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8월 11일 연중 제19주일 말씀 묵상 (에페 4,30-5,2) (이근상 신부)
그러므로 사랑받는 자녀답게 하느님을 본받는 사람이 되십시오.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사랑하시고 또 우리를 위하여 당신 자신을 하느님께 바치는 향기로운 예물과 제물로 내놓으신 것처럼, 여러분도 사랑 안에서 살아가십시오.(에페소 5,1-2)
'본받는 사람'이란 말은 참 점잖은 표현이다. 희랍어 본문은 본받는 사람을 뜻하는 하나의 단어, 미메테스가 쓰였다. 모방자, 흉내내는 이란 뜻이고, 똑같이 배끼는 사람을 뜻한다. '하느님의 모방자가 되십시오'가 직역인데 이때 모방자란 모방하는 대상의 본질을 이해하는 것보다 그의 외향을 재현하는 이를 말한다. 우리가 주님과 맺어야 할 관계를 어쩌면 이보다 더 현실적이고 실천적으로 알려주기는 어려울 것 같다.
우리는 사랑의 의미가 무엇인지 다 파악하여 우리가 이해한 바대로, 그러니까 우리의 한계 속에서 받아들이는 만큼만, 그러니까 내 식대로 내 이해대로 내 방식대로, 한마디로 내 맘대로 사랑하는 이들이 아니라 때론 이해할 수 없고, 때론 받아들이기 힘들고, 때론 내 식이 아니고, 한마디로 내 맘대로가 아니지만 예수를 보니 그라면 이리 하겠지라는 바로 그 '봄', '식별'을 따라서 살아야 한다는 말씀.
그렇게 우리 자신이 예물과 재물이 되어야 함을 담담하게 알려주고 계신다. 그리 할 수 있으니 그리 하라는 말씀이기도 하여 마음이 먹먹하다. 참 먼 곳에서 사는 이에게 이런 귀한 말씀이 감히 가당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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