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유화화(柳柳花花)
버들버들 꼿꼿이라는 뜻으로,
버들버들 하던 몸이 꼿꼿해졌으니
죽었다는 풍자의 말이다.
柳 : 버들 류
柳 : 버들 류
花 : 꽃 화
花 : 꽃 화
뜻글자인 한자의 자획을 하나하나 분해해도 뜻이 통한다.
글자를 깨뜨린다고 파자(破字)라 하는데
한자 수수께끼로 애용되었다.
오얏 리(李)를 나눠 木+子가 되고
나라 조(趙)를 분해하여 走(주)+肖(닮을 초)로 하는 식이다.
이성계(李成桂)가 조선을 창업할 때 목자득국(木子得國),
중중 때 조광조(趙光祖)를 모함하여
주초위왕(走肖爲王)이라 한 것은 유명한 이야기다.
파자도 이용하고 우리말의 훈으로도 뜻이 통하게 하여
익살이 철철 넘치게 하는 희작시(戱作詩)도 재미있다.
파자와 희작시의 천재는 아무래도 김삿갓이다.
그는 어떤 노인이 사망했을 때 부고장에 이렇게 썼다.
"버들버들하다가 꼿꼿해졌다(柳柳花花)."
김립(金笠)이라고도 한 김삿갓은 방랑시인이었다.
본명 김병연(金炳淵)인 조선 후기의
해학시인으로 호는 난고(蘭皐)이다.
그가 하늘을 볼 수 없다면서
삿갓을 쓰고 유리걸식한 이유가 애틋하다.
조부가 평안도 선천(宣川)부사로 있었을 때
홍경래(洪景來)의 난에 맞서지 않고
투항한 관계로 역적 집안이 됐다.
어릴 때 도주하여 내력을 알 수 없던 병연이
백일장에서 부사의 죄상을 만 번 죽어도
마땅하다고 준엄한 필치로 꾸짖었다.
당당히 장원을 했지만 모친이
바로 조부라고 일러주는 바람에
천륜의 죄인이라며 삿갓을 쓰고 주유천하했다
김삿갓이 산천을 주유하며 떠돌던 어느날,
날이 저물었는데, 하루 온종일 굶어
배가 등짝에 달라 붙을 지경이었다.
그러나 인가는 찾을 수 없어 산중을 헤맸다.
밤이 깊어 삼경이 지난 시각에
멀리 불빛이 아스라이 보여 반가운 마음에
단숨에 달려가 문을 두드리려니
울음소리가 흘러 나온다.
주인을 찾으니
모친상을 당한 상주가 나왔다.
배가 고파 먹을 것을 청하는 김삿갓에게
"저는 본디 신분이 천하여 글을 몰라서
부고 한 장 쓸줄 모릅니다.
그래서 모친이 돌아가신 것을
알리지 못해 안타깝습니다.
시장하실테니 없는 찬이나마
식사 대접은 하겠으니
제 어머니 부고를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하고 말하는 것이다.
그거야 어려운 일 아니니,
내가 써 주리라' 하고는
차려준 밥을 허겁지겁 들은 김삿갓.
그러나 막상 여러장 부고를 쓰려니 답답해 졌다.
그래서 꾀를 낸것이 어차피 글을 모르기는
상을 당한 집이나 부고를 받는 집이나
매한가지 일터라는 생각에
부고를 써 주었는데 이랬다.
'년월일시 류류화화라.'(柳柳花花)
풀이를 한다면
'모년 모월 모일 모시에 버들버들 꼿꼿이라.
' 즉 버들버들 하던 몸이 꼿꼿해졌으니 죽었다는 풍자다.
버들버들 움직임은 불안정하고
꼿꼿하게 뻗은 것은 안정되어 있다.
살아가는 세상에 마냥 안정되거나
확실한 것은 어디에도 없다.
왜냐하면 삶 자체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유유하려는가? 아니면 화화하려는가?
-옮긴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