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야욕 막기위해 한국 무기 빨리 들어왔으면”
[‘나토의 최전선’ 폴란드 르포]
“조국 지켜야” 청년들 입대 러시
한국 자주포 등 수입 오늘 본계약
폴란드-우크라인들 함께 ‘자유의 행진’ 우크라이나가 1991년 옛 소련에서 독립한 기념일인 24일(현지 시간) 폴란드 남부 도시 크라쿠프에서 우크라이나인들이 대형 우크라이나 국기를 들고 행진하고 있다. 이날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에서는 수천 명의 우크라이나인, 폴란드인들이 우크라이나 독립기념일을 함께 축하했다.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폴란드는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에 미국 영국 다음으로 무기를 많이 지원한 나라다. 크라쿠프=게티이미지코리아
“우리 군이 더 강해져야 해요. 내년에 군에 입대할 겁니다.”
13일(현지 시간)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 피우스티스키 광장. 폴란드 국방부가 연 군가 합창대회에서 만난 대학생 피오트르 씨는 군가를 함께 부르며 폴란드 국기를 힘차게 흔들었다.
이날 행사에 2030세대를 비롯한 시민 수천 명이 몰렸다. 26일 한국과 57억7000만 달러(약 7조7000억 원)어치 K2 흑표 전차, K9 자주포 수입 1차 본계약을 맺는 폴란드에서 젊은층의 입대 붐이 일고 있었다.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맞서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의 최전선이 되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야욕이 폴란드까지 미칠 수 있다”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바르샤바에서 미용사로 일하는 아그니에슈카 씨는 “전쟁을 반대했던 친구들도 ‘지금은 나라를 지켜야 할 때’라며 입대를 서두르고 있다”고 전했다. 폴란드는 병역이 의무가 아니다. 군인들은 “한국 무기들이 빨리 들어오길 바란다”고 했다.
미국 영국에 이어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제공 규모 3위인 폴란드는 지원으로 인한 무기 공백을 메우고 군비를 대폭 증강하기 위해 한국산 무기를 대거 사들이기 시작했다. 마리우시 브와슈차크 폴란드 부총리 겸 국방장관은 24일 언론 인터뷰에서 K2 전차 180대, K9 자주포 212문이 1차 물량으로 올해 안에 폴란드에 인도될 것이라며 이를 위한 1차 본계약을 26일 체결한다고 밝혔다.
폴란드 “러, 고개 돌려 우릴 칠수도… 한국 신무기로 안보 강화”
[韓무기로 무장하는 폴란드]韓무기, 나토 최일선으로
美-英이어 우크라 무기지원 3위國
102년전 러 격퇴 전승행사 시민들 “한국 무기 오는 것 알아… 기대 커”
폴란드 국방장관 “병력 2배로 증강”… GDP 대비 국방비 나토국 최고
獨-日 등 글로벌 군비경쟁 불붙어
“푸틴이 (우크라이나에서) 머리를 돌려 폴란드, 그 너머 서방까지 침공할 수 있습니다. 한국 무기는 러시아에 맞서 국방을 강화해야 하는 폴란드에 절실합니다.”
13일(현지 시간)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 인근 오수프에서 열린 ‘바르샤바 전투 승리기념일’ 행사에서 시민들이 전시된 장갑차 등 무기들을 살펴보고 있다. 시민들은 102년 전 이날 시작된 전투에서 러시아를 격퇴한 역사를 떠올리며 “군이 강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오수프=조은아 특파원
13일(현지 시간)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에서 23km 떨어진 마을 오수프. 1920년 폴란드가 러시아를 격퇴한 바르샤바 전투 승리 기념일을 하루 앞두고 열린 행사에서 만난 토마시 씨는 “한국산 무기가 수입된다는 소식을 뉴스로 들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한국은 북한에 대항하고 우리는 러시아에 맞서야 하니 양국이 국방 협력을 강화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러시아의 위협을 이유로 군비 증강을 본격화한 폴란드 국방부가 연 이날 행사엔 한국군 자주포인 K9 차체를 기반으로 만든 폴란드형 자주포, 미국 에이브럼스 탱크 등 각종 무기가 전시됐다. 한국에서 K2 흑표 전차와 K9 자주포를 대거 수입한다는 소식을 군인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도 잘 알고 있었다.
○ “한국 무기 빨리 들어왔으면”
“한국 K2 전차와 K9 자주포가 빨리 들어왔으면 좋겠어요.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날 행사장에서 전시된 각종 무기를 안내하던 군인들은 기자가 한국인이라고 소개하자 반겼다. 폴란드 군인들은 한국산 무기가 빨리 도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러시아가 침공한 우크라이나에 폴란드가 무기를 지원하면서 국방력 공백 우려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폴란드는 우크라이나에 18억1000만 달러(약 2조4000억 원)어치의 무기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영국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규모다. 특히 미국 등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이 지원한 무기가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폴란드를 통해 우크라이나로 들어간다. 무기들은 서부 수송로를 거쳐 우크라이나 주요 전선에 투입된다.
폴란드 경제부총리 출신인 야누시 피에호친스키 폴란드아시아상공인회 회장은 본보 인터뷰에서 “폴란드가 우크라이나에 많은 무기를 지원하면서 무기 공백이 생겨 긴급하게 한국산 무기를 들여오게 됐다”며 “폴란드는 앞으로 한국의 신무기, 신기술을 도입해 무기 현대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한국산 무기는 신속하게 도입되고 가격 경쟁력이 높다”고 덧붙였다.
폴란드 정부는 올해 국내총생산(GDP)의 2.4%인 국방비 지출 규모를 내년 나토 회원국 최고 수준인 3%까지 늘릴 계획이다. 또 5년 안에 병력을 현재 14만3500명에서 30만 명으로 2배 이상으로 증강하겠다고 밝히는 등 군비 확장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이날 군 행사장에서 마리우시 브와슈차크 폴란드 부총리 겸 국방장관은 “군사학교 (신병) 정원을 3배로 늘리겠다”고 말했다. 행사장 안내를 맡은 피오트르 바르샤바 장갑차여단 중위는 “세계적으로 방위가 중요해져 군이 강력해져야 한다”며 “군에 대한 젊은이들의 관심이 커졌다”고 했다.
○ 獨-日도 방위비 증강, 글로벌 군비 경쟁
우크라이나 전쟁이 불붙인 유럽의 군비 확장 경쟁이 역설적으로 한국 방산사업의 무기 수출에 기회가 되고 있는 셈이다. 냉전 이후 군비 확충에 소극적이었던 독일은 연방 하원이 올 6월 1000억 유로(약 134조 원) 규모의 특별방위기금 조성안을 승인했다. 2024년까지 매년 GDP 대비 국방비 지출 규모를 2%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일본 정부는 중국 북한의 위협 등을 명분으로 군사력 증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본 방위성은 내년 예산 요구액으로 5조5947억 엔(약 55조 원)을 책정했다. 지난해보다 1000억 엔 이상을 늘린 역대 최대 규모다. 중국은 지난해까지 2년 연속 6%대 인상에 그쳤던 GDP 대비 국방비를 올해 7.1%까지 끌어올렸다.
바르샤바·오수프=조은아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