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미국에 7200억원 규모의 폐암 치료제 기술 수출로 대박을 터뜨린 인공지능(AI) 신약 개발 바이오 벤처 `보로노이`의 김대권 대표(사진)는 3일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AI로 자율주행 시스템을 연구하면서 동시에 자동차를 만들어 판매까지 하는 테슬라처럼 보로노이도 AI를 통한 신약 개발은 물론, 기술 수출까지 하고 있다"며 전기차 업체 테슬라와 같은 혁신성을 강조했다.
김 대표는 "사내 AI 연구소를 통해 신약 개발 전 과정에 AI 접목을 시도하고 있다"며 "일부 제약·바이오 업체도 신약 개발에 AI를 활용하지만 대부분 AI 업체와 협업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우리는 자체적으로 AI 시스템을 갖춰 상대적으로 빠른 피드백이 가능하고, 그만큼 신약 개발을 앞당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 대표는 "대다수 제약·바이오 업체는 치료 대상 질환 결정부터 최종 신약 후보물질을 찾아내기까지 평균 4~5년 걸리지만 우리는 AI 플랫폼을 활용해 이 기간을 1년6개월로 단축할 수 있다"며 "지난달 미국 제약사 오릭에 기술 수출했던 돌연변이 비소세포폐암·고형암 치료제 후보 약물은 개발 작업에 착수한 지 8개월 만에 후보물질 도출까지 성공한 케이스"라고 설명했다.
AI 플랫폼을 활용해 다른 제약·바이오 기업들에 비해 짧은 기간 내에 신약 후보물질 탐색·개발이 가능해지면서 보로노이는 창립 2년 차인 2017년 2개 파이프라인 개발에 성공했고, 올해 들어서는 신약 후보물질이 12개로 확 늘었다. 김 대표는 "신약 개발 비용은 임상 단계가 진행되면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에 하나의 파이프라인에 집중하던 바이오 기업들이 임상 3상에 실패해 무너지는 사례를 다수 목격할 수 있었다"며 "보로노이는 AI 모델로 신약 후보물질을 빠르게 발견하고 조기에 기술을 이전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보로노이는 자체 보유한 데이터를 AI에 학습시켜 선택성 높은 선도 물질을 단기간에 도출할 수 있어 범용 모델 대비 정확도가 6300배 높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보로노이는 JW중외제약과 항암제 개발을 위한 `STAT3 프로탁` 공동 연구 계약을 체결했다. JW중외제약이 개발하고 있는 `STAT3` 표적 저분자 항암 신약 후보물질에 보로노이의 단백질 분해 기술인 `프로탁`을 적용해 혁신 신약을 개발하는 게 목표다.
AI기술이 의약, 신약에도 손을 뻗을지는 생각치 못했다. 다른회사들도 신약개발에 AI를 일부 협업하긴 하지만, 자체적으로 기술을 갖춘 후 이 기술을 수출하여 미국에서 좋은 결과를 이미 내 놓았다는 것에 놀라웠다. AI 플랫폼을 활용하여 다른 제약 기업들에 비해 짧은 기간 내에 신약 후보물질 탐색과 개발이 가능하다는 것은 더 빠른 시일 내에 신약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을 가능하게 한다. 코로나19로 인해서 누가 먼저 백신을 개발하는지 관심이 쏠리고 있는데, 이러한 기술이 상용화 된다면, 앞으로 어떤 바이러스가 얼마나 생길지 모르는 상황에서 두려움에 떨 시간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지 않을까하는 희망적인 생각을 가져보게 되는 것 같다. 한 방향으로 치우치는 것 보다, 여러 가지를 융합해서 나아가는 것이 앞으로의 시대에서 필요한 역량이라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