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머니에 손 넣고 뛰지 마
- 난치병
임수경
습관이란 참 무섭지
강물에 뛰어들기 전에 꼭 신발을 벗거든
왔던 길로 서둘러 돌아가는 파도거품처럼
차창문을 내리면 한쪽 얼굴로만 바람이 들이치지
아니, 라고 대답하던 아이가 네, 라고 말할 때 소름
왜 어디 아프니, 자, 아니, 라고 해봐.
고요한 밤바다의 공포와
깔끔하게 정돈된 한강 다리 위의 낯섦
그리고 문 옆에 놓인 여행가방과
언제든 박차고 나갈 수 있게 문을 열어놓는 것까지.
사실 습관은 하필,이란 것에 무너지기도 해
자는 얼굴 위로 떨어진 바퀴벌레 같이
하필, 그 넓고 많은 인연들 중에서
내 낡고 지친 하루 끝에서 멈췄는지 같은.
세상엔 건들면 안되는 것들이 있다고
민들레 씨앗을 닮은 웅크린 송충이 같은 거
하필, 철새 떠난 자리는 서성이는 게 아니야
슬프고 부질없는 습관은 구태의연해지는 연애가 된다고.
막연히, 홀로 지는 석양을 바라보다
상처로 남은 기억 한 자락을
굳이 소금물로 쓰라리게 씻어내는 것까지.
----애지 겨울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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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수경
시집낙타연애, 문신,사랑 등
단국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박사, 현 단국대학교 교수 재직중
계간<시현실> 신인상, 제25회 단국문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