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字 隨筆 문득.1128 --- 긴가민가하면서 설마설마한다
‘긴가민가하다’라는 말은 ‘기연가미연가(其然-未然-)’라는 한자어에서 나왔다고 한다. 이를 줄여서 ‘기연미연’이 되고 또 그것이 ‘긴가민가’로 바뀌어 쓰이게 되었다. 그런지 그렇지 않은지 분명하지 않은 것을 나타낼 때 쓰는 표현이다. 적극적이기보다 소극적이다. 나서기보다는 뒷전에서 투덜거리지 싶다. 확실시하기보다 두리뭉실하게 넘어간다. 마음의 여유라기보다는 귀찮으면서 어딘가에 은근슬쩍 빌붙어 가지 싶다. 한마디로 확고한 내 주관보다는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 같다. 좋은 것이 좋은 것이다. 그렇다고 낙천주의나 긍정적인 것도 아니다. 그런 것도 같으며 아닌 것도 같아 애매모호 하다. ‘설마설마한다’라는 말은 어떤 일이 일어날 가능성을 계속해서 부정하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일어나고 있어도 그럴 리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여전히 남아 있는 것이다. 긍정 속에서도 부정하는 것이다. 끝끝내 뒤끝이 미덥지 못한 것이다. 따라서 매사 깔끔하기보다는 미적지근한 것이다. 안심이 되기보다 불안한 것이다. 남이 하는 일에 혹은 일어나고 있는 일을 믿으면서 믿지 못하는 것이다. 의구심에서 벗어나지 못하므로 정서적으로 불안할 수밖에 없다. 독자적으로 자신 있게 결론을 내지 못하는 것이다. 설마 그럴 리가 있어, 설마 그렇지 않을 리가 있어. 양다리 걸치기도 아니며 애매모호 하다. ‘꾸깃꾸깃하다’라는 말은 종이나 천 따위를 잔금이 지도록 마구 세게 자꾸 접거나 비비는 모양을 나타내는 말이다. 겉모습만 그런 것이 아니다. 마음이나 생각도 그렇다. 새로운 것이라도 좀 어딘가 매끄럽지 못하고 굴곡이 있지 싶다. 내가 하는 일에 내가 책임을 져야 하는데 나조차 자신감이 없어 똑소리 나게 말을 하거나 확정을 못 짓는다. 참으로 긴가민가하고 설마설마하는 마음이지 싶다. 누군가 곁에서 거들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올라가기 전에는 올라갔다고 말하지 마라. 올라간 다음에 올라갔다고 해도 늦지 않다.” 너무 조급해 서두르다 혹은 너무 느긋하게 늦장 부리다 기회를 놓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