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 과학 선생님, 윤자영 교사의 과학탐험 소설이다. 원작 <해저 2만리>를 토대로 해저 2만리의 잠수함 노틸러스호를 타고 지구 한 바퀴를 탐험하는 이야기다. 윤자영 교사는 학생들이 이 책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생물학과 지구과학, 물리학에 접근하도록 책을 구성하였다. 따분하고 어렵게 느껴졌던 과학 용어와 지식들을 소설 읽듯이 읽어내려가면서 저절로 친숙해지도록 한 것은 저자의 세심한 배려인 듯 싶다. 초중학교 학생들이 과학 교과에 참고할 수 있도록 친절하게 관련 단원을 안내해 놓기도 하였다. 예를 들면, 초등 과학 연계 단원으로 지층과 화석, 물체의 무게, 화산과 지진, 다양한 생물과 우리 생활, 생물과 환경, 날씨와 우리 생활, 지구와 달의 운동, 빛과 렌즈가 있으며 중등 과학 연계 단원으로 지권의 변화, 여러 가지 힘, 생물의 다양성, 빛과 파동, 태양계, 수권과 해수의 순환, 기권과 날씨가 있다.
사실, 우리 생활과 밀접하게 연결되지 않는 지식들은 학생들의 흥미를 끌지 못한다. 사장된 지식이 되며 과학 교과를 더 멀리하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현직 과학 교사인 저자는 아마도 학생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학생의 흥미를 끌기 위한 장치로 이야기만큼 효과가 좋은 것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유용한 지식이라도 학생들이 호기심을 가지고 대할 때 쓸모가 있을 것이다. 그런면에서 과학적 호기심과 상상력을 끌어내는 소설 <해저 2만리>를 원작을 소재로 삼은 것은 탁월한 선택인 것 같다. 오늘을 살아가는 학생들에게 현실을 반영한 이야기를 제공하여 바닷 속 생물에 호기심을 갖게 하고 있다. 생물의 다양성의 중요성과 환경을 잘 보호해야할 의무가 우리에게 있음을 스스로 깨닫게 하고 있다. 꼭 알아야 할 과학 지식을 재미나게 읽을 수 있도록 해 주고 있다. 1860년대 당시의 바닷 속 환경과 2020년대를 살아갈 바닷 속 환경은 그야 말로 천양지차다. 말로만 환경 보호를 강조할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호감을 가질 수 있는 이야기로 설득하는 것이 어른들의 몫이 아닐까 생각한다.
듣도보도 못한 심해 동물들을 만나볼 수 있는 것도 이 책의 쏠쏠한 재미이기도 하다. 개복치, 해파리, 대왕오징어, 듀공, 흰긴수염고래, 향유고래 등 심해 깊은 곳에 사는 바닷 속 동물들을 알게 된다. 더 재미난 사실은 노틸러스호 안에 있는 선원들이 싱싱한 해산물로 진귀한 먹거리를 만들어 먹는 장면도 흥미진진하다. 선원들 모두가 바다에서 나는 것으로 생활을 유지한다. 조개에서 실을 뽑아 옷을 만들고 고래 기름으로 잠수함을 움직이는 원료로 사용한다. 해양은 자원의 보고라는 말이 실감이 난다. 현재 우리가 해양으로부터 얻고 생활하는 것이 1%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생물계의 학명도 차근차근 배울 수 있다. 이런 식으로 말이다.
"귀상어야. 연골어류 흉상어목 귀상어과 동물로 열대 해양에서 살고 있고, 몸은 최대 3.5m까지 자라지"
잠수함의 원리도 알게 된다. 지구에서 가장 깊은 곳으로 알려진 마리아나 해구의 '비티아즈 해연'으로 노틸러스호가 여행을 떠나면서 어떻게 뜨고 가라앉는지, 중력과 부력의 원리 등 주인공들이 나누는 대화만 잘 들어보더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책 한 권 읽었을 뿐인데 어른인 나도 과학의 다양한 지식들을 다시 상기하게 된다. 학창 시절에 배웠던 과학 지식을 말이다. 학생들이 읽는다면 자연스럽게 필수 지식들을 습득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