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라인] 바보들을 위한 발라드
#상
[남자를 데려가다.]
"뭐야..."
내 발밑에 쭈그리고 있는 이 남잔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
남한테 정을 베풀만큼 착한 위인이 못되는 나는 남자를 못 본척하고 지나쳐 가려했지만..
그때마다 줄기차게 쫓아와 내 발밑에 쭈그려 앉아있는 이 남자.
도대체 뭘 바래서 이러는 건지..
남자의 얼굴을 보기위해 나도 똑같이 쭈그려 앉았다.
"이봐요..나 한테 할 말 있어요?"
내가 말하자 마자 고개를 드는 이 남자.
내 생각보다 훨씬더 잘 생긴 얼굴에 놀랐다.
"나 좀 데려가줘."
"에...?"
"나 좀 데려가줘.."
....자기가 버려진 애완동물 이기라도 한 듯 데려가달라는 말을 구슬픈 목소리로 계속 반복하는 이 남자.
왠지 처량하고 슬픈 모습에 두고가기가 좀 그렇다.
하지만 데리고 가기에도 그런데...
"나한테 이상한 마음 품고 있어요?"
"아니..그냥 데려가줘. 모든게 다 흐려지려고 해."
마지막 말을 할땐 정말 이 남자의 모습이 흐려지려 하는 것 처럼 보였다..
목소리도..모든 것도 잿빛으로 변해버리는 듯 하여 두고 갈 마음이 더 없어졌다.
'그래,24년 인생 인정 한 번 베풀자.'
남자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이 손 잡아요.데려가 줄테니.."
천천히 내 손은 잡았던 그 하얀 손의 차가움과 대조되는 햇살을 가득담은 따뜻한 웃음은 내 마음 깊은
곳까지 점령해 버렸다.
내가 손을 내밀고 그 남자가 손을 잡았던 그때..나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이 남자가 내 인생의 치명적인 인물이 되리란 것을...
#중
[바보는 우는 법을 몰라 더 슬프다.]
그 남자의 이름은 서이균.
왠지 이미지하곤 어울리지 않게 딱딱하게 느껴지는 이름이었다.
내가 이균이에 대해 물어봤을땐..이름만 말하곤 다른것은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다.
그다지 궁금하지 않았던 난 자연스럽게 받아들였고 이균이는 내 시간에 녹아들었다.
이균인 가끔씩 울 것같은 얼굴이 되기도 하였지만..그건 잠깐 스치는 바람같이 아주잠깐 얼굴에 나타났
다.
아주 잠깐 스치는 듯한 표정이 었지만 이상하게 내 머리속엔 너무나도 선명하게 각인되어있다.
이상하게도....
이균에 대해 사소한 것들을 알아가며 시간은 유유히 흘러갔다.
"기분 좋다.."
열려진 창문으로 들어오는 바람을 등지고 있는 이균이의 머리가 휘날린다.
문뜩 쓰다듬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머리로 손을 가져갔다.
내가 머리에 손을 대자 움찔거리던 이균이는 잠시후 내가 머리를 쓰다듬는 것이 기분 좋은듯 옅은 미소
를 머금었다.
생각했던 것 만큼 부드러운 머리카락이다. 마치..뭐랄까 구름을 만지면 이런 느낌이 날 것 같은 기분이
다.
보는 나까지도 기분 좋아지는 표정을 짓고 있던 이균이는 작게 노래를 흥얼거렸다.
따뜻 하면서도 슬픈 음색...이균이와 잘 어울리는 노래라는 생각이 들었다.
"노래 제목이 뭐야?"
"나같은 사람들을 위한 발라드"
이균인 웃으면서 말했지만 내 귀엔 그 목소리는 슬프게 들렸다.
"라미야."
"응?"
"이 노래를 꼭 기억해줘..아무리 오랜 세월이 지나도 이 노래는 꼭 기억해야돼."
"어째서?"
"몰라..아무튼 기억해줘..오랫동안 이 노래만큼은 기억해줘."
겉은 단단해 보이지만 속은 여린 오렌지 같은 목소리 였다.
내게 한가지 약속을 남긴 그 다음날...이균이는 사라졌다.
자신이 나간다곤 한마디도 꺼내지 않았던 이균이기 때문에 다시 돌아올거란 생각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이균인 그렇게 모습을 감췄다.
아무렇지도 않게 다가와서 아무렇지도 않게 떠난 이균이.
두 달...생각해보면 그렇게 긴 시간도 아니었다.
하지만 왜 이렇게 미련이 많이 남는 거지...
가끔씩 짓던 다정한 미소,슬픈 미소,아주 잠깐 울것 같아 보이던 얼굴,따뜻했던 목소리 반대였던 차가운
손.....
모두다 그리움이 되어 내 가슴을 짓누른다.
이균아 갈거면 그리움도 같이 가져가야지...
울것 같은 얼굴이 되긴 했지만 절대 울지 않았던 바보 이균이..
"♬♪♩~~"
너와 닮은 노래를 흥얼거리며...네 얼굴을 생각하며..그리움을 이겨낸다..
#하
[바보들을 위한 발라드..그 남자같은 사람들을 위한 발라드.]
어느새 4년이 지났다.
바쁘게 살아가면서 이균이에 대해 잊기도 했지만..문뜩 혼자있다보면 이균이가 생각날때가 많았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내 삶 깊숙히 자리잡은 이균이...
'그래..영원할 순 없었어..따지고 보면 사귀는 것도 아니었으니까..'
미묘한 관계였다..연인도 친구도 아닌...하지만 그 상황이 오히려 더 편했다.
무엇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웠으니까...
하지만 많은 세월이 지났다.
어렸던 24살이 아닌 28살이 되고 이제 결혼을 전제로 만나는 사람도 있다.
"♬♩♪♬~~"
"아 노래 좋다. 제목이 뭐야?"
주재환. 다정하게 미소짓는 게 이균이와 닮아 만나게 된 남자.
재환이를 볼때마다 생각한다. 4년이란 세월동안 난 이균이란 남자에게서 벗어나지 못한 것을...
'그래 가끔씩 울것 같은 얼굴이 되었지만 울지는 못했던 너를 닮은 너를 위한 이노래..'
"바보들을 위한 발라드.."
"제목이 특이하다?"
이균이와 같은 사람들을 위한 발라드..이균이 같은 바보들을 위한 발라드..
문뜩 이 노래를 흥얼거리며 생각한다.
'잘 지내고있니? 넌 지금 행복하니?'
똑같은 질문을 내게 한다면 난 아무말도 못할것 같다.
난 아직도 네 흔적을 잊지 못하니까...
<널 만날 일은 아마 없을꺼야..그래서 난 가끔씩 바람이 불면 나도모르게 중얼거려.
"잘 지내고 있니?"라고 말하면 네게 전해질 것만 같은 기분이 들거든..>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쓰는 단편이라 떨립니다.
제 첫 단편소설[나의 나비]를 기억하시는 지요?
원래는 [나의 나비] 열이의 번외편을 쓸 생각이었으나...저장해 두었던 글은 포맷을 해 다 날라가
버려 패닉 상태에 빠져 글을 올리지 못했습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기말고사의 압박 때문에 단편소설을 올리지 못했답니다.
[나의 나비]를 읽어주신 여러분들 특히 댓글을 올려주신 ㅋ키키 님, 슬퍼질때、님,
우히히히히♥ 님, 정말 감사합니다. 처음으로 받아보는 댓글이라서 한 글자 한 글자 읽을 때마다
기쁘고 행복했답니다. [나의나비] 단편은 빠르면 이번주 늦으면 다음주에 올릴 수 있을 거에요.
이번 단편 [바보들을 위한 발라드]는 갑자기 생각나 즉흥적으로 쓴 단편이랍니다.
뭐랄까..이어지진 않지만 그래도 뭔가가 있는 글을 쓰고 싶었거든요.
읽어주신다음 댓글 부탁드립니다.<제 소설의 단점을 쓰셔도 좋아요>
그럼 아이라인 다음 단편때 다시 오겠습니다.
첫댓글 잘쓰셨어요 ㅜㅜ그런데요 테클은아닌데요..하에 14년후라고 해놓고는 나이는 28살이네요ㅜㅜ 그럼 4년후가 아닌가요?ㅜ 태클은 아니예요ㅜㅜ죄송해요 잘쓰셨어요 재미있게 잘읽고가요 ㅋㅋ
이런 오타가 났었군요.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슬퍼질때님 또 댓글 남겨주셔서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어요. 슬퍼질때、 님 과한 칭찬 너무너무 감사해요.
남자가 어디간걸까여??번외~부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