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세 목사님의 격려를 받으며~~
긴 명절 연휴를 잘 보내셨는지요?
일상으로 복귀한 1월 31일(금) 오전, 약 65분간의 통화를 했습니다.
형제간에도 어쩌다 통화하면 “별일 없제” 하면 끊게 되는 전화를 이례적으로 길게 한 이유가 있습니다.
전화를 주신 분은 올해 93세이시고 은퇴한지는 25년되는 목사님이시랍니다.
서울의 한 교회에서 40년 가까이 담임으로 시무하셨다는 말씀에 할 말을 잃어버리고 그분의 말씀을 듣는 식의 통화 였습니다.
어떻게 저를 아시고 전화를 주셨느냐 했더니, 저의 졸저인 “시골목사의 오지랖 사역이야기”를 선물로 받아서 연휴기간 동안 정독을 하셨답니다.
당신께서도 통합측 목사이셨다며, 살아오면서 오지랖 사역이라는 표현은 처음들었고 후배 목사의 사역에 깊은 인상과 감동을 받아서 전화하셨다 합니다.
그분은 반평생을 목회자로 사시며 그 어렵다는 교회 건축을 세번이나 경험하셨답니다.
보릿고개를 온 몸으로 경험하신 1세대 선배 어르신분의 생생한 목회 경험담을 들으며 한 수 배운 느낌입니다.
이 분의 말씀가운데 두 가지 점이 인상적입니다.
은퇴하신 교회를 건축할 때 설계사무소에 3가지를 요구했다 합니다.
1. 교회가 자리한 지역과 조화가 되는 건물
2. 다른 교회를 모방하지 말고 차별화 해 줄 것
3, 오랜 세월 동안 튼튼한 건물로 설계를 의뢰했다 합니다.
그러자 설계 사무실 대표분 왈, “지금까지 수많은 교회당 설계작업을 하면서도 목사님 같은 분은 처음이었다” 하더랍니다.
목사님의 세 가지 요구 사항이 감동적이라며 이후 작업 진행에도 여러모로 도움을 받았다 하셨습니다.
또 하나는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미혼모 사역을 시작한 분이랍니다.
당시 선교사로 이땅에 오셨던 선교사 부인분과 함께 세 명의 아가들을 돌보았는데, 놀라운 점은 93세의 어르신이 처음 세 아이들의 이름을 알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이 목사님께 “어떻게 그 연세에 선교사 부인 이름과 아이들을 다 기억하시냐”고 반문하자 뜻밖의 답변을 하셨습니다.
“내가 한 일이니까요.”
흔히 하는 말 가운데 “사람은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간다” 라 말합니다.
이 말에는 원숙함과 나이든 사람만이 풍길 수 있는 여유라 할까, 세월을 관조(觀照)하는 말이라 하겠습니다.
대화 말미에 대 선배 할아버지 목사님께서 한 가지 제안을 하시는데 새겨 들을만 하다 싶었습니다.
그분 왈, 작은 교회를 섬기는 목회자일수록 은퇴를 앞둔 십여년전부터 적게라도 준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당신은 그 연세에 지금도 자제들에게 의탁하지 아니하고 홀로 강원도 평창에서 효소를 연구하며 지내고 있다 하셨습니다.
또 하나 이분의 제안 가운데 인상적인 점은 최소한의 여유가 있다면 산골짜기에 나무를(묘목)심어라는 것입니다.
앞으로 백세 시대에 미래를 내다보며 나무를 심어라 권면하는 노(老)목사님의
제안을 들으며 바람직한 나이듦의 모습을 벽두부터 접할 수 있음이 감사했습니다.
더불어 보잘것없는 시골 목사의 치기(?) 어린 사역임에도 높이 평가해 주시는 대 선배분을 통해서 격려해 주시는 우리 구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가 놀랍고 감사할 뿐입니다.
여러분 한명 한명을 주님의 이름으로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