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 2024년 9월 5일(목) 오후 4시
대상 : 대전 민족사관
내용 : 영화 '김씨 표류기'를 보고
오랜만에 영화, 그것도 한국영화를 보고 글을 나누었다. 그동안 몇 편의 영화들을 봤지만 다 외국영화라서 그런지 책보다 내용이나 영화에 담긴 메시지를 이해하는 것을 어려워했다. 오늘은 자막도 더빙도 필요 없는 한국 영화다. 그래서인지 녀석들의 글 내용이 많다. 은우도 2장, 희찬이도 2장, 대훈이도 2장, 승호도 은호도 2장씩 감상문을 작성했다. 아마 영화의 내용이나 구성, 줄거리가 어렵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 하지만 그 너머에 현대 도시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고민과 아픔, 고통을 담고 있어서 생각하고 나눌 수 있는 부분들이 여러 가지 있다.
안타까운 것은 녀석들이 그런 부분에 대해서 한 녀석도 글감으로 작성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냥 한강의 섬에 표류하고, 거기에서 일어난 여러 가지 해프닝만 줄거리로 요약했다. 그 중에서 두 녀석은 그래도 나이가 있어서 그런 그 너머에 있는 메시지를 파악하긴 했다. 그렇다. 자주 지적한 부분이지만 어린 녀석들에게 이런 주제도 아직 사고하고 고민해서 어떤 글을 적어내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그런데 두 나이를 좀 먹은 두 녀석들은 그런 부분들에 대해서 대화가 되었다.
외로움, 쓸쓸함, 사람들 속에 있지만 그들에게서 분리되어 있는 것 같은 느낌. 녀석들도 제법 느끼고 있는 내용들이었다. 많은 선생님들이 있고, 위 아래도 동생들과 친구들, 형들이 있지만 그 가운데 떠나가지 않는 외로움은 어쩔 수 없다고 한다. 뭐 가정 안에서도 조차 그런 외로움과 적막함 가운데 살아왔으니, 학교 안에서 오죽하겠는가? 그런 부분에 대해서 살짝 대화를 시도했지만, 분위기가 그런지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기는 어려웠다. 온라인으로 하다보면 너무 오픈된 공간에서 진행된다. 이런 이야기를 나눌 때는 닫혀 있는 공간, 보호를 받을 수 있고, 안전감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한데 말이다.
아무튼 녀석들의 마음 깊은 곳에 외로움이 있다. 사람으로부터 받은 상처의 결과이므로, 회복도 결국 사람을 통해서도 영화도 그런 내용으로 마무리가 된다. 이런 이야기를 녀석들에게 해 주었고, 함께 그런 관계와 사람이 되자고 말하며 수업을 마무리 하였다. 꼭 그런 일들이 녀석들의 삶 속에 일어나길 바란다. 그래서 헨리 나우웬처럼 상처 입은 치유자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