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자동차 회사가 어떻게 세계 최고의 미국 자동차 회사와의 경쟁에서 이겼는지 원인을 분석한 Harvard Business Review에 실렸던 논문입니다.
1970년 대까지 일본차는 싸구려, 고장 많은 차, 사고가 났을 때 탑승자를 보호하지 못하는 안전하지 않은 차라고 알려졌기에 JAP이라며 비아냥 거리며 일본 제품은 저질이라는 인식이 강했습니다.
1970년 대에 TQC(Total Quality Control) 개념을 최초로 확립한 Dr. Edward Deming이라는 학자는 미국에서 인정 받지 못했습니다.
그 때 일본 사람들은 Dr. Deming을 초청해서 품질관리를 철저하게 배웠습니다.
TQC를 배운 후 일본 사람들이 덧 붙인 5S(정리, 정돈, 청소, 청결, 정위치)를 습관화 했고, 초등학교 밖에 교육 받지 못한 토요타의 오오노가 수퍼마켓의 재고관리 시스템에서 착안한 JIT(Just In Time) Manufacturing system으로 Work-in-process 재고를 4시간 이내로 줄였습니다.
미국의 품질관리 시스템에 독특한 일본만의 생산관리 시스템을 보탰습니다.
미국의 보통 자동차 공장은 부품 재고를 2주에서 한 달 정도 보유하고 있는데 토요타는 줄이고 또 줄여서 4시간 이내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Line Stop이란 제도를 만들어 어느 공정에서라도 불량을 발견하면 공장 전체의 생산을 중단 시킨 후 문제 해결을 한 후 생산 라인을 재가동 하곤 했습니다.
생산 현장 직원 모두가 제안제도를 통해 한 명이 연평균 40건 이상의 제안을 하면서 생산을 개선하고 또 개선하여 원가를 절감 했습니다.
그 논문에 의하면 미국의 소형차 제조 원가가 5천 불로 기억하는데 토요타의 제조 원가는 1,400불이 더 저렴했습니다. 태평양을 건너는 운송비와 관세 같은 부대비용이 400불인데 그 추가 비용을 지불하고도 제조원가는 1,000불이 더 저렴했습니다.
제조원가만 더 저렴한 것이 아니라 품질이 급격하게 좋아져서 고장이 나지 않았습니다.
1985년 제가 미국에 공부하러 왔을 때 700불 주고 13년 된 에어컨도 없는 GM의 Catalina란 차를 샀습니다. 운전석 바닥 철판이 삭아서 달릴 때 아스팔트 바닥이 보였습니다.
학부에서 기계 공학을 전공했고 고치고 만드는 것을 좋아해서, 머플러를 갈거나 브레이크 패드를 가는 등 웬만한 수리는 제 손으로 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제 손으로 수리 할 수 없을 때는 정비공장을 갔는데 정비공장 Mechanic은 일본차라면 엄지를 하늘로 올려서 최고라고 인정을 했고, 미제차는 엄치를 땅으로 향하게 하며 최악이라고 표현했습니다.
1980년 중반에 이미 경쟁은 끝났습니다.
저질 일본차의 싸구려 이미지를 품질 개선으로 극복하며 조금씩 가격을 올려 나가서 머지 않아 미제차 보다 더 비싸게 판매하기 시작했지요.
그 때 포니가 처음 미국으로 5천5백불에 수출될 때였고, 중고차 가격으로 새차 살 수 있다는 TV광고를 했습니다.
1920년대에 508개 있었던 자동차 회사는 다 망하고 인수 합병 된 후 GM, Ford, Chrysler, AMC만 남아 있던 시절입니다.
싸고 좋은 일본차가 미국을 휩쓸자 AMC가 망했고, 그 다음 Chrystler가 망하고, 결국 GM과 FORD도 망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레이건 대통령은 특단의 조치를 취한다며 일본 총리를 압박해서 토요타 팔을 비틀어 캘리포니아에 GM과 합작하여 NUMI Plant라는 자동차 공장을 만들었습니다.
일본의 뛰어난 생산 방식을 배우려는 목적이었지요.
JIT을 고안한 오오노 부사장은 미국에 가르쳐 주기 싫다며 토요타에 사표를 던지고 나왔습니다.
미국 자동차 회사가 일본의 생산관리 시스템을 다 배웠지만, 제대로 될 리가 없지요.
일본의 생산관리 기술은 lean manufacturing으로 불리며 마른 수건을 짜고 또 짜서 물을 빼 낼 정도로 원가 인하에 인하를 거듭합니다.
기술이라 하면 5단계로 나뉩니다.
1. 생산 기술
2. 설비 관리 기술
3. 생산 관리 개선 기술
4. 신기술
5. 첨단 기술
생산 기술이 확립되지 못하면 설비 관리 기술을 가지지 못합니다. 생산 기술을 확립하고, 설비 관리 기술을 확립할 수 있어야 생산 관리 개선 기술을 세울 수 있습니다. 그 후에 비로소 신 기술을 만들어 낼 수 있고, 신 기술을 만들어 낼 능력이 있어야 첨단 기술을 가질 수 있습니다.
패전 후 폐허에서 시작한 일본은 바닥부터에서 하나 하나 다져서 위로 올라갔습니다.
일본이 미국 자동차를 이긴 것은 신기술이나 첨단 기술이 아닙니다. 세계 2위 경제력의 일본조차 기초가 부족하기 때문에 첨단 기술을 개발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일본의 생산관리 개선 기술로 원가를 인하하여 미국 자동차를 다 망하게 만든 것입니다.
한국은 일본과 가깝고, 일본어를 쉽게 배울 수 있는 덕분에 일본에서 많이 배웠습니다. 일본이 가르쳐 주지 않았다면 오늘의 한국 제조업은 존재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제 선친이 1960년 대에 제조업을 시작 했었는데 미국 독일에 기술 제휴를 하러 구걸하듯 돌아 다녔습니다. 모두 다 퇴짜를 맞았지요.
그런데, 1964년 한일 국교 정상화가 된 후 일본에 가서 Hitachi와 기술 제휴를 할 수 있었고, 유수한 회사의 투자도 받을 수 있었습니다.
1960년 대에 한국에는 자본도 없고, 기술도 없었습니다. 그 어떤 무엇도 스스로의 능력으로 생산할 수 없었습니다.
그 옛날 기술 전수를 해 준 Hitachi의 head 엔지니어가 은퇴한 후 한국에 왔기에 만나 봤습니다.
1960년 대에는 아스팔트 포장이 되지 않아을 때였습니다. 1/100mm에서 1/1000mm 정밀 기계 가공을 해야 하는 기계 제조 공장의 길에서 먼지가 풀풀 날리고 있었고, 조립하는 작업자가 작업용 실장갑을 끼고 일하는 모습을 보면서 "고레 다메!" "고레 다메!"라며 수 없이 이러지 마라 저러지 마라고 말하고 다녔다고 합니다.
기름 종이로 공정과 공정을 이동하는 부품을 덮어 놓아야 녹이 슬지 않는데 그런 것도 몰랐던 시절 이었습니다.
일본에서 도면과 부품을 한 세트로 들여와서 도면 대로 조립해도 부품이 몇 개 남는 경우가 태반이었습니다.
지리하고 장황하게 옛날 이야기를 늘어 놓는 이유는 자동차 같은 굴뚝 산업 제조업에서는 재료비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현대 자동차는 재료비가 60% 정도이고, 인건비가 14%에 공장 간접비 8%를 포함하면 차 한 대를 팔았을 때 판매가 대비 제조원가는 82%입니다.
광고도 해야 하고, 영업 사원도 있고, 경리 직원도 있기에 일반관리비 13% 정도 쓰고 나면, 5% 이익 내기도 쉽지 않습니다.
자동차 산업에서 재료비 60%를 30%로 줄일 수 있는 방법은 현재 기술로는 불가능입니다. 만약에 재료비 60%를 절반으로 줄였다 하더라도 자동차 판매가는 절반으로 내릴 수 없습니다.
공장 작업자 인건비도 절반으로 줄여야 하고, 공장 간접비도 절반으로 줄여야 하고, 판매 관리비도 절반으로 줄여야 제조원가가 절반이 될 수 있고, 판매가도 절반으로 내릴 수 있습니다.
일런 머스크가 전기차 제조원가를 절반으로 줄인다고 호언장담 했을 때 제조를 해 본 사람, 제조업의 회계를 아는 사람이라면 현실적으로 불가능이라고 쉽게 판단 할 수 있습니다.
뇌물현이 아파트 원가를 공개하기만 하면 절반 값으로 공급할 수 있다고 떠들었을 때 저는 미치고 펄쩍 뛸 노릇이고 개소리도 저런 개소리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좌파들은 원가만 공개하면 정말로 아파트 가격이 절반으로 내려 간다고 믿는 꼴을 봤던 것입니다.
매년 수 만 채의 집을 짓는 미국 최고의 주택 건설 업자들의 이익률도 5-10% 밖에 되지 않는데 원가만 공개하면 아파트 가격을 절반으로 내릴 수 있다구요?
무식해도 저렇게 무식한 놈이 없고, 미친 놈도 그런 미친 놈은 없습니다.
1980년 대에 토요타가 원가를 줄이고 또 줄여서 미제차를 다 망하게 만들 정도로 가격 경쟁력을 가졌을 때 제조원가를 30% 내렸던 것입니다. 30%의 제조원가 차이도 하늘 땅 차이이고, 어마어마한 차이입니다.
아래 사진은 기아에서 전기차를 출시하면서 람보르기니, 벤츠, 멕라렌, 포르셰, 페라리와 400m Drag Race하는 동영상에서 캡쳐했습니다.
2억 원이 훌쩍 넘는 세계적인 수퍼카와 속도 경쟁에서 7천만 원짜리 기아 전기차가 멕라렌만 빼고 다 이겼습니다.
테슬라 주가가 토요타를 능가하게 된 것이 바로 이 부분이었습니다. 1억 원짜리 테슬라의 가속성이 수 십억 원짜리 수퍼카 페라리, 람보르기니 보다 더 빨랐거든요.
1억 원이 비싼 가격이지만, 수 십억 원짜리와 비교하면 아주 저렴한 가격이라 테슬라 가성비가 높고 매력적이었습니다.
전기차=테슬라의 등식이 성립된 것이지요.
테슬라는 전기차 시장에서 앞서가고 있으니 그 어떤 전기차가 나온다 하더라도 테슬라를 능가할 수는 없을 것이란 확신이 팽배해졌기에 주식은 오르고 또 올랐던 것입니다.
테슬라의 주식을 사면 1,100년 후에라야 투자원금을 회수할 수 있을 정도의 비정상적인 가격으로 올랐습니다.
그런데, 금년부터 출시되는 경쟁사의 전기차 성능과 가격이 놀라울 정도라 테슬라 주식이 주춤하고 있는 것입니다.
기아 전기차가 7천만 원인데 그 가격은 0-100km/h에 도달하는 시간이 3.5초로 수 십억 원 짜리 수퍼카와 같거나 더 낫다는 것을 입증했는데, 같은 모델에서 0-100km/h가 4초 대로 좀 쳐지는 사양을 구매 한다면 3천만 원 중반이면 됩니다.
제로백 4초 대도 어마어마한 가속력입니다.
수 억 원 짜리 포르셰가 4초 대입니다.
이제 테슬라의 세도우 복싱은 끝났고, 결전의 날이 다가 왔습니다.
Lucid의 고급 모델은 테슬라보다 더 뛰어나고, Canoo의 트럭이나 미니밴은 가성비가 테슬라보다 더 좋습니다.
현대, 기아, 폭스바겐, 토요타 등 전기차를 앞 다투어 출시하고 있습니다.
원래 전기차 기술은 제조사 별로 그렇게 큰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크게 나누면 밧데리 기술과 모터 기술입니다. 밧데리 기술도 그렇게 큰 차이를 내지 못하는 현실이고, 모터 기술도 차별화 하기 쉽지 않습니다.
일런 머스크가 어떤 전략으로 어떤 차를 선 보여서 얼마나 많이 판매를 늘려 가고, 얼마나 많은 이익을 내느냐가 앞으로 테슬라 주가 향방을 결정해 줄 것입니다.
70년대 싸구려였던 토요타는 설움을 삼키며 절치부심으로 십 여년 간 품질관리와 원가인하의 칼을 갈았습니다. 결국 미국 자동차 회사를 다 파산 시킬 정도로 세계 최대 최고의 자동차 회사가 되어 버렸는데 일런 머스크가 토요타와 비슷한 결과를 낼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Hion 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