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시장 본격 침체”… 수도권 집값 10년새 최대 하락
한은, 사상 첫 4연속 기준금리 인상
서울 강남구 도곡동 도곡렉슬 전용면적 134m² 아파트가 이달 2일 42억3000만 원에 팔렸다. 바로 앞 동 같은 면적 아파트가 올해 5월 도곡렉슬 역대 최고가인 49억4000만 원에 거래됐는데 3개월 만에 7억1000만 원 떨어졌다. 3000채 규모로 교육환경이 좋아 수요가 꾸준한 단지다. 인근 공인중개업소는 “5월 팔린 집은 로열동으로 원래 6억 원 정도 가격 차 가 있다는 걸 고려해도 1억 원 정도 더 싸게 팔린 것”이라며 “매수세가 죽어서 호가가 고점 대비 2억∼3억 원 내려갔다”고 귀띔했다.
한국은행이 25일 사상 처음 기준금리를 4차례 연속 올린 가운데 집값 하락세가 더욱 가팔라지고 있다. 재정비 공약 지연 논란을 빚고 있는 1기 신도시 가격이 하락하며 수도권 집값은 약 10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금리 인상으로 매수심리가 더욱 위축되고, 전세대출 이자 부담이 커지며 ‘전세의 월세화’ 현상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25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8월 넷째 주(22일 기준) 주간 아파트동향에 따르면 수도권 아파트 값은 전주 대비 0.18% 하락했다. 2013년 1월 14일(―0.19%) 이후 약 9년 7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내렸다. 서울 아파트 값은 전주(―0.09%) 대비 0.11% 하락해 2019년 3월 4일(―0.11%) 이후 약 3년 반 만에 가장 큰 하락 폭을 나타냈다. 서울 자치구별로는 중저가 아파트가 몰린 노원구(―0.21%)와 도봉구(―0.23%), 강북구(―0.13%)에서 일제히 하락 폭이 커졌다. 노원구 상계동의 한 공인중개업소는 “매도하려는 전화만 간간이 오고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라며 “금리 인상이 계속되면 ‘영끌족’ 매물이 나올 수 있다”고 했다. 강남권도 낙폭이 확대됐다. 송파구는 전주 대비 0.10% 하락했고, 강남구와 강동구는 각각 ―0.03%에서 ―0.04%로 낙폭이 커졌다. 경기는 1기 신도시(분당·평촌·산본·중동·일산) 중심으로 매물이 나오며 전주 대비 0.26% 하락했다. 인천도 0.20%로 낙폭이 확대됐고, 지방은 0.09% 하락했다.
거래도 급감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날까지 신고된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는 628건으로 역대 최저치였던 올해 2월(815건)을 밑돌 것으로 보인다. 마포구 한 공인중개업소는 “중개업소를 운영한 지 15년 됐는데, 이 정도로 거래가 없었던 적은 올해가 처음”이라고 했다.
전국 주간 아파트 전세가격은 0.13% 하락하며 지난주(―0.07%) 대비 하락 폭이 커졌다. 특히 수도권(―0.10%→―0.18%)이 크게 내렸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전세대출 이자 부담이 커지며 전세가격은 더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 외곽과 지방에서는 미분양도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총 2만7910채로 전년 동월(1만6289채) 대비 71.3%(1만1621채) 늘었다. 특히 ‘미분양 무덤’이 된 대구는 지난달 규제지역(수성구 제외)에서 해제됐지만 이달 분양한 5개 단지 모두 미분양이 났다.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으로 집값 하방 압력이 계속되고 거래절벽도 더 심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병탁 신한은행 WM컨설팅센터 부동산팀장은 “부동산 시장은 변곡점을 지나 분명한 하락기로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물가가 잡히지 않아 하반기 추가 금리 인상이 예상된다”며 “금리가 더 오르면 거래 빙하기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최동수 기자, 정순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