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보배드림에서도 뜨거운 감자였던 논쟁거리네요. 그곳이야 대중이 드나드는 포털 사이트라서 입 아프게 떠들어봤자 이해할 사람이 별로 없으므로 구경만 했지만, 여기에선 그냥 구경만 하기가 아쉬워서 몇 자 두드려 봅니다.
자연흡기 휘발유나 터보 디젤이냐라는 선택의 문제로 본다면 두말할 필요없이 휘발유가 되겠군요.
1. 디젤 엔진은 재가속에 유리하다?
디젤 엔진이 생활용으로 좋은 점은 저회전에서의 두툼한 토크지요. 롱 스트로크와 고압축비에서 나오는 토크가 실생활영역에서 뿜어나오므로 저회전에서 쉽게쉽게 가속을 할 수 있습니다. 덕분에 연비도 좋지요. 롱 스트로크와 고압축비는 고회전을 힘들게 합니다. 엔진 내로 들어오는 연료와 공기는 엔진 내외로 이동 시에 생기는 저항이 있기 때문에 고회전으로 갈수록 정교하게 연료와 공기의 양을 조절하기 힘들게 합니다. 따라서 고회전이 어렵고 출력이나 토크가 금방 감소해 버립니다. 스포츠 주행을 위해서 설계되는 고회전 지향 엔진이 로우 스트로크로 가는 이유가 그렇죠.
남용형님이 느끼시는 회전수의 한계가 바로 디젤 엔진의 단점입니다. 스포츠 주행처럼 계속 회전수를 올려서 주행하는 경우 디젤엔진의 좁은 회전 영역과 고회전에서 급격히 감소하는 출력과 토크는 별반 도움이 안됩니다. 저회전에서 느꼈던 기분좋은 가속감은 금방 사라져버리죠. 게다가 롱 스트로크의 특성상 고회전으로 갈수록 엔진 반응은 굼뜹니다. 거기에 비해 가솔린 엔진은 고회전 영역에서도 회전수가 금방 올라가죠. 게다가 출력과 토크는 더욱 높아지고요.
엔진이 하는 일(마력)은 회전수*토크 입니다. 즉 디젤이 토크가 높아봤자 회전수가 낮아서 결국 하는 일은 그다지 높지 않습니다. 다른 조건이 동일하다면, 언덕이든 내리막이든 서킷이든간에 그 차의 빠르기는 엔진이 하는 일(마력)으로 결정됩니다.
2. 코너링 한계는 휘발유 엔진이 유리하다?
당연한 말입니다. 차의 무게에서 오는 코너 한계 속도는 엄청난 차이를 보입니다. 보통 디젤 엔진이 휘발유엔진보다 동일한 배기량에서 100-150킬로 정도 무겁습니다. 이 무게는 코너 한계 속도에 많은 차이를 줍니다. 보통 엔진은 차의 앞에 장착되므로 차의 무게 배분은 디젤 쪽이 더욱 불리합니다. 디젤 엔진의 재가속이 유리하다 할지언정 코너 한계 속도의 차이가 커서 탈출 시에 가솔린 엔진이 이를 상쇄할 만큼의 재가속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일반 사람들이 몰기에는 디젤 엔진이 더욱 쉽습니다. 왜냐하면 무게가 더욱 앞으로 치우친 디젤 엔진 차의 특성으로 차의 거동이 더욱 일정해지기 때문입니다. 차가 무거워질수록 관성효과가 커져서 차의 거동은 점점 일정해지고 무뎌지기 마련입니다. 로터스 같은 경우 앞이 매우 가볍고 차가 경량이라 극악의 케이스로서 운전하기 매우 까다로운 편에 속합니다. 이와 반대로 일반적인 디젤 세단의 경우 휠베이스가 길고 앞이 무겁기 때문에 주구창창 언더스티어만 나므로 거동이 일정합니다. 게다가 앞이 무겁기 때문에 휘발유 엔진 자동차보다 자동적으로 앞에 하중이 쏠려 있기 때문에 타이어의 한계 가까이 운전하지 않는 한 앞 바퀴에 하중이동이 자동적으로 되어 있어 더욱 쉽게 코너링을 구사할 수 있습니다. 앞바퀴에 실린 무게만을 두고 보았을 때, 일반인 입장에서 굳이 하중이동에 많은 신경을 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하중을 앞에 둔 채로 코너링을 할 수 있는 셈이죠.
3. 그럼 왜 많은 사람들이 디젤 자동차가 빠르다고 느끼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이 디젤 자동차를 몰거나 뒤에 따라갔는데 생각보다 쉽게 따라잡지 못하는 것은 한계 영역 가까이 주행하지 않았을 때 입니다. 평범한 기술을 가진 두 사람이 앞에 디젤 뒤에 휘발유로 달린다고 가정합니다. 코너링 시에 앞이 무거운 디젤 차는 앞바퀴에 무게가 쏠려 별다른 하중이동 없이도 코너를 돌아나갑니다. 휘발유 차의 경우는 (하중 이동을 잘 못한다는 가정 하에) 디젤보다 앞바퀴에 하중을 주지 못하고 코너링을 합니다. 어짜피 엔진의 고회전을 유지하지 않았기 때문에 초반에 좋은 가속감을 보이는 디젤이 좋은 가속감을 선사하고 뒤에서 따라오는 휘발유차는 생각보다 디젤이 빠르다는 인상을 받게 됩니다. 그리고 가솔린이 힘을 내기 시작하는 고회전에서 달리는 시간이 짧기 때문에 가솔린 엔진이 힘이 없다는 인상을 받게 됩니다.
4. 두툼한 토크는 코너링 시에도 도움이 되나?
고배기량의 자동차로 극한의 주행을 하신 분은 아시겠지만 C63, 콜벳, 바이퍼, 그 밖의 머슬카에서 보여주는 두툼한 토크는 재가속에는 유리하지만 코너링 시에 스로틀 전개를 망설이게 하는 적이 되기도 합니다. 타이어의 한계에서 아슬아슬하게 트랙션 승부를 보는 순간 토크가 클수록 스로틀 전개 시에 쉽게 트랙션을 잃기 때문이죠. 그래서 고배기량 차들은 전자장비가 개입해야 손쉽게 빨리 달릴 수 있습니다. 낙호 형이 CTS_V 시승기에서 언급했듯이 스로틀 전개가 숙련되기 전까지는 전자장비를 켜놓고 가속해야 더욱 빠르게 속도가 붙는다고 한 것입니다. 툭하면 뒷바퀴가 미끌어질테니까요. 포뮬러 자동차가 고마력에 저토크 세팅을 가지는 이유가 바로 그러합니다. 워낙에 가벼운 차이므로 토크가 두툼하면 일반차보다 몇 배나 쉽게 슬립을 발생할 것입니다. 디젤 차 또한 코너링 시에 스로틀을 전개해보면 더욱 쉽게 슬립을 보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대체로 내리막에서 느낄 수 있습니다. 힐 클라임에서 그걸 느낄 정도의 고마력 디젤차는 없기 때문이죠) 그러니 스로틀 전개량이 휘발유보다 적어져서 코너링 중간의 재가속에 그다지 잇점이 없습니다. 진입속도도 늦을 뿐 아니라 코너 탈출 속도 또한 휘발유보다 늦을 수 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두툼한 토크에서 오는 트랙션 확보의 감소를 상쇄하기 위해 4륜을 생각하게 됩니다. 여기에는 람보르기니, GTR-35, 란에보, R8 등을 떠올릴 수 있지요.
5. 그렇다면 GM 대우 레이싱 팀의 라세티 프리미어에 대해서는 어떻게 설명하겠는가?
일단 레이싱 팀에서 사용하는 엔진은 손을 봐서 일반 디젤 엔진보다 높은 마력으로 세팅을 했습니다. 물론 현재 디젤 엔진에 대한 제한 규정이 생겼지만, 일상 주행을 안하는 레이싱 차의 경우 일반 차량보다 내구성을 양보한 극한의 튜닝이 가능할 것입니다. 따라서 좀더 휘발유 엔진에 가까운 특성으로 조정이 가능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전의 라세티 EX에 비해 베스트 랩이 0.5초 정도 늦다고 하니 디젤의 불리함은 이것으로도 충분한듯 하네요. 과거부터 계속 GM 대우 레이싱 팀이 1, 2위를 해온 것을 감안하면 드라이버의 역량 또한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단지 지금의 성적을 두고 디젤이라 그렇다고 말하는 것은 어폐가 있습니다.
P.S 포드 몬데오와 비슷한 급인 볼보 S80 D5로 대관령을 주행해보니 오르막에서는 경주용 클릭과 비슷한 랩타임을 찍었습니다. 하지만 내리막에서는 따라가기도 버겁습니다. 다시 말해, 무게 대비 출력이 같다면 상대적으로 타이어 부담이 적은 오르막에선 비등비등할 수 있을 지는 몰라도 내리막에서는 도저히 휘발유 차를 따라갈 수 없습니다. 서킷이라면 더 말할 필요도 없겠죠.
P.P.S 조만간 가질 와인딩에 프라이드나 라프 급의 디젤을 하나 섭외해서 영상을 찍고 시간을 재보면 명확하게 비교할 수 있겠네요.
첫댓글 잘 봤습니다... 자세히 설명해 주시니 머릿속에...쏙쏙 들어옵니다. ^^
감사합니다. ^^ 즐거운 카 라이프 되세욤~
저도 잘 봤어요~ 앞이 무거울수록 회두성과 연관이 되어 진입속도에는 손해를 보는게 맞는 것 같습니다.
근데 궁금한게 있는데요. 진입속도 말고 코너링 한계속도의 경우에요.
코너링 한계속도는 결국 타이어의 접지력과 차의 중량에 의한 원심력의 싸움일텐데요.
물리시간에도 나오듯 무거우면 무거운만큼 접지력이 커지기 때문에...
코너링시의 한계속도 및 탈출속도는 차이가 없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단순 무게보다는 무게중심이 누가 더 낮은가에 달려있을 것 같아서요.
디젤차량 처럼 무게가 높고, 고회전을 사용하지 못하면 코너링의 한계속도에서 '이븐 스로틀(약악셀)'하기가 힘들어집니다. 그것이 결과적으로 일정한 주행템포를 방해하고 한계속도 유지및 탈출 재가속에 로스가 되죠.
김남진님 말씀과 더불어 타이어의 열포화도 생각해야 합니다. 따라서 무거울수록 광폭 타이어를 써야 하는데 디젤 차의 경우 무게에 비해 출력이 낮기 때문에 그만큼 넓은 타이어를 쓰지는 않죠. 노진씨가 말하는 무게에 비례하는 접지력은 타이어가 무게나 열에 무관할 경우라는 전제가 깔려야 할 것 같군요. 대청댐이나 피반령같은 숏코스의 경우엔 느끼기 어렵지만 태백의 오랫동안 횡G를 받는 자이어트 코너의 경우 타이어 부담이 장난이 아닙니다. 물론 대관령이나 구룡령도 마찬가지구요. 예전에 볼보 s80 d5로 대관령 내리막 한 번 쎄게 달려봤더니 한번에 타이어 절반 썼습니다. -_-;;
무게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순간은, 한계 주행 속도에서의 차량의 접지력이 아슬아슬한 순간이라고 봐야 겠지, 이를 테면,잘하면 돌아 나갈수도 있고, 잘 못하면 날라갈 수도 있는, 일단 무게가 조금이라도 무거운 경우에는 차량의 미끌어짐이 발생 하면 그만큼 다시 회복 하기가 쉽지 않고,시간도 많이 필요 하고, 재가속에도 불리할 테니까, 무게 중심이 더 낮은가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2-3 바퀴 돌고 끝내는 트랙주행이나 5분 안팎의 와인딩 주행이 아닌 이상 무게는 중요한 문제가 될거야, 우선은 타이어와 하체 부품들,그리고 샤시와 엔진/변속기등등이 감당해야 되는 스트레스의 양이 다르니까,
간만에 보는 시원한 글이군요. 좋은 글 읽고 갑니다^^
보충 설명 감사합니다^^
설명이 넘 훌륭한데요....+_+b
과찬이세요. 고맙습니다~
잘 읽었어요..이론에는 대충 두루뭉술인 나를 대신해 설명 잘 해줘서 쌩유여..^^
형님도 경량 휘발유 하나 장만하시죠~ 몬데오 너무 고급 세단인데요...ㅋ 아까워요. 자꾸 그렇게 타면 나중에 잡소리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ㅎㅎㅎ 이제사 봤구먼... 치과 의사 하면서 드라이빙 강사도 겸하면 좋겠구먼~
이번 주에 출격하실거죠?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