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인구가 몇십억이더라? 스타벅스의 연간 판매율에 관한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1년 동안 판매되는 커피가 무려 4천억 잔! 톡톡 털어 60억 명이 살고 있다 해도 1인당 연간소비량이 67잔 정도 된다. 한 살배기 꼬맹이부터 밀림 어느 구석 ‘뿌깐따삐야’ 부족의 추장까지, 일주일에 한 잔 이상은 마시는 양이란 말이다. 오~ 놀랍지 않은가? 그 소비량에 일조하는 사람이 아마도 쎄씨 편집부의 K 에디터지 싶다. 그녀는 밥을 굶는 한이 있어도 그란데 사이즈의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커피는 꼭 마신다.
건강에 좋을까 나쁠까?
커피를 얼마나 마시느냐고 물었다. “셀 수 없다”가 바로 그녀의 대답. 스타벅스에 가면 늘 그란데 사이즈를 마셔야 하고, 또 그 사이즈로 하루에 세 잔까지 마실 수 있다는 말을 곁들인다. 하루도 커피를 거르는 날은 없단다. 그 크고 긴 컵으로 하루 세 잔? 놀란 에디터는 그녀에게 질문을 더했다. 커피를 마시지 않으면 발생하는 특별한 증세는 없느냐고. “머리가 아파, 두통이 와.” 책에서 읽던 바로 그 증세다. 커피중독증을 앓고 있는 이들에게서 나타나는 대표적인 특징. 하루에 소량의 커피를 마시는 건, 건강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카페인을 50~100mg 정도 섭취하면 각성 상태가 증가되고, 안도감이 느껴지며, 말을 하거나 일을 할 때 능률이 오를 수 있으므로. 커피 반 잔(한 잔이 100mg) 정도면 삶이 행복해지고, 또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는 거다. 그러나 하루 500mg이 넘으면서부터 슬슬 중독 증상이 시작된다. 불면증과 불안증 등. 1,000mg이 넘으면 사고와 언어의 혼동, 흥분, 사람에 따라 눈에 섬광이 보이기도 하며, 위장 운동을 자극해서 위궤양 등을 악화시킬 수 있다. 머그잔에 가득 담은 커피의 카페인 양이 200mg 정도 된다면 중독 증세가 시작되는 건 두 잔 정도부터(몸무게가 덜 나가는 사람의 경우, 소화해낼 수 있는 양이 더욱 적다. 8mg/kg이 한계점). 하루 두 잔쯤 마시고도 격분하거나 잠을 못 자거나, 손을 벌벌 떤 일은 없다고 자부하는 사람이더라도 조심해야 한다. 내성이 생겨 그 증세를 느끼지 못하는 것일 뿐이니까.
만성 커피 증후군
커피에 중독성이 있다는 것이 의학적으로 인정된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만성적으로 커피를 과하게 마시는 것을 ‘커피신경과민’이라 부르기 시작한 시기가 1970년대 후반. 요즘에는 이를 카페인중독증이라 부른다. 일단 신경과민이나 흥분, 불면, 안면홍조, 이뇨, 위장 장애 등의 증세가 보이면 카페인중독증이 아닐까 의심해봐야 할 듯. “중학교 때부터 마셨거든. 커피 마시면 잠이 안 온다고 하기에, 공부하면서 마셨지. 정말 잠이 안 오는 거야. 그래서 그때부터 주욱.” 에디터 K의 나이가 30대 초반이니까, 어림 잡아 십수 년 동안 커피를 애음해왔다는 것인데, 그 사이 알게 모르게 카페인 의존도가 높아졌으리라. 카페인 기운이 떨어지면 우울하거나 기운이 떨어지는 느낌이 들고, 다시 커피를 마심으로써 그런 우울하고 쇠약해진 느낌을 떨친다. 결국 ‘카페인의 힘’을 빌려 하루 하루를 보내게 되는 것. 무서운 것은 커피에 대한 내성이 커졌을 때다. 한 잔, 두 잔 마셔도 커피발이 전혀 받지 않을 때, 마시는 횟수를 늘리게 되는데 그렇게 하다 보면 치사량인 67잔(670mg)도 마셔버릴 수 있다는 것. 치사량까지 이르지는 않더라도 하루에 커피를 10잔 마시면 귀울림이 생기거나 팔다리가 무감각해지는 현상을 경험할 수 있다.
담배처럼 커피도 줄여라!
“왜 줄여! 이 좋은 것을!”이라고 강력히 주장한다면 뭐, 별수 없지만. 커피 역시 담배와 마찬가지로 강한 중독성이 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 더 문제. 커피도 담배나 술처럼 끊기가 맘처럼 쉽지 않다. 만성커피중독증을 치료하는 방법은 섭취를 중단하거나 감량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강력한 동기가 없다면 성공하기 어렵다. 금단 현상이 사라지려면 4~5일이 지나야 하고, 필요하다면 금단 현상의 일종인 두통을 진정시킬 만한 진통제를 섭취해야 한다. 카페인이 제거된 커피나 음료 등으로 대체하는 것도 방법이다. 금단 현상이 뚜렷하고 심할 때 사용하면 좋은 방법. 이를테면 골초가 냉정하게 금연하기에 앞서 에쎄 같은 슬림 담배를 피우는 것과 유사한, 일종의 과도기를 넘어서는 데 필요한 방법이라 하겠다. 인스턴트 커피가 원두커피보다 카페인 함량이 적으므로, 우아한 스타벅스 커피보다는 경제적인 커피믹스로 대신해도 좋을 듯. 아예 디카페인 커피를 마시는 것은 어떨까. 풍미와 멋이 떨어지기는 하지만 말이다. 웬만한 카페인으로는 정신이 꿈쩍도 하지 않을, 만성커피중독증은 예방하고 봐야 하지 않겠느냐 이 말이다. 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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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보영 쎄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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