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아침, 한 포털의 뉴스기사에서 대한민국 피겨의 김연아선수를 인터뷰한 타임(TIME)지의 기사내용을 보게 되었습니다.
몇줄을 읽어가다가 저는 김연아선수의 한 질문에 대한 답변에 크게 동화되어 결국 그 기사대목을 여기에 옮기게 되었습니다. (여기서는 피겨외의, 음악에 대한 이야기만 하겠습니다)
타임지에서 이렇게 물었습니다.
타임: 지난 시즌 한국 전통음악을 모티브로 한 '오마주 투 코리아'를 프리 프로그램으로 선보였는데 다소 모험이었나?
김연아 : 그랬다. 아시아인이 아닌 사람들에게 중국과 일본, 한국 음악은 비슷하게 들리기 때문이다. 한국을 어떻게 표현할 지 신경이 많이 쓰였다. 한 가지 동작이나 노래로는 표현할 수 없다고 생각해서 나 자신의 감정에 집중하려고 애를 썼다. 결국 전통 음악을 썼음에도 매우 현대적인 프로그램이 나왔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제가 우선 공감한것은 "중국과 일본, 한국 음악은 비슷하게 들리기 때문.."이라는 부분과 "매우 현대적인 프로그램..."이라는 말입니다.
그리고 다음 질문,
타임 : 확실히 한국 팬들은 그 프로그램을 좋아하는 것 같다. 외국 심판과 관객에게는 얼마나 잘 받아들여졌나?
김연아 : 안무가인 데이비드 윌슨이 여러 번 한국적인 프로그램을 제안했으나 그 점 때문에 늘 거절했다. 그러나 올림픽 금메달을 딴 후 나에게 많은 지지와 성원을 보내준 한국팬들을 위해 무언가 하고 싶었다. 이 프로그램은 한국 팬들을 위한 선물이다. 외국 심판들에게 효과적으로 어필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
개인적으로 (우리나라 국민이면 다 그러하겠지만) 평소 김연아선수의 개인적인 역량과 국위를 선양하는 모습에 크게 감동하는 터라 더욱 그랬을지는 모르지만,
이 인터뷰에서 그녀가 말한 이 대목은
피겨와는 다른... 월드뮤직 매니아로서도 200% '감동스럽게' 공감하는 말이었습니다.
사실 그렇습니다.
월드뮤직의 본산지 유럽사람들 대부분은 "한국스런 음악"이 어떤 음악인지 잘 알지 못합니다.
일부, 중국과 일본사이에 있는, 이들과 비슷하거나 동질의 문화를 공유하는 정도로 여길뿐 한국적 특징을 가진 음악을 접하는 기회가 없고, 이를 소개하는 매체나 음악그룹도 그리 많지 않을 뿐더러 어쩌다 소개되는 음악들도 (그들의 청각기준으로) 우리 주변국과 엇비슷한 전통음악 형태이다보니 "독자적인 한국의 대중음악 - 즉 한국의 월드뮤직"의 모습을 그들에게 각인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핀란드의 월드뮤직그룹 바르띠나(Varttina)는 한 지방의 청소년 민속음악그룹에서 출발하였지만
카렐리아(Karelia)의 전통음악들을 독창적으로 현대화, 상업화하여
지금은 미국에까지 널리 알려진 대표적인 월드뮤직그룹으로 유명하며,
몽골의 허미창법의 여러 음악가들이 그들의 음악을 유럽인들 기호에 맞게 편곡하고 다듬어서
이미 유럽과 미국시장에서 낯익은 이름이 된지 오래입니다.
실제 유럽의 월드뮤직 음반사이트에서 가뭄에 콩을 보듯 접하게 되는 "한국의 월드뮤직으로 소개한" 음반들을 보면, "황병기씨 가야금 연주집"나 "김준영씨 거문고산조"등으로, 우리음악에 생소한 외국사람들이 편하게 접근하기가 용이하지 않은,
현대적, 대중적인 음악적요소가 거의 없는 "순수 전통음악"음반들이 대부분 입니다.
(순수전통음악과 월드뮤직의 범주는 서로 다르게 규정하고 있으며, 한류의 K-Pop은 월드뮤직에서는 논외로 하는 팝부류의 음악입니다)
물론 전통음악이 월드뮤직의 뿌리를 이루고 있음은 당연하겠지만, 그들의 관심을 우리 음악에 쏠리게 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전통적인 요소와 당대의 음악적인 요소가 겸비된 제2의 독창적인 음악들이 편곡되고 창작되어서
이국의 낯선이들의 음악적 관심을 우리음악으로 끌어올 수 있도록 흥미롭게 다듬어야 하는 것이며, 그보다 앞서 우리가 먼저 이러한 월드뮤직의 기초작업을 하는 이들에게,
그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음악을 가꿀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애정을 보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유럽의 한 유명 월드뮤직 음반포털사이트에
다른나라 월드뮤직음반들과 함께 게재된 홍종진님 대금연주 음반
한 외국 유명 월드뮤직 음반사이트의 아시아 카테고리
특히, 많은 해외활동을 통하여 외국에서 바라보는 우리문화에 대한 시각을 누구보다도 깊게 느끼고 있을 김연아선수의 이 말들은, 어쩌면 우리의 월드뮤직이 당면하고 있는 현상을 그대로 표현한 가장 적절한 말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얼마전부터 우리음악을 해외에 알리기 위하여 많은 그룹들이 고귀한 노력들을 많이 하고는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우리들의 관심결여로 그들의 존재감을 널리 알리지 못하고 있음은 너무도 안타까운 일입니다.
이러한 현실속에서 우리의 음악적 분위기를 낯선이들에게 과감하게 알리고 주저없이 평가받기를 원했던 김연아선수의 용기는 몇마디 말로써 간단스럽게 평을 할수 없을 만큼 대단한 것이라 여겨집니다.
아무튼, 이러한 시도와 노력들이 계기가 되어서 외국의 월드뮤직시장에서 "Korea"라는 타이틀이 좀 더 대중 깊숙이 각인되는 현실이 빨리 이루러졌으면 하는 기대와 바램을 함께 적어봅니다.
음악 'Homage to Korea'는 우리의 민속적 바탕과 현대의 음악적 요소가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는,
우리의 '월드뮤직'으로서도 조금도 손색이 없는 음악이라 여겨집니다.
김연아선수의 감동적인 연기와 더불어, 외국인 관객들과 함께 나누었던 "Homage to Korea"를 다시한번 더 느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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