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코>의 반전은 영화의 교과서에 실어 마땅합니다. 그 유명한 샤워 신을 대부분 알고 있을 거라 믿습니다. 지금도 예능이나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무서운 장면의 배경음악으로 사용되는 날카로운 소음의 음악과 함께 칼을 든 노파가 등장합니다. 관객들은 모두 샤워를 하던 여인, 마리온 크레인(자넷 리)을 죽은 범인을 모텔 주인의 미치광이 엄마라고 생각했지만 엔딩에서 진짜 범인이 밝혀집니다. <싸이코>는 꽤 오래전 영화라 어린 영화팬들이라면 보지 못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싸이코>는 영화 역사에서 절대 빠지지 않는 영화입니다. 꼭 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지루한 흑백영화라고 생각하면 오산!!
지금 나오는 웬만한 스릴러 영화보다 재밌습니다.
이터널 선샤인(2004)
간혹 헤어지고 만나기를 반복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왜 그럴까. 추측하건대 이유는 없습니다. 그냥 그사람이 좋은겁니다. <이터널 선샤인>의 엔딩을 보고 나면 '그냥 좋다'라는 말이 납득이 갈 수도 있겠습니다.<이터널 선샤인>은 헤어진 연인에 대한 기억을 지우는 과정을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다소 복잡한 플롯을 갖고 있지만 단순화하면 이렇습니다. 조엘(짐 캐리)은 헤어진 연인 클레멘타인(케이트 윈슬렛)에 대한 기억을 지웁니다. 클레멘타인을 기억하지 못하는 조엘은 과거처럼 클레멘타인에게 끌립니다. 엔딩 장며에서 "그냥 보내면 안 될 것 같다"고 말하는 조엘. 클레멘타인은 말합니다. 우리는 또 다투게 될 거라고. 조엘은 답합니다. "OK." 두 사람은 다시 사랑하고 헤어질 겁니다.
인셉션(2010)
열린 결말. <인셉션>의 결말은 명확하지 않습니다. 여기에 대한 다양한 해석도 존재합니다. 다른 사람의 꿈 속에 들어가 그 사람의 행동을 바꾼다는 설정의 <인셉션>은 <이터널 선샤인>보다 더 복잡한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꿈의 단계도 여러가지 입니다. 지금 관객이 보고 있는 것은 꿈인가 현실인가. 영화 속 캐릭터들도 헷갈립니다. 그걸 구분하기 위한 도구로 토템이 존재합니다. <인셉션>의 주인공 코브(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꿈에 그리던 가족을 만납니다. 그 기쁨의 순간 코브는 자신의 토템인 팽이를 돌립니다. 팽이가 멈추지 않으면 그건 꿈입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팽이를 클로즈업 합니다. 팽이는 계속 돌고 있습니다. 곧 멈출 것 같은 찰나 영화가 끝이 납니다. 팽이는 멈췄을까.
세븐(1995)
<세븐>의 엔딩 시퀀스. 세명의 캐릭터가 보입니다. 신참 형사 밀스(브래드 피트)와 은퇴를 앞둔 고참 형사 서머셋(모건 프리먼) 그리고 두 사람이 쫓던 연쇄살인범 존 도 (케빈 스페이시) 모든 것은 존 도의 계획 아래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성서의 일곱 가지 죄악에 따라 벌어지는 살인의 마지막은 밀스가 완성시켰습니다. 밀스는 존 도가 아내와 아내의 뱃속에 있던 아기를 죽였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총구를 겨누는 밀스. 결국 그는 방아쇠를 당기고 맙니다. 꽉 짜여진 플롯의 완성입니다. 여기에 데이빗 핀처 감독은 완벽한 구도의 화면까지 선보입니다. 로우 앵글로 총을 쏘는 밀스, 등을 진 서머셋. 그들의 뒤에 있는 송전탑.<세븐은 스토리도 훌륭하지만 촬영과 미술 분야에서도 독보적인 영화입니다.
소셜 네트워크(2010)
데이빗 핀처 감독의 영화 한 편 더 소개합니다. <소셜 네트워크>는 페이스북 창립자인 마크 주커버그의 실화를 모티브로 제작한 영화입니다. 영화는 과거와 현재를 오갑니다. 과거에는 하버드 대학생 주커버그(제시 아이젠버그)가 페이스북을 만드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현재에서는 어마어마한 부자가 된 주커버그가 페이스북의 아이디어를 도용했다는 내용의 소송이 진행중 입니다. 영화의 엔딩, 변호사에게 "나는 나쁜 사람이아니다"(I'm not the bad guy)라고 말하는 주커보그. 홀로 남은 회의실에서 주커버그는 대학 시절의 옛 연인 에리카(루니 마라)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들어가 친구신청을 합니다. 주커버그가 새로고침 버튼을 계속 누르는 사이, 비틀스의 노래 'Baby, You'tr arich man'이 흐르기 시작합니다. 세계적인 갑부가 됐지만 주커버그는 쓸쓸해보이기만 합니다. 데이빗 핀처는 영화의 시작과 끝을 에리카와 관련된 장면으로 완성했습니다.
데이빗 핀처 다운 구성입니다.
비포 선셋(2004)
<비포 선셋>은 <비포 선라이즈>의 속편입니다. <비포 선라이즈>에서 제시(에단 호크)와 셀린느(줄리 델피)는 비엔나에서 꿈같은 하루를 보냈습니다. 다시 만나기로 약속했지만 그 약속은 지켜지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9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제시는 <비포 선라이즈>의 이야기를 소설로 써서 작가가 됐습니다. 파리에서 열린 제시의 출간 행사에 셀린느가 참석합니다. 두사람은 그렇게 재회했습니다. 30대가 된 두 사람은 파리 시내를 돌아다니며 9년전 그랬듯이 쉴새 없이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를 바라봅니다. 셀린느의 집에 도착한 두 사람. 셀린느는 제시와의 추억을 담은 노래 'Waltz for a night'를 들려줍니다. 제시는 곧 미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타야합니다. 노래를 들은 제시는 갈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두 사람은 9년 전 그때로 돌아갔습니다. 셀린느의 마지막 대사가 인상적입니다. "그러다가 비행기 놓치겠어(Baby, you;re gonna miss that plane)" 이 대사와 함께 영화가 끝납니다. 제시는 비행기를 탔을까. 그 대답은 <비포 선셋>의 다음 영화 <비포 미드나잇>에서 확인해 보시길.
라라랜드(2016)
<라라랜드>의 결말. 많은 이들이 이 결말을 기억하고 있을 겁니다. 배우 지망생 미아(엠마 스톤)와 재즈피아니스트 세바스찬(라이언 고슬링)은 헤어졌습니다. 유명한 배우가 된 미아는 남편과 우연히 세바스찬이 운영하는 재즈바에 가게 됩니다. 세바스찬의 피아노 연주가 시작되고 영화는 과거로 돌아갑니다. 미아와 세바스찬이 스쳐 지나갔던 영화의 초반 장면입니다. 여기서 반전. 세바스찬이 미아에게 키스합니다. 영화는 두 사람이 계속 연인이었다면 어땟을지 보여줍니다. 세바스찬의 연주가 끝나고, 다시 현실로 돌아온 두 사람은 서로 멀리서 마주보고 희미한 미소를 짓습니다. 이 결말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과거의 장면을 비틀어서 보여주는 데이미언 셔젤 감독의 연출은 인정해야 합니다.
식스 센스(1999)
이 영화를 빼놓고 반전을 이야기 할 수 있을까. 아, 이보다 더 유명한 영화가 있긴 합니다.
<식스센스>의 반전은 지금 모르는 사람이 별로 없을 거라 믿습니다. 죽은 자를 볼 수 있는 소년(할리 조엘 오스멘트)과 아동 심리학자 말콤 크로우(브루스 윌리스)가 등장하는 이 영화에서 사실 말콤이 귀신이었습니다.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은 말콤은 충격을 받습니다. 관객도 충격을 받습니다. 처음부터 말콤은 귀신이었습니다.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인 말콤은 아내와 이별합니다. 잠든 아내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넵니다. 아내 역시 그에게 이별의 인사를 전합니다.
위플래시(2014)
<라라랜드> 이전 데이미언 셔젤의 영화 <위플래쉬> 역시 압도적인 엔딩을 보여줬습니다. 지독한 교육방식의 플렛처(J.K 시몬스)가 지휘하는 공연에서 음악학교 신입생 앤드류(마일즈 텔러)는 멋대로 드럼 솔로 연주를 시작합니다. 앤드류의 쏟아지는 땀, 화면을 꽉 채울 정도로 클로즈업된 드럼, 스피커에서 쉴 새 없이 울려퍼지는 드럼 소리. 약 5분 간 이어지는 앤드류의 연주는 관객들이 숨쉴 틈조차 주지 않았습니다. 이건 단순한 수사가 아니라 정말 숨이 콱콱 막혀올 정도였습니다. <위플래쉬>는 극장에서 재개봉한다면 반드시 봐야 할 영화입니다. 극장의 큰 스크린과 사운드 시스템이 아니라면 그 전율을 온전히 느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유주얼 서스펙트(1995)
영화 역사상 가장 유명한 반전 영화<유주얼 서스펙트> 역시 베스트 엔딩 영화입니다. 이 영화 빼고 엔딩을 얘기하면 섭섭할 것 같긴 합니다. 절름발이 로저 '버벌'킨트/카이저 소제를 연기한 케빈 스페이시는 <유주얼 서스펙트>로 단숨에 스타 배우가 됐습니다. 지금은 성추문으로 나락에 떨어지긴 했지만 그의 연기력은 탁월했습니다. 특히 엔딩 신에서 절름발이 버벌이 멀쩡하게 걷기 시작하며 카이저 소제로 변신하는 모습에 입이 떡 벌어졌습니다. 아마도 지구상의 수십 억명이 이 영화의 반전을 알고 있겠지만 알고 봐도 <유주얼 서스펙트>는 재밌는 영화입니다. 곳곳에 숨어 있는 복선 찾는 재미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