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서울 강남구 삼성동 테헤란로 한복판에 18층짜리 주거용 오피스텔이 들어섰다. 주택형이 전용 19~122㎡로 총 287가구 규모이며, 1층부터 5층까지는 상가가 들어선 주상복합이다. 또한 지하철 선릉역(2·9호선·분당선)에서 한 블록쯤 떨어진 곳에 있는 트리플 역세권으로 도심 인프라를 골고루 누릴 수 있는 입지를 자랑한다.
그런데, 주택이 들어서기 전 이 터에는 30여년 간 지상 10층짜리 1급 관광호텔이 자리잡고 있었다. 1989년 완공한 ‘삼성 그린그래스 관광호텔’이다. 주변 우후죽순 들어선 비즈니스 시설들에 경쟁력을 상실하고
폐업한 이 호텔 땅에 롯데건설이 주거용 오피스텔을 지었다.
최근들어 경기불황으로 소비가 위축되면서 도심 속 낡은 호텔이나 백화점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주거
시설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도심 속 주택 수요는 나날이 늘고 있는데, 문 닫은 쇼핑 시설은 주택에 필요한 교통인프라, 조망권 등이 잘 갖춘 경우가 많아 ‘변신’에 적합한 조건을 갖추었기 때문이다. 신지혜STS개발 상무는 “최근 온라인 쇼핑의 발달하면서 소비 패턴이 변화하면서 경쟁력을 상실한 상업시설이 늘고 있는데, 이 건물들은 애초부터 유동인구가 많이 지나는 도심 한 가운데 있는 경우가 많다”며 “입지적으로 다양한 기능을 가진 건물이 들어설 수 있는데, 현재 서울 도심에서 주택 수요가 가장 높기 때문에 주택으로
개발되는 것”이라고 했다.
■ 조망권 우수한 호텔…고급 빌라로 적합
영동대로 남단 교차로에 있던 ‘엘루이호텔’은 고급 빌라로 바뀔 예정이다. 현대건설은 이 호텔 부지를
사들여 2020년 6월 완공을 목표로 고급 빌라 ‘더 펜트하우스 청담’을 짓고 있다. 높이가 6m, 너비가 11m인 파노라마 윈도우로 한강 경치를 조망할 수 있고, 최고층 가구는 단독 루프탑 수영장까지 딸린 호화 빌라다. 총 29가구 중 273㎡ 27가구·396㎡ 최고층 펜트하우스 2가구로 2년 전 분양 당시 분양가가 80억에서 최고 200억원에 달했다.
올해 5월에는 국내 부동산 디벨로퍼 MDM도 광진구 광장동 1만2156㎡에 있는 한강관광호텔 부지를
인수했다. 매입 비용은 총 1850억원이었다. MDM 관계자는 “경치 및 주변 인프라가 우수한만큼 입지를
잘 살려 더 펜트하우스 청담처럼 최고급 주택으로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논현역 앞 1만7320㎡ 땅에 있던 ‘다이너스티 관광호텔’은 강남 1호 역세권 청년주택 사업지로 꼽힌다. 강남 교보타워 사거리 리츠칼튼 호텔 건너편으로 역세권 중에서도 초역세권에 속하는 이 땅은 지난 7월 착공 공사에 들어가 299가구 규모 임대 주택으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 백화점·마트 매출 악화일로…문 닫는 점포 늘어
폐점한 백화점이나 마트 땅에도 주택이 들어서고 있다. 최근 소비 패턴의 변화·경기 불황 등으로 유통업체의 영업손실이 늘어난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의 경우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영업손실이 무려 299억 원으로, 창사 이래 처음 분기 적자를 기록했다. 롯데마트 역시2분기 동안 영업손실 339억 원을 기록해 작년 동기 영업손실 273억원보다 더 낮아졌다.
이마트는 최근 3년간 인천점, 일산 덕이점 등 7개 점포를, 홈플러스는 같은 기간 동안 2개 점포의 문을
닫았다. 신규 점포는 없었다. 그밖에도 올해만 ‘구로 AK백화점’, ‘롯데백화점 부평점’, ‘갤러리아면세점63’ 등 수도권 내 백화점·면세점이 폐점했다.
부동산 디벨로퍼 피데스개발은 지난해 4월 안양 범계역 앞 옛 NC백화점 부지를 사들여 높이 43층 규모 주거형 오피스텔 ‘힐스테이트 범계역 모비우스’를 공급했다. 분양 당시 622가구 모집에 6만5546명이 몰리면서 평균경쟁률 105.3 대 1을 기록하는 등 경쟁률이 치열했다. 0서울디앤씨는 23년간 운영되던 ‘이마트 부평점’을 허물고 2월 주상복합 ‘부평 트라이엥글171’을 분양했다. 서울디앤씨는 올해 수원시 인계동에 ‘한화 갤러리아 백화점(1995년 오픈)’ 부지도 사들였다. 업계에선 이곳도 주택으로 개발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 도심 속 주택 세계적인 트렌드…앞으로 더 늘어날 것
디벨로퍼들은 주택이 도심에 있던 상업공간을 밀어내고 그 자리에 들어서는 것은 전세계적인 트렌드라고 이야기한다. 특히 서울의 경우 정부가 재개발·재건축을 규제하면서 신규 주택이 부족해진 것은 도심 속 주택 개발 압력이 더욱 커지는 원인으로 꼽힌다. 미국 맨해튼이나 일본의 동경·오사카 등의 중심 업무 지구에서도 상업 시설이 주택 용지로 변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도심 속에 주거기능을 갖춘 복합 단지를 조성하면 도심공동화 문제를 해결하고, 직주근접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다는 장점은 전세계 어디에나 적용되기 때문이다. 김희정 피데스개발R&D센터 소장은 “우리나라는 특히 다른 나라보다 지하철역 주변에 주택 수요가 높은 편이기 때문에 앞으로 교통망이 괜찮은 상업시설이 주택으로 바뀌는 사례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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