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아름다움 ‘원주 新8경’
2016년 11월 제2영동고속도로가 개통되며 수도권에서 강원도 원주로 가는 거리는 좀 더 가깝고, 빨라졌다. 우리나라 유일의 혁신도시이자 기업도시로 선정된 원주. 시내에는 한국관광공사를 비롯해 국민건강보험공단, 대한적십자사 등 공공기관이 이전해 지역 성장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좀 더 빨라지고, 앞장서 성장하느라 원주의 진가 를 우리는 놓치고 있던 게 아닐까. 원주 씬8경은 그래서 낯설고 아름다웠다.
글 정상미 사진 이효태
원주 거돈사지
원주 시내에서 서남쪽을 향해 차로 40여 분 달리면 부론면 정산리, 아늑한 마을이 모습을 드러낸다. 현계산 기슭으로 향하는 야트믹한 오르막길에는 수령 1000년에 달하는 느티나무가 보호수로 지정되어 객을 안내한다. 9세기경 처음 지어진 거돈사(터)는 고려 초기에 확장·보수되어 조선 전기까지 유지된 것으로 밝혀졌다. 현재는 금당의 규모를 가늠할 수 있는 절터와 함께 전형적인 신라 석탑 양식의 3층 석탑, 고려시대 승려인 원공국사의 행적을 기록한 원공국사탑비가 남아 있다. 스님의 사리탑인 원공국사탑(부도)은 일제강점기에 일본인의 손에서 옮겨와 현재 국립중앙박물관 경내에 소장되어 있다.
강원도 원주시 부론면 정산리 189
소금산 출렁다리
원주로 떠나기 하루 전, 라디오에서 우연히 원주의 명소에 대해 들었다. 대표적인 관광지로 언급된 ‘소금산 출렁다리’는 우리나라 최장, 최고 규모라고. 명성에 걸맞게 소금산 출렁다리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578개의 나무계단을 부지런히 올라야만 다리를 건널 자격이 주어진다. 등허리며 이마에 송골송골 땀이 맺힐 때쯤이면 산바람 넘실대며 아찔하게 흔들리는 다리가 눈앞에 드러난다. 기자는 차마 다 건너지 못하고 중간에 되돌아왔는데 대부분의 사람은 겁이 없는지, 걸어온 노고가 아까워서인지 출렁출렁, 이 다리를 잘도 건넌다! 더불어 울렁다리, 케이블카도 개통을 준비 중이니 일대, 소금산 출렁다리의 명성은 더 높아지겠다.
3000원(2000원 지역상품권 제공) 강원도 원주시 지정면 소금산길 14 033-749-4860
대덕수변생태공원
차량 내비게이션도 모르고, 지도 앱에서도 검색되지 않는 ‘대덕수변생태공원’은 캠퍼들에게 은밀하고 위대한 차박 성지로 통하는 듯하다. 이렇게 커다랗고 아름다운 공원이 왜 명칭 검색이 안 되는지 알 수는 없지만, ‘원주 호저면 대덕리 972’로 주소를 설정하면 제대로 찾아갈 수 있다. 섬강 하류와 맞닿은 곳에 자리한 공원은 철새 도래지로서 그대로의 자연경관이 잘 보전되어 있다. 황금빛으로 물든 갈대숲에는 두꺼비 동상이 곳곳에 자리해 미소를 자아낸다. 섬강의 섬(蟾) 자가 두꺼비를 가리키는데, 강가에 두꺼비 모양을 한 바위에서 이름 지은 인연이다. 공원은 수변둘레길을 따라 고즈넉한 산책을 즐기기 좋고, 원주시 제2취사장 가동보를 건너 대하지마을과 남한강으로 이어지는 자전거길도 이용할 수 있으니 참고하시길.
강원도 원주시 호저면 대덕리 972
구룡사
유서 깊은 사찰이 곳곳에 자리한 원주에서도 구룡사는 그중 으뜸인지라 원주(시)8경 중 1경에 속한다. 구룡사 경내에 이르는 길은 치악산 황장목 숲길이 우거져 걷다, 서다 멈추길 반복하게 된다. 사찰 입구에는 왕실에 공급되는 황장목(금강송)의 도벌을 금지하는 황장금표도 자리한다. 구룡사는 신라 문무왕 6년(666)에 의상대사가 세웠다고 전해진다. 지금의 대웅전은 안타깝게도 2003년 화재로 전소된 것을 복원한 것이다. 화려한 조각기술의 2층 닫집 등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지만 이층누각의 보광루 등이 남아 천년고찰의 위상을 드러낸다.
3000원 강원도 원주시 소초면 구룡사로 500 033-732-4800
원주 강원감영
“여긴 야경 보러 가야 해요.” 낮보다 밤이 아름답다는 강원감영을 찾았다. 조선 태조 4년(1395) 원주에 설치된 강원감영은 500년 동안 강원도의 정무를 보던 관청이다. 일제강점기와 6·25전쟁, 도시화 과정에서 70여 칸 규모의 건물들은 대부분 사라지고, 관찰사 집무처인 선화당(보물)과 정문인 포정루, 내아 등 몇 동의 건물이 남았다. 다행히 2000년부터 강원도와 원주시가 복원사업을 실시해 2018년 완료되었으니, 오늘날 현대적인 건물들 사이에 강원감영이 별세계처럼 빛나고 있다. 특히 달 뜬 밤이면 관찰사의 사적인 공간인 후원 연못에 봉래각, 영주각이 반영되어 참 아름답다.
9:00~22:00 강원도 원주시 원일로 85 033-737-4767
매지호
호수를 감싸는 덱(deck) 둘레길에 서서 두꺼운 얼음장으로 덮인 매지호를 바라본다. 지난 2017년 매지저수지 둘레길이 준공되며 일대의 키스로드로 통하는 벚나무길, 무궁화공원, 노천극장, 목조전망대 등이 한데 어우러진 모습으로 시민들을 만나고 있다. 매지호 수변으로 연세대학교 미래캠퍼스 교정이 비쳐 한 편의 그림 같은 모습을 자아낸다. 호수 가운데 섬처럼 떠 있는 곳은 거북섬. 섬에는 뜻밖에도 고려 초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원주매지리석조보살입상이 자리한다. 연대 캠퍼스에는 보살님이 보이려나? 손끝을 하늘에 대고 입술을 앙다문 그분이.
강원도 원주시 흥업면 매지리 1386
원주용소막성당
용의 형상을 닮아 용소막 마을이라 불리는 이곳에 뾰족한 종탑, 차분한 붉은 벽돌로 치장한 용소막성당이 자리한다. 건물 테두리의 회색 벽돌, 아치형의 창문과 그 앞의 느티나무가 점잖게 뿌리를 내려 작품을 바라보듯 말없이 한참을 들여다보게 하는 곳이다. 강원도에서는 풍수원성당, 원주성당에 이어 세 번째로 들어선 천주교 성당으로, 1915년 시잘레(Pierre Chizallet) 신부에 의해 초가집이던 성당이 지금의 벽돌 건물로 건립되었다. 본당과 더불어 사제관, 피정의 집, 한국 천주교회에서 최초로 우리말 구약성서를 번역한 선종완 신부의 생애와 업적을 기리는 생가터, 기념관 등도 자리한다.
강원도 원주시 신림면 구학산로 1857
박경리문학공원
직접 기른 고추를 말리고 호미질하며 거위랑 고양이랑 두런두런 살아간 선생의 모습을 2층 양옥집 마당에 서서 그려본다. 박경리 선생과 원주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내가 원주를 사랑한다는 것은 산천을 사랑한다는 얘기다”라는 말을 남긴 선생은 대하소설 <토지> 4·5부를 원주에서 머물며 완성했다. 박경리문학공원은 선생이 생전 가꾸던 텃밭, 옛집, 정원, 집필실 등을 원형 그대로 보존해 꾸민 테마공원이다. 선생의 걸음을 좇아볼까, 평사리마당을 두런두런 걷고, 북카페에서 꿈꾸는 문학인들의 작품도 엿본다.
10:00~17:00
강원도 원주시 토지길 1 033-762- 6843
Editor’s Pick
박경리문학의집
좋아하고 잘하는 일이 업이 된다면 마냥 행복할까? 박경리 선생은 시 ‘사마천’에서 글쓰기를 ‘천형’이라고 했다. 지난 2010년 개관한 박경리문학의집에 들러 선생의 앳된 소녀시절 모습부터 훨훨 놓아두고 떠날 때까지 멈추지 않은 작품에 대한 열정을 마주한다. 1969년 6월 집필해 1994년 5부로 완성된 <토지>는 1897년, 구한말부터 일제강점기, 광복에 이르는 조국의 역사와 바람 앞의 등불처럼 위태로웠던 삶의 편린들을 낱낱이 꿰고 있다. 2022년 토지의 세계로 문학여행을 떠나보자. 원대하고 놀라운 용기를 배우러.
무료 박경리문학공원 내 위치(넷째 주 월요일 휴관)
네이키드 베이커리
박경리문학공원에서 차로 약 6분 거리. 어린이집과 크고 작은 공원이 위치한 명륜동 골목에 아늑한 빵집이 자리한다. 빵 종류도 다양하고 풍미도 깊은, 작지만 힘이 센 동네 빵집이랄까? 친절한 직원분이 안내하길, 운영한 지 벌써 9년에 이른다고. 무엇을 먹어야 잘 먹었다고 소문이 날까? 우리 밀로 만든 잠봉뵈르, 시그니처나 다름없다는 크림치즈베이글을 고르고 나자 손님들이 밀려든다. 급히 차에서 맛본 빵은 한 입만 먹어도 알겠다. 사랑받는 데는 이유가 있다고.
강원도 원주시 남원로 4 41-14, 네이키드 베이커리
070-8869-2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