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식간에 기온이 급강하하여
실제온도가 영하 십도를 넘나들고 체감온도는 수직상승이라던 며칠동안
동작 그만을 유지하며 잠잠하게 앉아 날이 풀려가기를 기다렸다.
이제 조금씩 영하의 기온은 계절에 맞는 제 체온으로 돌아오고 불어대는 바람으로 휘청휘청거렸던 나무들은
간신히 제 잎을 달고 아직은 버틸만 하다며 견디고 있다.
덕분에 서늘할까 싶었던 풍광은 아직은 완전히 벌거벗지 않는 초겨울의 제 모습으로 자리 보존한다.
그럼...아직은 11월인데 벌써부터 완전한 나목으로 남겨져 휑한 모습을 보일 필요는 없는 법이지.
마음은 여유를 부리지만 몸은 벌써 겨울나기 식량 걱정으로 향한다.
물론 해마다 길고 긴 산골의 겨울을 준비하기 위해 시월 가을 볕 부터 바쁘게 움직여
그나마 겨울 햇살보다 긴 가을볕으로 부터 저장 식품들을 만들기 시작해야 하는 법이지만
갈 길이 급한 현대인들은 기다릴 여유는 부리지 못한 채 잽싸게 모든 것을 해치우니
먹을꺼리 또한 마찬 가지.
그에 비하면 우리네 조상들은 서리가 내리고 소설이 지나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갈무리 된 꺼리들로
저장식품을 만들었다고 하나 우리네 몸과 마음은 세대에 맞게 바쁘게 흘러가는지 혹은 시대적 날씨
변동사항인지 알 수 없으나 또한 덩달아 바쁘게 일손을 움직이는 것은 맞다.
그러다 보니 기껏 말린 저장 식품들에 곰팡이가 피기도 하고 온갖 노력 봉사를 동원해
햇볕을 사수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흡족하도록 완성된 말릴 먹거리 만나기가 쉽지가 않다.
특히 산골의 햇살은 일찌감지 서편으로 기울어 가고 습기는 온통 공간을 지배하여
땅거미로 부터는 음의 기온을 왕성하게 전파하고야 마니 그 짧은 볕에 간신히 가지를 비롯하여
호박, 무, 고츳잎, 표고 버섯을 말렸을 뿐이니 이 겨울에 식탐은 저절로 잦아들 수밖에 없겠다.
그래도 봄부터 준비한 염장식품과 과일, 고구마를 비롯한 뿌리식품들이 나름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주인의 입성을 기디리노니 그나마 위로가 되겠다.
어쨋거나 그렇게 계절의 순환을 인지하고 먹을거리들을 준비하는 동안 계절의 끝자락에 들어선 절기 탓에
이제는 머뭇거릴 이유없이 계절의 제왕, 김장 김치를 준비하여야 할 때다.
사실 결혼 전에는 김장이라곤 해본 적도 없다.
다만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기억 저편에는 엄마 손을 잡고 여의도 샛강 김장시장을 엄마손을 잡고
따라다녔다 는 것과 김장을 하기 위해 동네 아줌마들이 모두 모여 일손을 거들었다 는 것...그리고
다음 날 학교에서 돌아와 쭈욱 빙돌아 앉은 그많은 이웃들과 함께 동태국을 맛나게 먹었다 는 것이
하나다.
또 그 기억에 맞물려 돌아가는 아줌마들의 손에 들린 양푼에는 새로 담근 김장 김치 몇 포기씩이
수고한 대가로 주어졌다는 것인데 어린 마음에도 저렇게 다 퍼주고 나면 무엇을 먹나 싶은 걱정이
있었지만 알고보니 그 시대의 품앗이는 다들 그러하였다 는 것이지만 특별히 우리 엄마는 아주 넉넉한
마음의 소유자 맏며느리답게 이웃들을 거두었다 는 것을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게다가 고추장, 간장, 된장은 그야말로 넉넉하게 준비하여 온 동네 사람들이 풀 방구리 넘나들듯 오가며
장류를 퍼다 먹던 기억을 떠올리자면 이미 그 시절의 대장부 같은 엄마가 내 어머니였다는 사실이
자랑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장맛이 변하면 인심도 변하고 가세가 기운다고 했던가?
언제 인지 모르지만 장맛이 변하였다고 한탄을 하던 엄마의 목소리 뒷편으로 가세가 기울어가는 듯
한숨이 들려왔다....집터의 기운이 쇠하고 먹을 거리의 맛이 변하고 실제로도 오가다 만난 사람에게
집문서를 터억하니 빌려주신 마음씨 좋은 아버지 덕분에 하강 기운의 가세가 보였다 는 말이다.
이 또한 한 켠에 저장된 슬픈 기억이다.
하긴 지금도 생각하면 아쉬운 것이 그 커다란 장독, 아이들의 키만했던 장독 항아리와
넒디 넒었던 장독대와 우물가에서 일하는 언니가 들려주던 숱한 이야기...그 언니는 어디로 갔으며
그 장독들은 죄다 어디로 사라졌는지 알 수가 없다.
어쨋거나 이제 김장을 해야 할 시점에 서 있다.
누가 김장을 어찌 해야 한다고 가르쳐 준 적은 없지만 아깨 너머로 시어머님 쏨씨를 건너 배우고
태생으로 음식에 일가견이 있던 친정엄마의 솜씨를 빌어 저절로 터득을 하게 김장 솜씨.
결혼한 이후로 단 한번을 비껴 갔을 뿐이니 그 한 번은 온 몸을 재가동 시키느라 미처 준비를 못하였던 시기였으나
몸의 반쪽이 과부하 걸려 거동이 블편할 시기에도 기어이 김장을 하였던 과거지사를 보자면
김치만큼은 제 손으로 담아먹는 습성은 내리 가풍이기도 하겠다.
암튼 오늘은 재료 준비에 충실할 날이 되 걸 이다.
갑자기 내려가는 기온에 놀라 며칠 전에 비닐을 덮어두었던 텃밭의 배추들을 캐내어 곁 잎을 떼내고
어제부터 준비한 재료, 무, 갓, 대파, 쪽파와 마늘 손질하여 다듬어 놓고 젓갈류, 멸치젓과 새우젓과
까나리를 혼합하고 황석어젓을 다져 넣을 요량이다.
이번에는 생새우 분량이 적어 황석어젓갈을 준비하였다...더불어 동태를 잘게 손질하여 함께 투척할 예정이다.
어젯밤에 이미 밥풀을 쑤어놓고 온갖 재료 표고버섯, 황태, 멸치, 사과, 양파, 다시마 를 넣고 짙게 국물을 낸 후
오늘 아침에 다시 늙은 호박을 넣고 한 소끔 끓여 두었다.
이제 점심을 먹고 무와 파 종류와 갓을 썰어 섞어 두고 준비해둔 돌산갓을 마무리 정리하여야 할 것이다.
며칠 전에 알타리 김치는 끝내었으니 오늘의 배추와 돌산 갓 김치를 담그고 나면 겨울나기 김치꺼리 채비는 끝내지게 되겠다.
아니다....무우말랭이 김치가 더 남았다.
동시다발로 하게 될지 천천히 하게 될지는 아직 모르겠다.
오늘은 천천히 쉬엄 쉬엄 김장 준비를 하면서 내일의 결전을 맞게 될 것이다...어쩐지 전투적인 자세.
말하면 무엇하겠는가.
온 몸은 제 몸을 그만 쓰라고 아우성이지만 제 손으로 일일이 다듬고 정리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질이다 보니
스스로 자승자박하기를 겁내지 않은 결과 다.
어쨋거나 아직은 여유를 부리지만 또 바쁘게 돌아치면서 김장 준비를 하게 될지도 모를 일.
내일은 날씨도 좋고 기온도 풀려지길 기다릴 뿐이다.
다들 김장을 꿑내고 느긋하게
겨울날을 보내는 참이 아닌지...혼자 횡설수설.
첫댓글 우린 지난 토요일 100포기 해서 외사촌에게도 좀 보내고 교회와 유치원 김장을 끝냈네요~!
하고 나니 추워져 다행이다 싶기도 하고 우리마을은 아직도 품앗이로 김장을 합니다.
또한 생산지여서 다른곳들보다는 김장을 일찍하는 편이지요~! 하고 나니 마음 개운합니다~! ㅎㅎㅎ
와우...100포기.
예전에 친정엄마가 2,3백 포기씩 해서 동네 이웃과 나눠먹던 기억이 후로는 처음인 듯.
우린 이제 먹을만큼만 합니다...예전엔 정말 많이 담아서 여러집에 택배로 보내고 아웃 싱글에게도 나눠줬는데
이젠 몸이 거부한다 는 사실...택배도 김장김치는 잘 안받더라구요 ㅎㅎㅎㅎ.
핑계김에 잘되었죠 뭐.
오늘 신선과 둘이서 천천히 해내려구요.
이제 배추 씼으러 갑니다.
두분이서만 하기엔 김장은 참 힘겨운 행사인데... 힘드셨을듯~!
@pinks ㅎㅎㅎㅎ 그랬음에도 불구하고 다음 날 역시 찾아드는 사람들과 다담을 즐겻다 는 것.
그러고 보면 여전히 체력은 국력인지 원.
그래도 피곤 한 것은 맞아요.
힘들어도 김치와 장맛은 쭈욱 지켜져야 해요
우리가 먹었던 맛을 유전자속에만 보관해 물려줄 순 없죠
자손 대대로 그 집의 장맛을 지켜서 오래도록 유지되길 바래봅니다
그럼요...그래야 하고 말구요.
님의 솜씨,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