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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sola fides 원문보기 글쓴이: 김의천
* 전통(Tradition) 과 그리고 균형(Balance) *
지붕위의 바이올린/ Fiddler on the Roof 음악적 리뷰 + 동영상 모음
1971년/ 제작 + 감독: Norman Jewison/주연: Topol + Norma Crane
음악: Jerry Bock + John Williams /181분, 70mm
이 영화에서 기억에 오랫동안 남는 명장면은 과연 무엇일까?
바로 오프닝 크레디츠(Opening Credits = 위의 사진+ 아래 동영상)의 장면이다.
해가 붉게 물든 하늘이 보이고 또 그 하늘을 배경으로 집 한 채가 보인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그 집 지붕위의 급한 경사위에서 어느 한 사내가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있다.
그냥 서있는 것만으로도 균형을 잡기가 힘이 들어 보이는 지붕위에서 도대체
웬 바이올린 연주란 말인가?
그리고 이 장면(과 제목)은 또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캐나다, 토론토 출신의 유태인 자손,
노먼 주이슨(Norman Jewison, 1926, 캐나다)감독은
전통(Tradition)이 붕괴되는 위기를 맞으면서도 (그래도) 유지되는 아슬아슬한
균형(Balance)을 뜻한다고 제목의 의미를 부연 설명하였다.
평화로웠던 그들의 체제가 붕괴되면서 떠돌아다닐 수밖에 없었던 유태인들의
아슬아슬한 처지 자체도 어떤 넓은 의미에서는 이 전통의 붕괴로 보았지만
오랜 역사와 전통을 유지하던 유태인 그들만의 전통(아래 노래 가사 참조)이
혼혈(이교도와의 결혼)과 또 자식 세대인 신세대들의 새로운 사고방식에 의해
붕괴되는 것을 안타까워 한다는 것인데
러시아에서 유목민같이 살아가던 한 유태인 가정의 가장
테비에(Tevye - Topol, 1935, 이스라엘)의 눈으로 바라보는
유태인들의 전통관이 바로 이 유명한 뮤지컬 영화 의 주제가 되는 것이다.
러시아 혁명의 거센 소용돌이가 이들이 살고 있는 우크라이나 지방의
아나테프카(Anatevka)라는 작은 마을에 까지도 미치기 시작한 1905년.
그곳에서 가난하지만 우유를 만들어 배달하면서 부인과 다섯 명의 딸들과 함께
그런대로 단란하게 살아가는 유태인 테비에는 곧 닥칠 그들 민족에 대한 탄압을
아직까지 모르는 채 그냥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
어느 날 돈 많은 푸줏간의 라자 울프와 큰 딸의 결혼을 합의하고 집에 돌아와 이야기를 하는데
큰 딸인 짜이텔(Tzeitel-Rosalind Harris) 은 이미 양복 재단사와(자기들끼리)
결혼을 약속하였다고 대답한다. 전통의 붕괴를 이유로 반대는 해보지만 그러나
결국 이들의 결혼식은 이 영화초반부에 축제와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게 한다.
첫째 딸을 보내고 나니 이제는 러시아 청년과 사귀는 둘째 딸과 또 셋째 딸이 그의
속을 계속해서 썩이고 결국은 이교도들과 함께 떠나버린 딸들을 원망해보지만
그러나 그것도 잠깐 드디어 급변하는 혁명 시대의 그 여파는 이들 유태인 모두를
타지로 강제 이주하게 만든다.
어떻게 해서라도 정든 이 고장에 있어보려고 애는 써보지만
그러나 하나 둘씩 떠나는 이웃들을 보며 결국 눈이 내리는 한 겨울에
테비에 역시 달구지에 짐을 싣게 된다. 그리고 출가하여 그곳에 남을 수밖에 없는
딸들과도 슬픈 작별인사를 나누고는 질퍽거리는 진탕 길에 달구지를 끌고 떠나는
이들의 뒤로(아래 사진) 첫 장면에서 나온 그 ‘지붕위의 바이올린 연주자(Fiddler on
the Roof)’ 가 이번에는 길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하면서 뒤를 따라 오고 있다.
역사상 최고의 뮤지컬 영화라고 불리는 1965년의 ‘사운드 오브 뮤직(The Sound Of Music)’이
그러하였고 또 대부분의 뮤지컬 영화들도 그렇지만 이 작품 역시 1964년에
브로드웨이에서 첫 공연(런던의 웨스트엔드: 1967년)을 하였던 브로드웨이 무대극을
영화 화 한 것이다. 러시아 우크라이나에서 태어나서 20세기 초에 미국으로 이주한
유태인 숄롬 알레이챔(Sholom Aleichem. 1859-1916)이
본인이 실제 겪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해서 쓴 자전적 소설 ‘테비에 의 딸들(Tevye
And His Daughters)’[또 다른 제목: ‘우유장사 테비에(Tevye, The Milkman)']를
조셉 스타인(Joseph Stein. 1912, 뉴욕)이 뮤지컬 화하였고
이를 다시 노먼 주이슨(Norman Jewison)이
영화로 제작과 감독을 하여 전 세계적으로 소개를 한 것이다.
전통(Tradition)이라는 큰 주제와 함께 무대 뮤지컬에서는 결코 잘 묘사 할 수가 없었던
테비에의 고달픈 삶과 고뇌를 통해 일반적으로 소외되기 쉬운 아버지란 존재도
잘 부각 시켰고, 또 그를 통해 유태인들이 겪는 박해등도 잘 그려낸 뛰어난 뮤지컬로 전
세계인의 좋은 평가를 받았는데 역시 뮤지컬답게 훌륭한 음악이 이런 애달픈 줄거리를
또 참 잘 뒷받침 하였다.
테비에 역을 맡은 진짜 본토의 토박이 유태인(위의 사진),
체임 토폴(Chaim Topol. 1935년, 텔아비브 태생)은
영국에서 이 뮤지컬의 주인공역을 하다가 할리우드까지 픽업이 되었는데
정작 미국 브로드웨이에서의 주인공 이었던 지로 모스텔(Zero Mostel)이 영화의
테비에 역을 맡지 못한 것이 당시에는 화제였으나 어쨌든 토폴은 36세의 젊은 나이로
노년의 테비에 역을 참으로 잘 연기하였다. (물론 구렛나루 같은 분장 탓도 있겠으나
어쨌든 이 영화에선 상당히 잘 어울리게 늙어 보인다.)
그는 1980년대부터 있었던 이 무대극의 미국 앵콜 순회공연 때에도 다시 이 역할을
맡았었는데 영화 속에서도 11곡의 노래를 직접 부르기도 하였지만 테너 같이 굵은
그 목소리 또한 상당히 매력적이다. (21세기 오늘날에도 계속되고 있는 그의
공연 포스터 참조 - 아래 ) 대부분이 즐거운 소재들로 만들어 지는 일반 뮤지컬과는
달리 뮤지컬로서는 쉽게 접할 수가 없는 심각한 주제로 해서 ‘사운드 오브 뮤직(1965)’
보다 훨씬 잘 만든 뮤지컬 영화라고 혹자는 평을 하기도 하였지만 전통 뮤지컬의
흥행 기록에서는 이 ‘사운드 오브 뮤직’이 여전히 영예의 1위를 고수하고 있었는데
그러나 21세기에 들어오면서 부터는 죽박스(Jukebox) 뮤지컬 장르의
‘맘마 미아!(Momma Mia! 2008)’가 이런 뮤지컬 역사의 모든 기록들을 새로이 갱신하고 있다.
하지만 어쨌든 간에 그 주제 자체는 그리 흔한 것이 아닌 것만은 사실 이고
또 슬픈 그 주제를 음악이 꼭 있어야만 하는 뮤지컬로 잘 만들어서 성공하였다는
사실은 뮤지컬 역사에 있어 대단한 수확임에는 틀림이 없다.
비교를 한다는 자체가 의미가 없을 뿐만 아니라 또 있을 수도 없는 일이겠지만,
‘사운드 오브 뮤직(The Sound of Music)’에
리처드 로저스(Richard C Rogers. 1902-1979, 미국 뉴욕)와
오스카 해머스타인 2세(Oscar Hammerstein 2. 1895-1960, 미국 뉴욕)가 있다면
이 작품, ‘지붕위의 바이올린(Fiddler on the Roof)’에는
작곡가, 제리 복(Jerry Bock. 1928, 미국 코네티컷)과
작사가, 셸던 하닉(Sheldon Harnick. 1924. 시카고) 콤비가 있다.
브로드웨이 오리지널 캐스트들에 의해 1964년부터 불리어지면서, 1971년의 영화화
이전에도 대중적으로 유명하였던 여러 곡들, ‘선라이즈 선셋(Sunrise, Sunset)’,
‘ 전통(Tradition)’, ‘중매쟁이(Matchmaker, Matchmaker)’, ‘내가 부자라면(If I Were A
Rich Man)’ 같은 대부분의 인기곡(아래의 해설 참조)들이 바로 이 두 사람,
제리 복과 셸던 하닉의 작품들인데, 그들이 이 당시에 만든 많은 음악은
1974년의 ‘대부 2편(The Godfather 2)’를 비롯하여, 2004년의 '비욘드 더 씨(Beyond
The Sea)' 같은 영화들 에서도 삽입곡들로서 여전히 들을 수가 있다.
이들의 작품들을 바탕으로 하여 편곡과 변주를 거듭하면서 만들어진 영화의 전체
오리지널 스코어(OS)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할리우드 영화음악의 대부라고 일컫는
존 윌리엄스(John Williams. 1932, 뉴욕)가 담당을 하였는데, 자신이 직접 OST 녹음의
지휘까지도 하였다. 한편, 오프닝 타이틀 때의 바이올린 연주는 이 영화 속의 지방인
우크라이나 출신인 그 유명한 바이올린의 대가, 아이작 스턴(Isaac Stern.1920-2001)이
직접 연주를 하여서 더욱 더 호평을 받았었다.
(엔딩 크레디츠에서는 모든 곡들을 하나의 연주곡 메들리로 다시 들을 수 있다.)
Fiddler on the roof - Tradition ( with subtitles )
영화의 첫 장면, 닭들이 울고 언덕위로 해가 떠오르면서 하루가 또 시작된다.
그리고 지붕위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웬 사내가 등장을 하고, 그 밑에서는 주인공,
테비에가 관객들에게 설명을 시작한다.
“이 작은 마을에 사는 모든 유태인들은 다 저 지붕위에서 연주를 하는 저 사람과 같죠,
유쾌한 가락을 만들며 위험한 지붕위에 서서 삶의 균형을 잡아가는 우리들, 비결은
바로 이 전통(Tradition) 에 있답니다.“라고 말하며 이곡을 부르기 시작한다.
집의 주인으로서 집안일의 결정을 하는 분은 아버지. 그것이 전통이다.
올바른 가정을 만들고 아이들을 잘 키우는 분은 어머니. 그것이 전통이다.
3살 때부터 히브류학교에서 상술을 배우는 아들들, 아버지가 택한 사람과 결혼을 하는
딸들, 그것이 전통이다. 라는 가사로 된 이곡은 이후 연주로도 몇 번 더 나오고,
또 테비에가 큰 딸의 결혼을 처음 반대할 때도 다시 부르게 되지만, 노래 외에도
자기가 쓰는 이 모자 역시 전통이라며, 전통이 무너지면 균형도 무너진다고 이 영화의
주제인 전통을 또 다시 강조한다.
* ‘중매쟁이(Matchmaker, Matchmaker)’
Fiddler on the roof - Matchmaker ( with subtitles )
빨래를 널고 있는 세 자매 앞으로 허리가 꾸부정한 노파 한명이 지나갈 때
큰 딸 역의 로자린드 해리스(Rosalind Harris) 가 다음과 같이 노래를 시작한다.
중매(쟁이) 아줌마 제게 중매를 해 주세요. 멋진 사람을 찾아 제게 주세요
중매 아줌마 그 수첩을 뒤져 완벽한 짝을 찾아 주세요. 아버지께는 학사 사위를
어머니께는 왕 같은 부자 사위를 찾아주세요.
노래는 이어 두 동생들도 함께 따라 부르게 되는데 노래 중간에
“너희 들이 언제 중매에 관심이나 있었니?” 라는 야단도
맞는다. (세 명 다 아버지 몰래 임자들이 있다. - 아래 사진)
Fiddler on the roof - If I were a rich man (with subtitles)
이 영화의 재미난 특징 중의 하나는 신앙심이 깊은 주인공 테비에가 하나님과 대화
하듯이 위에 설치된 카메라를 응시하며(관객들을 보고) 자주 독백을 하는 장면이
많다는 것인데 다리를 저는 말을 끌고 집으로 돌아오면서도 다음과 같은 말을 한다.
"하나님, 제가 이 말이 더 필요한 걸 모르세요? 제게 딸 다섯과 가난을 주신 걸로
충분하지 않나요? 불평은 아닙니다만 가난이 부끄럽지는 않지만 자랑스럽지도 않죠."
그리고 노래가 시작된다.
내가 만약 부자라면 온종일 마시고 떠들겠네 내가 만약 부자라면 힘든 일도 않고
얼마나 좋을까? 내가 만약 부자라면 이 마을 한가운데에다가 12개방의 큰집을 짓고
사람들에게 모두 구경을 시켜야지 내가 만약 부자라면 내 아내 골디를 이중턱을 가진
마님으로 만들어서 공작처럼 뽐내게 해야지 아 얼마나 행복할까?
마굿간에서도 계속 되는 이 노래는 중간에
“두비 두비 두”하는 스켓 창법이 더욱 더 흥을 돋운다.
Sunrise Sunset
네가 바로 그 안아 키우던 어린 소녀란 말이냐?
언제 이렇게 나이가 들었고 언제 이렇게 키도 크고 예뻐졌단 말이냐.
그 어린 모습이 바로 엊그제 같은데 해가 뜨고 해가 지고 해가 뜨고 해가 지고,
계절이 바뀌면서 벌써 세월만 흘러갔구나.
이 행복한 결혼식에서 너희들에게 무슨 말을 해줘야 할까?
또 어떻게 너희들의 삶을 도와 줘야 할까?
Is this the little girl I carried?
Is this the little boy at play?
I don't remember growing older. When did they?
When did she get to be a beauty?
When did he grow to be so tall?
Wasn't it yesterday when they were small?
Sunrise, Sunset. Sunrise, Sunset.
Swiftly fly the days.
Seedlings turn overnight to sunflowers,
blossoming even as we gaze.
Sunrise, Sunset. Sunrise, Sunset.
Swiftly fly the years,
One season following another, laden with happiness and tears.
Now is the little boy a bridegroom.
Now is the little girl a bride.
Under the canopy I see them, side by side.
Place the gold ring around her finger.
Share the sweet wine and break the glass.
Soon the full circle will have come to pass.
해가 지고 촛불을 하나씩 든 마을 사람들이 예배당에 모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밤이 되면서 유태교 전통의상을 입은 신랑신부가 들어오고 이윽고 큰 딸의
결혼식이 시작되는데 이를 바라보는 테비에와 골디가 (속으로) 이중창을 이렇게
같이 부른다. (위 아래의 동영상 참조)
딸을 떠나보내는 부모의 심정이 너무나 잘 나타난 애절한 가사에
매우 동양적인 멜로디로 우리나라에서도 상당히 좋은 반응을 받았고
그래서 이 '지붕위의 바이올린(휘들러 온 더 루프)'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곡이 되었다.
Symphony Orchestra plays Medley from Fiddler On The Roof
“딸 가진 부모들은 (특히 아버지는 더) 서럽다.”고 누군가 말했다.
실컷 키워놓았더니 다 큰 다음에는 마치 자기 스스로 자란 것 같이 굴다가 사랑을 찾아
훌쩍 떠나는 것을 비유해서 한 말이겠고 그래서 간혹 결혼식장에서 우는 아버지들도
더러 있기도 하지만 그러나 그것이 세상의 이치인데 어떻게 할 것인가?
서럽지만 부디 잘 살아주기만을 바랄 수밖에 없지 않은가?
테비에와 골디가 부른 이 ‘선 라이즈 선 셋’ 은 그래서 정말 딸들을 가진 이 세상 모든 부모들의 심정을
너무나도 잘 대변하는 것 같다. (물론 아들을 둔 부모도 심정적으로는 마찬가지겠지만...)
어쨌든 이렇게 해가 뜨고 (Sunrise) 해가 지면서 (Sunset) 하루하루가 또 흘러가
어느새 자식들이 부모가 되고 또 그들의 자식들에 의하여 대(代)는 오늘도 계속 이어져
가고 있다(아래의 사진).
출처: http://jaygunkim.tistory.com/502?category=461018 [김제건의 영화음악이야기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