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은 무척이나 길었다.
긴 겨울 탓에 봄을 안고 오는 사월이 오지 않아 노심초사하였더니
어느 덧 사월도 반을 지나 여름도 이내 오겠다.
산책길에 만나는 동박이라 부르는 생강나무 노란 꽃은 무리지어 피었고
양지바른 둔덕엔 진달래가 흐드러지고 개나리도 만개한다.
지난 해 이웃에서 얻어 심은 뒷곁의 딸기가 하얀 꽃을 피우고
그 사이로 파란 제비꽃이 앙증스럽다.
꽃은 필 대로 피어 온 산을 물들여도 집집마다 농사일은 바쁘니
갈고 엎고 고랑치고는 감자를 넣느라 분주하다.
어느 비탈진 밭에서는 보기 드물게 누런 황소에 쟁기지워
이려이려 하며 지갈많은 밭을 간다.
겨우내 내린 많은 눈이 녹아 아우라지강물은 불어 소리내어 흐르고
읍내로 나서는 조양강에서는 간혹 천렵꾼들이 왁자하다.
작은 동네 나전을 지나 강을 따라 길게 심은 가로수 살구나무에도 봄은 왔으니
분홍 살구꽃도 만발한다.
봄과 함께 풀린 날씨만큼이나 장마당도 붐비니
곤드레 취나물 민들레 달래 냉이 쑥 두릅 온갖 나물이 산을 이루고
이제 막 개장한 야외공연장에서는 정선아리랑 한 마당이 걸쭉하다.
지난 주 방영된 인간극장 “동강의 봄날”에서 만난 정많은 이순자 할머니도
장터에 앉아 아들이 동강에서 잡아 온 물고기를 팔고 있고,
효심많은 아들은 예림이의 손을 잡고 어머님의 뒷모습을 지키고 섰다.
이웃영감님이 때맞추어 심으라 하던 씨앗들을 오후내내 뿌린다.
상추 쑥갓 치커리 들깨 열무 대파 오이는 씨앗으로 뿌리고
지난 해 갈무리한 감자를 골라 네 고랑 넣는다.
아직도 새벽엔 서리가 하얗게 내려 옥수수 호박은 한 댓새 더 기다려야 하고
고추 토마토 고구마 모종은 한참을 더 기다린다.
이러저러 정선 땅에도 봄은 무르익고,
그 무르익은 날들이 모여
세월도 흐른다.
첫댓글 ㅎㅎㅎ 여전히 봄 마중은 꽃들과 채소 씨 뿌리기 바쁜 계절이군요...비탈진 밭에 누런 황소에 쟁기질 하는 농부의 모습에서 어릴때 보았던 그림이 지나 가네요... .오늘 뉴스에 강원도 쪽에 눈이 올것 같다기에 꽃이나 새싹들이 동사할까 걱정이 되더라구요....ㅎㅎㅎ 제가 정선님과 꽤나 정들었나봐요....혹여 피해 입을까 걱정부터 앞서니까요...ㅎㅎㅎ 이쁜 새싹들이 자라 또 맛있는 먹거리가 되어주니 뭐가 부러우리...ㅎㅎㅎ
걱정하여주시어 감사합니다. 그리 피해는 없으리라 생각하며...
말씀대로 좋은 먹거리가 되어 줄 새 싹들이 얼른 나오기를 기다립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새벽부터 내리는 비가 오후들어 날이 추워지며 눈으로 내릴 것 같습니다.
집집마다 감자는 모두 심었기에 걱정은 않지요.ㅎ
TV에서만 본 굽이지는 아우라지강물이 왠지 그리워지는 듯 하다.
봄은 씨앗뿌리기와 시작 되는 계절.....엄마가 생각난다.
작년이맘 때면 씨 뿌리고 모종낸다고 야단이었는데.....
지금은 요양병원에 누워 계시니 그립다 억척스럽게 움직이든 그 모습이...
정선나그네님 행복한 봄 되시길 바랄게요.
네, 님께서도 모든 일이 잘 되는 봄이 되기를...
나그네님 오랜만입니다. 오늘 뉴스에 강원도 눈이 왔다는 소식이네요. 봄인가 했더니 여름날이 성큼오더니 왠 날벼락같은 눈인지.....그래도 어김없이 봄은 오나봅니다. 전국이 꽃무리에 묻혔습니다. 저도 동강의 봄날을 보면서 다음에 정선가면 이순자 할머니 뵙고싶습니다. 동강에서 잡은 고기도 맛보고 싶구요. 어린날 아버지따라 천렵때 많이 따라다닌 추억이 그립습니다.님의 글이 없어 궁금도 하고 기다려 지기도 했답니다. 정선을 한번더 갈 계획을 세우는 중입니다만....................건강하세요
오랜만에 뵙는군요. 종일 내리던 비가 밤이 되자 눈으로 바뀌었습니다.
인간극장 "동강의 봄날"에 나오는 그 할머님은 방송에서보다 더욱 작은 몸집으로 귀엽기까지 하더군요.ㅎ
때 되면 씨 부리고
때 되면 거두고...
순리대로 가는 길 아름답고녀~!! ^^*
그렇지요. 산골의 생활이란 계절따라 세월따라 그렇게 그렇게 흘러간다는...
강원도에 눈에 내린다는 뉴스가 나오던데,,,,,뿌려놓은 씨앗이 무사히 잘 나와야 할건데요...
건강하이 잘 계시죠??? 정선 생활은 여전하네요.
눈이 많이 내려 산마루에 눈꽃이 피었네요. 씨앗은 다소 늦더라도 잘 나올겝니다.
그렇지요. 정선의 생활은 여전하다는 것...
삭제된 댓글 입니다.
매년 봄만 기다리다 늙어가는 줄도 모른다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