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목양말]
근래 혼여행객이 늘고 있는데
내가 20년 전부터 지향했던 방식이다.
만일 친구와 동행하게 된다면
모든 일정, 숙소, 식사를
일일이 상의해야 하니
홀가분하게 떠나는 여행이
구속되는 여행이 되어버린다.
물론 남녀 커플 여행일 경우는
여행의 목적은 단순하게 일치되므로
이런 문제는 부차적일뿐만 아니라
오손도손 상의하는 일이 즐겁기만 하다.
그래서 그런지 내 주변에
등산을 즐기는 친구들을 보면
하나같이 홀로등산인데
그 원인이 바로
내가 기술한 것과 일치한다.
간혹 동호회 형식으로
우르르 몰려다니기도 하는데
그 안에는 반드시
여자가 1-2명 끼어있다.
이것이 몰려다니는
원동력이 될 뿐이지 별 거 아니다.
남자만 모인 동호회는 생명이 짧다.
여행을 하다보면 많은
에피스드가 생겨난다.
그 중 하나만 적어보자.
홀로 여행을 위해서 중요한 것은
짐은 최대한 압축하는 것이다.
별도의 속옷을 준비하지 않다보니
3일 정도 지나면
발목양말이 퀴퀴해진다.
죄송한 말이지만 냄비에
물과 샴푸를 약간 넣고
눅눅해진 양말과 함께
인덕션으로 삶는다.
술을 마시고 깜빡 잠이 들었다가
이상한 기운에 눈을 떠보니
좁은 방안이 온통 연기로 채워져
30센티 앞도 안 보인다.
그동안 냄비가 과열되어
그 안에 있는 양말은
완전히 재가 되어 있었다.
면이 타면 종이처럼
된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
창문을 열어 환기시키면서
경보장치가 없다는 것에 놀라고
만일 양말이 나이론이나 폴리였다면
유독가스로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모골이 송연해진다.
그 이후부터 속옷을
넉넉히 가지고 가는 버릇이 생긴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냄비는 바닥이 심하게 휘어져버렸지만
다른 숙박객을 위해
깨끗하게 설거지를 해놓았다.
//
카페 게시글
두번째지갑,투잡실천
#순면의 #발목양말과 #인덕션
쓰까이
추천 0
조회 495
21.02.28 09:48
댓글 10
다음검색
첫댓글 냄비는 다른분들은 식기로 쓰시는데...
아무리 깨끗이 씼어놓았다한들...
여행지 숙소에 있는 냄비에 양말을 삶으셨단거죠?
에휴~~~
깨끗이닦았어요..ㅠㅠ
@쓰까이 집에 잇는 음식해먹는 냄비에다가도 양말 삶으시나봐요
@지훈니 아뇨..
공용냄비로 양말을 삶고 더구나 다 태워서 바닥이 휜걸 설거지 해놓은 것으로 충분히 할만큼 했다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솔직히 너무하셨네요.
반성했어요
양말은 자기전에 세제로 빨아서 수건까지 동원해서 짜면 수분이 날아가고 아침이 되면 어지간히 마릅니다 한켤레만 더 챙겨가도 2~3일씩 말리면 충분해요
어디갈때 냄비 꼭 챙겨가야하는 지혜를 얻었어요
비꼬는거죠?
@쓰까이 그렇게 보이시나요
그런거 아니에요
가족들 여행으로 자주 움직이거든요
덕분에 지혜를 얻어가는 것이지요
3월 한달도 건강하시고 좋은일 많으시길 응원합니다
쓰까이님
깔끔한 성격이신듯^^;;
전 대충 빨아서 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