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년여 동안 서울 집값이 유례 없는 폭등기를 겪었다. 올 2월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매매가격이 11억5082만원을 기록했을 정도다. 서울에 내 집 마련하려는 서민들의 꿈이 점점 멀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런 가운데 올해 서울에서 1억원 미만에 실거래된 아파트가 여럿 있어 주목된다. 집값이 왜 이렇게 싼 걸까. 대부분 공통점은 ▲서울 외곽이면서 ▲한 동짜리 나홀로 단지로 ▲1~1.5룸 소형 아파트였다. 일반적으로 주택시장에서 인기있는 아파트는 아니지만, 청년·사회초년생 등 자금이 적은 수요자에게는 내 집 마련 대안으로 고려해볼 수 있다.
■서울 서북권
서울 종로구 숭인동 '종로유케이201'은 광화문 업무지구로 출퇴근하기 편리한 입지다.
도심인 광화문업무지구 출퇴근이 편리한 서울 서북권에서 실거래가가 1억원 미만 아파트는 딱 한 곳이었다. 종로구 숭인동 ‘종로유케이201’이다. 지난 2월 이 아파트 12㎡가 9500만원에 팔렸다.
2013년 입주한 ‘종로유케이201’은 최고 13층에 74가구 규모 나홀로 아파트다. 모든 가구가 침실과 화장실 각각 한 개로 이뤄진 전용 12㎡(공급면적 17㎡)이다. 집 크기는 작지만 입지는 나쁘지 않다는 평가다. 지하철 1·2호선과 경전철 우이신설선이 지나는 신설동역까지 걸어서 5분 안팎인 ‘트리플 역세권’이다.
'종로유케이201'은 원룸형 아파트다.
다만 입주자마다 거주 후기는 엇갈린다. A씨는 “혼자 살기 좋다, 옥상도 잘 꾸몄고 주변에 마트·공원·산책로가 다 있다”고 했다. 반면 B씨는 “모텔촌 한가운데여서 밤에 취객이 널부러져 있다”며 치안이 좋지 않다고 했다.
■서울 서남권
올 들어 3월까지 서울에서 1억원 이하 아파트 실거래가가 가장 많이 등록된 곳은 서남권(총 11건)이다. 서울 서남권은 강서·구로·양천·영등포구 등이다. 이 중 구로구와 강서구에서 거래가 이뤄졌다.
] 올해 7600만~8300만원에 거래된 서울 구로구 오류동 '썬앤빌'.
구로구 오류동 ‘썬앤빌’과 강서구 화곡동 ‘한양아이클래스’가 각각 3건으로 거래량이 가장 많았다. ‘썬앤빌’은 2014년 입주한 최고 16층 총 200가구 아파트다. 원룸형인 14㎡가 7600만~8300만원에 거래됐다. 지하철 1호선 오류동역까지 걸어서 10분 정도 걸린다.
서울 강서구 화곡동 '한양아이클래스' 평면도.
강서구 화곡동 ‘한양아이클래스’ 13㎡는 8000만~8500만원에 팔렸다. 최고 12층, 총 251가구로 나홀로 아파트 치고는 규모가 큰 편이다. 2013년 입주했다. 지하철 2호선 지선과 5호선이 지나는 까치산역까지 걸어서 10분 정도 걸린다. 입주자들은 “집은 좁지만 화장실이 큰 편이다”, “세대수가 많아 관리비가 저렴하면서 원룸 아파트로는 방음이 잘 되는 편”이라는 후기를 남겼다.
1억원 미만에 거래된 다른 아파트도 있다. ▲1월 강서구 화곡동 ‘강서동도센트리움’ 14㎡ 9500만원 ▲2월 강서구 방화동 ‘경동팰리스힐’ 12㎡ 8900만원 ▲강서구 방화동 ‘에어팰리스’ 14㎡ 9100만~9250만원(2건) 등 거래가 이뤄졌다.
■서울 동남권
올해 8000만원에 거래된 서울 강동구 길동 '현대웰하임'.
동남권에선 강동구 길동에서 1억원 이하 실거래 2건이 등록됐다. 먼저 2012년 입주한 총 139가구 규모 ‘현대웰하임’ 14㎡가 지난 1월 8000만원에 팔렸다. 지하철 5호선 굽은다리역과 길동역까지 걸어서 각각 15분쯤 걸린다. 주차대수가 가구당 0.25대로 적다. 관리비는 월 10만원 정도다.
길동역에서 도보 5분쯤 떨어진 ‘강동와이시티’ 13㎡는 지난 2월 9400만원에 거래됐다. 2014년 입주한 최고 18층에 216가구다. 주변이 먹자골목이어서 시끄럽지만 지하철역과 버스정류장이 가까워 대중교통 이용하기에는 편리하다. 다른 소형아파트 대비 층고가 높아 집이 덜 좁게 느껴진다는 평가도 많다.
■서울 동북권
서울 동북권에선 ▲도봉구(4건) ▲노원구(2건) ▲중랑구(2건) ▲강북구(1건) 등에서 1억원 이하 실거래가 이뤄졌다.
전철 1호선 방학역과 맞붙은 서울 도봉구 방학동 '퍼스티안'.
도봉구 방학동 ‘퍼스티안’ 13㎡가 9000만~9400만원에 팔렸다. 전철 1호선 방학역과 맞은 초역세권 단지다. 단지 배치는 동향인데 지하철역 방향으로 창문이 나 있어 이른바 영구 조망권을 갖췄다는 것이 특징이다.
노원구 공릉동에선 ‘미라쉘’ 16㎡가 지난 1월 9300만원, ‘진명비베레’ 12㎡가 이달 9800만원에 각각 거래됐다. 각각 지하철 6·7호선 태릉입구역과 7호선 공릉역 역세권으로 1인 가구 수요가 적지 않다.
중랑구 면목동에선 ‘신영’ 14㎡가 8500만~9000만원, 강북구 수유동에선 ‘수유역하이시티’ 12㎡가 9000만원에 각각 거래됐다.
땅집고 자문단은 “올해 서울에서 1억원 미만에 팔린 아파트 목록을 보면 대부분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비교적 편리한 입지면서 저렴하다는 것이 장점”이라면서도 “다만 1인가구가 살기에도 좁다고 느껴질 수 있을 정도로 방이 작은 점, 일반 아파트와 비교할 때 한 번 매수하면 추후 되팔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