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021년 8월 21일이면 김대건 신부 탄생 200주년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최초의 사제이자 유네스코가 지정한 2021년 세계 기념 인물인 김대건 신부는 조선 후기 천주교 박해로 3대에 걸쳐 순교를 한 집안에서 태어났다. 충청남도 당진시 솔뫼성지. 김해 김씨의 뼈대 있는 양반가였음에도 불구하고 김대건 신부네는 증조할아버지때부터 서학(천주교)를 받아들이고 심한 박해에도 굴복하지 않고 신앙을 지켜간 가문 중의 하나이다.
정조 임금 사후 천주교 박해는 점점 가혹해졌다. 당파 싸움의 빌미로 이용되기도 하였고 유교의 정신을 혼미케 한다는 이유만으로 천주교 신자들은 가차없이 색출하여 모진 고문으로 죽어가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주교를 믿는 이들은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프랑스 외방선교회 소속 신부들이 몰래 들어야 세례를 베풀고 미사를 집전했지만 그것조차도 여의치 않아지기 시작했다. 그런 와중에 조선의 젊은이 중에 똑똑한 이들 3명을 중국으로 보내 신학 수업을 받게 했고 그중에 한 명이 바로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였다. 우여곡절 끝에 조선으로 다시 입국한 김대건 신부는 만 1년여 간의 짧은 사제 활동 기간이었지만 자신의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순교의 자리를 회피하지 않았다. 그가 그린 지도 중 <조선전도>는 프랑스국립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데 독도가 로마자 표기로 분명하게 씌여져 있어 독도 영유권 분쟁에 있어 분명한 근거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조선전도>에는 조선의 전 구역을 자세하게 묘사했을 뿐만 아니라 조선과 중국으로 가는 해로와 항로를 정확하게 표기하여 선박을 이용하는 이들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 김대건 신부의 재주와 영민함을 아낀 당시 헌종 임금은 목숨만큼은 지켜주기 원했지만 천주교를 정치에 이용한 이들은 희생 제물로 김대건 신부의 목숨을 가만히 놔 두지 않았다.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는 초등학생들부터 어른에 이르기까지 조선 후기 천주교 박해의 중심에 있었던 김대건 신부와 천주교 교인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자료임에 틀림이 없다. 종교를 떠나 조선 후기 당시 동아시아 지역의 정세도 읽을 수 있으며, 외국과 철저히 담을 쌓고 자기만의 성을 쌓고 있는 조선 정부의 무능함도 살펴 볼 수 있다. 갖은 핍박과 심한 박해에도 불구하고 신앙을 포기하지 않고 순교자의 길로 걸어간 사람들의 당당함 앞에 변질되고 있는 우리의 신앙을 다시 한 번 점검하게 된다. 부유한 집안에서 호의호식하며 편안하게 종을 부리며 살 수 있었던 가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천주교의 신앙 따라 계급과 신분에 따라 사람을 차별하지 않고 평등의 정신을 몸소 실천했던 초기 신앙인들의 단호한 모습에 우리의 삶을 다시 돌아보게 만든다. 부유한 자, 가난한 자, 유명한 자와 그렇지 않은 자를 구별하고 강자 앞에는 유순함으로 약자에게는 엄격함으로 대하는 이중인격적인 우리의 모습을 다시 돌아보게 만든다.
2021년 유네스코가 김대건 신부를 세계 기념 인물로 지정했다. 이제 그의 정신을 삶 속에 실천할 때다. 목에 칼이 들어오더라도 불의 앞에 타협하지 않는 불굴의 용기, 자신의 신앙을 부인하지 않고 죽음으로 정면승부했던 고귀한 태도를 일상의 삶 속에 우리도 드러내야 할 때다. 한낱 돈 앞에, 권력과 인기에 영합되어 무늬만 신앙인것 처럼 사는 것이 아니라 단호한 결기가 삶 속에 분명히 드러내야 할 때다. 위기는 신앙을 더 빛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