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미국의 8대 무역적자국으로 부상 트럼프 전 대통령, 경제적 압박 나설 가능성도 "가스 등 수입 늘려 균형잡아야"
사상 최고 수준으로 늘어난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가 골칫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무역흑자를 빌미로 한국에 경제적 압력을 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 차원에서 가스 등의 미국 수입을 늘려 균형을 맞추는 방안을 전략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7일 한국무역협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대미 무역수지(수출액-수입액)는 444억달러로 사상 최대의 흑자를 냈다. 1년 전보다 58.6% 급증한 수치다. 대미 무역은 1998년 적자에서 흑자 구조로 돌아선 이후 최근 3년간 급속히 흑자액이 증가해 왔다. 올해 1~3월 대미 무역흑자도 132억 6천만 달러로 앞으로 연간 최고 흑자액을 경신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한국의 최대 수출국도 중국에서 미국으로 바뀌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월별 최대 수출국이 20여 년 만에 중국에서 미국으로 바뀌었고 이후 올해 2~3월에도 대미 수출액이 대중 수출액을 앞질렀다.
대미 무역은 자동차를 중심으로 호조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미국으로의 자동차 수출액은 전년에 비해 44.6% 증가했고, 2차전지 수출액도 16.8% 늘었다. 미국이 자국에 공장을 짓는 기업에 보조금 등을 주는 정책을 펴는 것도 대미 수출 규모를 키우는 요인이다. 국내 기업들이 미국 현지에 반도체와 2차전지, 전기차 공장 등을 건설하면서 관련 장치 수출도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기계류의 지난해 대미 수출 증가율은 100.2%에 이른다.
대미 수출 증가는 대중국 수출이 부진한 동안 큰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한국은 대미 무역을 둘러싼 딜레마에 빠져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선을 위해 내건 공약집 '어젠다 47'에서 "일본과 한국에서 들어오는 값싼 수입품으로 인해 미국의 자동차 산업이 파괴되고 미국의 심장부 마을과 도시 전체가 황폐해졌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모든 수입품에 10% 관세를 도입하고 무역흑자가 많은 나라일수록 관세를 더 매기겠다는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한국은 미국의 10대 무역적자국에 포함돼 있으며 2022년 9위, 지난해 8위에 올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미 무역흑자를 빌미로 한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는 등 경제적 압력에 나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선제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기업의 수출을 인위적으로 줄이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정부가 나설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산업연구원은 지난달 낸 보고서에서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후보가 당선될 경우 무역수지 흑자에 대한 압력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며 "과거 트럼프 행정부 시절 미국산 셰일가스 수입 확대 등을 한국 정부 차원에서 홍보하고 실행했던 것을 감안하면 이번에도 무역수지 흑자 규모를 전략적으로 줄이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