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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암, 공만(公慢)이 뭔지 아는가
공만에 대한 이론을 공식적으로 처음 발표하고 주장한 분은 소천 노화상(老和上)일 것이다. 노화상의 공만에 대한 이론과 사상에 대하여 스님은 특별한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평소 가까이 있는 상좌들에게나 또는 법상에서 기회 있는 대로 공만의 뜻을 얘기하고 설명하기를 즐겨했다.
어느 날, 휴식하고 있는 스님 곁에 가만히 앉아 있을 기회가 있었다. 스님이 깊은 생각에 머물 때는 누가 곁에 있어도 거의 느끼지 못할 정도다. 나는 스님의 깊은 집중상태를 흔들지 않기 위하여 스님의 삼매 속에 그대로 함께 머물렀다. 그러기를 한참 지나서야 누운 채 고개만 돌려 곁에 있는 나를 바라보면서 뜻밖의 한마디를 물어 왔다.
“송암, 공만이 뭔지 아는가? (한동안 침묵한 뒤) 내가 설법할 때마다 얘기하고 강조한 공만 말이야. 즉 소천 노화상의 공만사상 말이지. 어디 기억하고 있으면 한번 말해 보지.”
스님은 평소 상좌에게도 시험 치르듯 물어 보거나 대답을 요구하는 질문을 하지 않고 순전히 당신의 의지와 기억으로만 말하거나 설명하면서 필요에 따라 적절한 가르침을 내렸다. 혹시나 무엇을 물어 대답을 못하게 되면 상좌가 부끄러워하게 되고 또 그것은 사람을 곤란한 지경으로 몰아붙이는 것과 같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스님은 존엄한 인간의 권능을 극진히 공경했고 존중했다. 인간 내면의 덕성을 가볍게 여기는 그 어떤 언행도 하지 않았고 그러한 생각마저도 떠올리지 않았다. 당신의 가르침을 받는 상좌에게까지 이렇게 극진한 대접을 하고 자상하게 배려하는 경우는 결코 흔치 않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이 바로 부처님 진리에 대한 스님의 진실한 믿음이었고 굳건한 사상이었으며 보현행의 실천이었다.
이렇게 뛰어나고 여법(如法)한 가풍에 젖어 살았던 우리들은 완전한 인간 존중에 알게 모르게 길들여졌다. 그러나 가까이 있는 상좌들은 오히려 늘 같은 분위기에서 살았기에 스님의 남다름을 모를 수도 있는 것이다. 아무튼 우리들은 스님의 평소 그런 자비의 분위기 속에서 후한 대접을 과분하게 누리며 생활했다.
그런데 그 날만은 평소와 달리 스님이 나에게 바로 시험지를 내밀었다. 나는 순간 황급했지만 스님의 질문이 늘 들어왔던 것이기에 손쉽게 선뜻 대답을 올렸다.
“예, 스님. 공만에는 세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가 국가(민족) 공만이고, 둘째가 세계(인류) 공만이며, 마지막으로 진리 공만입니다. 이 공만은 소천 노선사의 독보적인 사상으로서 매우 특별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믿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스님은 얼굴 가득히 밝은 미소를 머금었다. 내가 어려운 문제를 풀었다거나 스님이 원하는 대답을 했기 때문이 아니고 그 순간 공만으로 스승과 제자의 마음이 일치했기에 떠올랐던 한 송이 연꽃이었으리라. 연꽃 부촉은 이렇게 다시 이어졌다.
“송암, 잘 기억하고 깊이 연구해야 해. 소천 노화상의 사상은 다가오는 세기에 인류를 구제할 위대한 사상이고 큰 지혜며 가장 확실한 가르침이야. 내가 불광에서 정법호지 발원을 시작하고 불교사회과학연구소를 세우고 싶었던 모든 이유가 거기에 있어.
나는 젊은 시절 노화상을 모시면서 반야바라밀을 펼쳐 나가는 독특한 해설과 뛰어난 법의 안목을 똑똑히 보았고 배웠던 것이야. 그리고 노화상의 가르침으로 세계평화 인류행복의 대원을 반드시 이루고 싶었던 거야.
비록 내가 도중에 몸이 망가져서 아무것도 못하고 말았지만 부처님의 위덕은 반드시 우리를 가호하고 인도하시거든. 그러니까 송암은 신심과 자비심을 가슴에 가득 품기만 해. 부처님의 은혜는 어느 때나 우리를 감싸고 있는 줄 알고 굳게 믿고 꾸준히 정진하면 되는 거지. 모든 것을 부처님께 철저하게 맡기고 부처님의 가호하심과 인도를 잘 따르만 해.”
사실 공만에 대한 말이나 이론과 사상은 동서고금, 그 많은 불교 문헌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었던 매우 독자적인 특유의 사상체계이다. 소천 노선사의 사상이나 공만에 대한 나의 이해는 아직 일천하기 짝이 없고 불사(佛事)의 기반은 미약하기에 혹시 세월 속에서 잊혀지지나 않을까 하는 염려 때문에 이렇게 글로 옮긴다.
스님의 당부와 부촉을 다시 내 가슴에 새기기 위하여, 연구하라는 스님의 지엄한 분부를 잊지 않기 위하여 사실은 종이에 쓰는 것이 아니라 내 뼈에 새겨 넣고 있는 것이다.
-광덕스님 시봉일기2 징검다리에서 송암지원 글, 도피안사 刊 |
첫댓글 고맙습니다. 마하반야바라밀_()()()_
公 慢
만(慢) 자의 한자어의 뜻이 게으르다, 거만하다, 오만하다, 모멸하다, 업신여기다 이네요.
국가와 민족을 위해, 세계 인류를 위해, 진리를 위해 공만하라는 말씀과 함께 한사람 한 사람 존중하는 마음을 공부합니다.
고맙습니다. 마하반야바라밀_()()()_
마하반야바라밀....._()_
고맙습니다. 나무마하반야바라밀..._()()()_
공만의 개념을 확실히 몰라서 여러 선생님께 여쭤보고, 사전등을 찾아보았는데
확실히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계속 알아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마하반야바라밀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