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New Life, 6월의 일기, epilogue
6월 달력을 다시 펼쳤다.
덜 쓴 일기가 있을까 싶어서였다.
역시 그랬다.
수두룩했다.
우선 6월 1일의 일기 하나가 빠져 있었다.
아내와 서초동 먹자골목을 걸으면서 챙겨본 글귀에 관한 것이었다.
어느 공사현장에 가림막을 설치하면서 써놓은 글이었는데, 곧 이랬다.
“행복”이란 꽃말을 가지고 있는 민들레 홀씨가 바람결에 흩날리고 있다. 언젠가는 민들레 홀씨처럼 그리운 홀씨가 되어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그 순간들이 오겠지요.
더 이상 방황하며 잃어버리는 소중함 들이 없기를, 더 이상 가슴을 내어주지 못하며 눈물 흘리는 시간 들이 없기를, 어딘가에서 늘 지켜보고 있을 그분들 혹은 곁에서 자식들을 위해 기도를 쏟아내시느라 당신들의 삶은 이미 당신 곁에서 떠나보내신 가엾은 분들.
사랑합니다. 또 사랑합니다.
이 땅에서의 소중한 인연 “천륜”
감사합니다. 또 감사합니다.
이젠 크나큰 그 사랑에 보답하는 우리이길 기도합니다.//
그 글을 읽으며, 내 문득 박미경의 ‘민들레 홀씨 되어’라는 노래를 떠올렸었다.
그 다음날로 내 사랑하는 세 살배기 손자 서율이를 데리고, 내 국민학교 중학교 동기동창인 안휘덕 친구의 만촌농원을 찾은 것이 빠져 있었고, 이어서 함창 할매 손두부집을 찾은 것도 빠져 있었다.
그 집에서 본 장자(莊子)의 한 구절에 대한 이야기도 빠져 있었다.
아직도 그 뜻풀이를 하지 않고 있는데, 곧 이 구절이었다.
‘養志者忘形養形者忘利致道者忘心矣’
또 있다.
그 다음날로 우리 부부의 결혼 44주년 기념일인 날에, ‘햇비농원’ 우리들 텃밭으로 서율이를 데리고 가서, 할아버지인 나의 농사짓는 모습을 보여준 사연도 빠져 있었고, 막내며느리 은영이의 고집스러운 주선으로 문경새재 옛 과것길 초입의 경양식집인 ‘파밀리아’를 찾아서 우리들 부부의 조촐한 결혼기념 파티를 한 사연도 빠져 있었고, 계속해서 서율이를 데리고 백두대간 이화령고개를 오른 사연도 빠져 있었다.
하나 같이 내 가슴에 감동으로 담긴 사연들이었다.
감동의 사연은 또 있었다.
안휘덕 친구 부부와 어울려, 우리 문경의 팔경 중 하나로 꼽히는 영강 상류의 구랑리 ‘하내리 카페’를 들른 사연이 그랬고, 아내의 초등학교 동기동창 친구이면서, 나와는 페에스북 친구이기도 한 민옥현씨가 아내와 둘이 찍은 사진을 페이스북에 게시해준 사연이 그랬고, 가수인 아들 모세가 오는 7월 17일 일요일 오후 5시 홍대 밸라주에서 공연이 있다는 소식을 페이스북에서 알려준 것이 또 그랬다.
어느 하루도 하릴없이 빈둥거린 날이 없었다.
오로지 행복하기만 한 6월의 모든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