛰고있는 오승환-진갑용 쪽으로 다가가 더 열심히 방방 뛰던 양준혁. 미친듯이 뛰더군요 ^^ 근데 그 장면을 보니 왜 이만수 코치 생각이 나는지.
7. 선동열 감독은 계속 자기가 운이 좋았다고 얘기하는데, 진짜로 엄청나게 운이 좋았던 건지 아니면 자기가 그 운을 직접 만들어낸 건지는 아직도 헷갈립니다. 일단 올해 한국시리즈 보니까 삼성 팬들 앞으로 몇 년간은 야구 편하게 봐도 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딴 거보다 오승환이 올해같은 성적 앞으로 10년 정도 더 하고 싶다고 하지 않습니까. 으하하.
첫댓글 그래도 그정도 돈으로 만든 뎁스로 지키는 야구를 고집하는 건 좀... 양키스나 보스턴처럼 때론 화끈하고 롤러코스터 좀 타줘야 보는 입장에선 흥미가(특히 딴팀 펜인경우)..
근데 작년 배영수나 쌍권총보다도 올해 오승환이 포스가 넘쳐 보이네요. 외모와 체격, 그리고 표정에서 프렛샤가 느껴집니다.
최소한 3,4년은 걱정 없을듯한 뎁스..그리고 4차전의 김명제를 보고 있으니..지금은 고인이 된 고 김상진(기아) 선수가 생각나네. 한국시리즈 5차전 완투승으로 한단계 더 발전할줄 알았는데..금년 삼성은 포스만큼은 90년대 양키즈가 약간 생각남.
그러게요 정말 투수에게 제일 중요한 무기인 강심장에 포커페이스를 장착해서, 마무리에 천부적인 자질이 아닐지. (마무리하니, 조라이더는 어디로... , 노베라는.... ........ )
이번시리즈에서 박진만이 수비에서 손시현과 경쟁하는듯한 모습이 참 인상깊었다는, 정말 멋진 장면도 몇번 보여줬고요.. (말리면 달리지 마란 말이다... ) 유격수 세대교체..? (홍세완.......이 갑자기 생각나는.. )
권오준과 오승환이 같은 팀이라는거 자체가 사기죠...6회이후 득점 확률 거의 제로...
그냥 후달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