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명 : 홍상혁 개인전 '동그라미 그리려다.. 2'
유형 : 대전전시
날짜 : 2026년 10월 1일~10월 7일
장소 : 대전중구문화원
문의처 : 대전중구문화원 042)256-3684
<작가의 말>
어느 한 사람의 얼굴을 오래 바라보고 있으면 그 안에 기쁨과 슬픔, 사랑과 상처, 그리고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수많은 시간이 담겨 있음을 느끼게 됩니다.
저는 그 시간을 그림으로 남기고 싶었습니다.
이번 전시에서 가족과 주변 사람들, 그리고 역사 속 인물들을 마주하며 그들의 얼굴과 몸에 남겨진 삶의 흔적을 바라보았습니다. 때로는 한순간의 표정에서, 때로는 손과 몸의 움직임에서 한 인간이 살아온 시간과 마음을 읽어내고자 했습니다.
그림이 단순히 대상을 닮게 그리는 데서만 끝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알아볼 수 있는 사실적인 묘사를 바탕으로 하되, 붓질과 색채를 통해 그 사람의 내면과 제가 느낀 감정을 함께 담아내고 싶었습니다.
그것이 제가 회화를 통해 사람을 바라보는 방식입니다.
저에게 그림을 그리는 일은 단순한 작업이 아닙니다. 한 작품을 시작할 때마다 쉽게 지나칠 수 없는 마음으로 대상을 마주하고, 오랜 시간 고민하며 한 점 한 점 완성해 왔습니다. 그것이 제가 부여받은 삶 속에서 회화를 통해 감당해야 할 몫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돌이켜보면 오랫동안 그림을 그려왔지만 아직 완성된 답을 찾지 못한 것 같습니다.
어쩌면 이번 전시의 제목처럼, 그저 동그라미 하나 그리려다 어느새 누군가를 그리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번 전시를 통해 제가 걸어온 시간과 그 과정에서 탄생한 그림들을 함께 보여드리고자 합니다.
작품 앞에 선 여러분께서 복잡한 해석에 앞서 그림 속에서 한 사람의 삶을 만나고, 그 안에 담긴 마음을 느껴주신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기쁠 것 같습니다.
제 전시에 관심을 보여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2026년 9월 홍상혁
<전시서문>
얼굴에 남은 삶, 소명으로서의 회화
김 초 윤 미술교육학 박사
이번 홍상혁 개인전에서는 ‘동그라미 그리려다’라는 부제로 25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2026년에 국전 초대작가로 선정된 홍상혁에게 이번 전시는 그동안 천착해 온 인물과 삶에 대한 탐구를 한자리에서 보여주는 자리라고 할 수 있다.
홍상혁의 회화는 사람을 향한다. 그의 그림에 등장하는 인물은 가족이기도 하고 주변 인물들이기도 하며, 때로는 역사 속 인물이기도 하다. 서로 다른 삶을 살아온 이들을 하나로 묶는 것은 얼굴과 몸에 축적된 시간이다. 홍상혁에게 인물은 단순히 재현의 대상이 아닌, 한 인간의 삶과 내면을 드러내는 소재이다. 얼굴에 스민 희로애락과 미세한 표정, 신체의 동세를 포착하려는 관심은 그의 인물화 전반을 이루는 중요한 축이다.
홍상혁의 인물화에서 사실성은 목적이라기보다 출발점이다. 사진을 통해 순간의 포즈와 표정을 포착한 뒤, 번트 엄 버(Burnt Umber)로 기본 스케치를 하면서 화면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구축해나간다. 이는 고전적 회화 접근법인 브루 나유(Brunaille) 기법으로, 회화의 초벌 단계에서 갈색 계열의 단색조로 명암과 양감을 동시에 잡아 나가는 것이며, 이 후 작업을 보다 수월하게 하는 기초가 된다. 사진 속 한순간은 붓질과 색의 층위를 거치며 회화적인 시간으로 바뀐다. 얼굴을 세심하게 묘사하면서도 화면 전체에서 붓질의 흔적을 숨기지 않고, 때로는 강한 색채와 필치로 인물의 정서와 작품의 주제를 밀어 올린다. 재현성과 회화성이 한 화면 안에 팽팽하게 공존하는 것이다.
<선물>은 다섯 살 아들이 개울가에서 커다란 물고기를 들어 보이는 순간을 담아낸다. 아이의 표정과 몸짓은 밝은 색채와 빛과 어우러져 성취의 기쁨과 자랑스러움을 생생하게 담아낸다. 힘들었던 시절 가족에 대한 사랑으로 많은 힘 을 얻었기에 이 작품이 그에게는 특별할 수밖에 없다. 홍상혁은 이 작품을 통해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한 시간을 하나 의 기억으로 화면 위에 붙잡아둔다. 제목의 ‘선물’은 불혹의 늦은 나이에 간절한 기도로 얻은 아이뿐만 아니라 아이가 들고 있는 물고기, 동시에 가족의 기억 속에 선물처럼 남은 한순간의 은유적 표현이기도 하다. 이처럼 인물을 그리는 일은 그 존재와 함께한 특별한 시간과 의미를 기록해 두는 일이기도 하다. 이는 자연스럽게 ‘사람을 그린다는 것은 무 엇인가’라는 회화 자체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이 질문은 국선 입선작 <미술관에서>에서도 이어진다. 동일한 인물이 현실과 회화와 함께 놓이면서 자연스럽게 ‘그 림 속 그림’의 구조가 만들어진다. 여인의 손짓은 화면 밖 관람객의 시선을 작품 안으로 불러들이고, 곁에 놓인 자신의 초상화는 그 모습을 바라보고 그린 화가의 존재까지 떠올리게 한다. 보는 사람과 보여지는 사람, 그리고 그 사이에 놓 인 화가의 시선이 한 화면 안에 겹쳐지는 것이다. 현실의 인물과 회화 속 인물은 닮아 있으면서도 같지 않다. 그 미묘한 간극에는 한 사람을 오래 바라본 화가의 시선이 담겨 있다.
그의 인간에 대한 시선은 자신과 가족뿐만 아니라 주변의 인물을 넘어 시대와 역사로 확장된다. 〈붓끝의 시간〉은 그 림을 그리는 자신의 모습을 통해 그린다는 것의 의미와 한 인간으로서 자신의 시간을 살아가는 방식을 묻는 작품이다. 화면 속 인물은 캔버스 앞에 앉아 붓을 들고 있지만 이 장면은 단순히 작업 장면을 기록하는 것에 머물지 않는다. 인 물의 시선과 손, 붓, 캔버스가 만들어내는 긴장 속에서 그림을 그리는 행위 자체는 하나의 서사로 전환된다. 절제된 갈 색과 회색의 화면 속에서 푸른 모자와 붓을 쥔 손은 강한 시각적 중심을 이루고, 거칠게 남겨진 붓질은 완성된 결과보 다 그림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시간을 드러낸다. 이 작품에서 붓은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한 인간의 경험과 기억, 삶을 축적되는 매개체이다. 따라서 이 작품은 그림을 그리는 행위를 넘어, 자신의 시간을 충실히 살아내고 기록하는 인간의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견디어 낸 시간>에서는 작가의 아내와 아들의 얼굴이 화면을 가득 채운다. 몸을 맞댄 자세와 다른 방향을 향하 는 시선은 두 사람의 관계를 드러내면서 각자가 지나온 시간을 개별적인 표정 속에 남긴다. 얼굴 위에 겹쳐진 주황과 갈색, 분홍빛의 색채와 거친 붓질은 얼굴에 스민 감정과 세월을 강조한다. <그날 이후>에서는 논을 갈아놓은 상황에 서 잡초가 올라오는 모습으로, 암초를 겪은 이후에도 다시 삶을 이어가고자 하는 민초의 강한 생명력을 드러낸다. <나 는 조선인이다>에서는 손기정의 모습을 통해 개인의 얼굴과 민족적 정체성을 연결한다. 이처럼 홍상혁의 그림 속 인물 들은 얼굴뿐 아니라 시선과 몸짓, 색채와 주변 공간을 통해 각자의 삶과 심리를 드러낸다. 또한 인물을 그리는 일이 한 사람의 드러난 외형적 모습을 남기는 데서 끝나지 않고 그 사람이 지나온 시간과 그를 둘러싼 시대까지 그림 안으로 불러들인다.
그에게 있어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또 다른 작업의 축은 작업을 대하는 방식이다. 작품 하나하나를 자식을 잉태하 듯 만들어낸다는 소명 의식, 예술 행위를 일종의 신탁으로 여기며 자신의 사명으로 받아들이는 태도는 홍상혁에게 회 화가 단순한 제작 활동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는 점을 보여준다. 신앙에서 출발한 이 태도는 작품 안에서 사랑과 위로, 구원의 의미로 확장된다. <낮은 자의 기도>에서 보여지는 거칠고 주름진 두 손에는 살아온 시간과 스스로를 돌아보는 마음이 함께 포개져 있다. 절대자 앞에서 아직은 사명을 다하지 못했다는 태도와 그래서 더욱 겸손해질 수밖에 없는 마음을 표현한다. 이렇게 자신을 낮추는 마음은 <기도>에서 절대자를 향해 손을 내미는 간절함으로 이어진다. 예수의 손을 맞잡는 장면은 인간이 자신의 한계를 넘어 의지하고자 하는 소망을 보여준다. <먼저 온 사랑>에서는 그 관계가 반대로 뒤집힌다. 상처 입은 예수가 먼저 손을 내밀며, 고통받는 인간에게 다가오는 사랑과 위로를 형상화한다. 그의 작품에서 신앙은 자신을 돌아보는 성찰에서 시작해 간절한 소망과 타자를 향한 사랑으로 이어진다. 이처럼 작가가 지 닌 믿음과 삶에 대한 인식이 자연스럽게 작품 속에 스며들어 있다. 작가가 관람객에게 기대하는 것 역시 복잡한 해석 보다 작품 앞에 섰을 때 그림이 드러낸 진실을 느끼고 감동하는 경험이다.
결국 홍상혁의 회화는 두 방향에서 만난다. 하나는 사람의 얼굴과 몸, 신앙과 가족의 기억 속에서 그들이 살아온 시 간을 발견하려는 시선이고, 또 다른 하나는 삶에서 발견한 가치와 감정을 회화로 남기려는 소명 의식이다. 인간의 외형 을 충실히 붙잡으면서도 붓질과 색채를 통해 그 안쪽의 삶을 드러내려는 그의 회화는 ‘사람을 그린다’라는 오래된 행 위를 시간과 기억, 신념을 기록하는 일로 확장시킨다. 홍상혁이 그리고 있는 것은 한 사람의 얼굴과 몸에 축적된 삶이 며, 그 삶을 오래 바라보고 화면 위에 남기는 과정에서 그의 회화는 비로소 고유한 무게를 얻는다.
<작품소개>
월남파병 1965 - 모정 | Oil on canvas | 130.3×97.0㎝ | 2022
견디어 낸 시간 | Oil on canvas | 53.0×40.9㎝ | 2026
미술관에서... | Oil on canvas | 162.2×130.3㎝ | 2022
나는 조선인이다! | Oil on canvas | 162.2×130.3㎝ | 2025
낮은자의 기도 | Oil on canvas | 45.5×37.9㎝ | 2026
<작가약력>
홍상혁 HONG, Sang-hyuk
청주사범대학(現 서원대학교)미술교육과 서양화전공
개인전3회, 아트페어부스전 1회 단체전, 그룹전, 해외전 다수
수상
2025년 제44회 대한민국미술대전(나는 조선인이다!) 우수상
2022년 제41회 대한민국미술대전(미술관에서..) 입선
2021년 제40회 대한민국미술대전(그리움속 청색시대) 특선
2018년 제37회 대한민국미술대전(사춘기) 입선
현재
대한민국미술대전 초대작가, 대한민국미술전람회 초대작가,
대한민국통일명인미술대전 초대작가, 한국미술진흥원 초대작가
대한민국미술전람회 심사위원, 충청미술전람회 심사위원, 대한민국여성미술대전 운영위원
인물화강좌 출강(충남대학교평생교육원, 대전서구문화원, 금산다락원)
한국미술협회, 대전미술협회, 국전작가협회, 대전환경미술협회, 바끄로미술협회, 국민예술협회 회원
작업실 : 대전중구대종로352(4층), 홍상혁아뜨리에
문화가 모이는 곳 "대전공연전시" http://www.gongjeo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