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추석에는 물봉선이 참 예쁘게도 피었다.
다른해 보다 눈에 띄게 이쁜 것은 아마도 올해 비가 많아서 물을 좋아하는 이 꽃이
성한 모양인 것 같다.
명절 전날부터 명절에 들어 간다.
산에 갔다가 어두워서 친정에 들렸더니 벌써 전도 다 지지고 잡채도 하고
각종 음식들도 많이 했다.
올해는 거꾸로 송편은 저녁을 먹고 하고 먼저 식구들이 잘 먹기로 했다고 한다.
엄마가 무쳐 주는 잡채가 맛있어서 한 그릇을 먹고 났더니 다른 것은
별로 생각이 없다.
다른날도 그렇게 좋아하는 잡채 먹다가 망치는데 그래도 할 수 없다.
잡채 덮어 놓은 보자기가 재미 있어서 사진 찍어 보았다.
엄마가 손으로 꿰매서 만든 것이다.
이것은 뜨거운 것을 식힐 때 다른 날것 들이 달라 붙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잡채 한그릇을 먹어서 배부른데 이번에 엄마가 내 주시는 것은
뜨거운 식혜이다.
나는 차가운 식혜 보다 금방해서 뜨끈뜨끈한 식혜를 식혜밥을 많이 넣고
퍼 먹는 것을 좋아한다.
내가 못하는 음식중에 이 식혜가 있는데 내 친구가 해 주는 것이 제일 맛있고
그 다음에 엄마가 해 주시는 것이다.
점점 갈수록 성의 없게 사진을 찍었는데 올 추석에 가장 인기있는 메뉴는 능이를 넣은
불고기였다.
불고기에 능이를 넣었더니 불고기에서 능이향이 났다.
엄마는 전을 열가지나 하셧다.
고추전
고구마전
가지전
두부전
부추전
동그랑땡
깻잎전
동태포
북어채전
애멸치를 넣은 전
애멸치전은 설명이 필요하다.
강원도에서는 예전에 고기나 생선이 귀했다.
그래서 제사나 명절에 고기전이나 생선전을 할 수가 없으니
애멸치나 북어포를 불려서 넣고 전을 부쳤는데 그것이 생각 보다 참 맛있다.
열무를 뽑아 열무김치, 배추김치, 깍뚜기 .......
그러시느라고 벌써 추석 사흘전부터 시장을 들락거리시고
준비 준비 하시고 아들 며느리 손자 손녀를 기다리신다.
추석 당일에 바쁜 큰동생내외는 미리 하루전에 다녀 가고
오늘은 넷째네와 막내 동생 가족만 자리를 함께 했다.
아마 다른 동생은 추석날 올 모양이다.
새삼스레 올케들에게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 든다.
그들도 친정에 가고 싶을텐데 이렇게 시댁에 와서 종일 일을 하고 있으니......
아버지는 교회에 다니시고 술을 끊으셨지만 명절에 한두잔 정도는 하신다.
아들들이 그 한잔을 위해 최고 좋은 송이술이며 산삼주를 가지고 왔다.
아버지께서 건배제의를 하시고 ......
세월 참 많이 좋아졌다.
예전에 할아버지에게 술 한잔 따라 드리려면 무릎을 꿇고 드리고
아버지 조차도 할아버지 앞에서는 술 한잔을 않으셧는데.......
세월의 변화에 잘 적응해 주시는 아버지께도 감사하다.
저녁을 먹고 송편을 빚는다고 하는데 우리는 밤길을 달려
먼곳까지 갔다 와야 하는 일이 있어 자리에서 일어 났다.
고향 동산에 보름을 하루 앞둔 달이 두둥실 떠 올랐다.
언제 보아도 그 달이겠지만 이렇게 의미가 있는 달은
또 달리 보이니 참 이상한 일이다.
유난히 더 붉은 오늘의 달이다.
이 더 빛나는 달은 오늘 새벽에 본 보름달이다.
늘 저녁에만 보름달을 맞았는데 사실 날짜로 치면 새벽도 보름이니
보름달이라고 해야 하나 아마도 이 달을 보고 보름달 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추석아침 일찌감치 서둘러서 남편이 나고 자란 고향인 광주로 향했다.
평소에 집에서 두시간 반이면 넉넉한 거리인데 차가 얼마나 밀리는지 네시간을 넘게 걸려서
시부모님 산소에 도착했다.
산소 들어 가는 입구에도 물봉선이 흐드러지게 피고 고마리도 꽃을 피웠다.
남편은 아들을 데리고도 오고 수시로 왔지만 나는 어머님이 돌아 가시고 처음 왔다.
그동안 산소 주위가 많이 변했다.
지지난 주에 산소에 와서 벌초를 해 놓고 왔던 남편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랜만에 온 사람처럼 어떻고 저떻고 자신을 자책한다.
나이가 더 들어 갈수록 남편은 부모님을 더 챙기고 싶어하고
마음 주고 싶어한다.
산소에다가 자꾸 치장을 하고 싶어 하는 아주버님을 흉본적이 있었는데
남편도 똑같이 따라 간다.
그러고 보니 나는 아직 친정부모님이 계시니 산소라도 치장을 하고 싶어하는
시누이나 시숙이나 남편의 마음을 다 이해하지 못하리라......
남편은 한참 동안이나 기도를 한다.
산소 주위를 돌아 다니며 여기도 다지고 저기도 다듬고 하는 남편을
바라 보며 남편에게 더 잘 해 주어야 겠다는 마음을 가졌다.
산소에 갔다가 어머니를 모시고 살던 둘째 시누이네에 들렸다.
여기도 역시 어머니가 안 계시니 잘 안오게 되어서 3년만에 오게 되었다.
시누이는 오빠와 언니가 와서 뭔가 해 주고 싶은데 금새 시댁에서 돌아 왔으니
마음이 바쁜 모양이다.
음식 하는 것에 특별한 재주가 없고 내가 10분이면 할 일을 한시간은 하는
시누이가 우리를 준다고 만두를 했다.
이 더운날에 만두를 하느라고 시누이남편과 땀을 뻘뻘 흘리며
만두를 밀었을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짠했다.
이 것을 하느라고 아마도 다섯시간은 애를 썼을 것이다.
진정으로 생각해 주는 가족이 있어 괜시리 목이 매인다.
어머님이 돌아 가시고 그 허전한 자리를 시누이가 그래도 좀 채워 주는 것 같다.
오빠가 물을 넣지 않은 만두를 간장에 찍어 먹는 것을 좋아 한다고
먼저 한 대접 해서 내 주고.......
별 특별한 것을 많이 차리지는 않았지만 시누이가 오빠와 올케를 생각해주는
마음을 읽었다.
한때는 시누이는 남의 식구 시어머니도 남의 식구 같았는데
이제는 내 피붙이 동생들 보다 올케나 시누이가 더 마음 짠할 때가 있는 것을 보니
나도 이제야 철이 들어 가나 보다.
철이 든다는 것은 더 많이 남을 이해 한다는 것과 같은 말 인것이라고 본다.
나는 ~
오빠를 보기를 친정 부모를 대하듯 하는 시누이
시누이는 오빠를 보며 엄마를 보듯 하고 나는 시누이를 보면서 시어머니를 보듯 한다.
많이 말라서 조금 걱정이 된다.
점심을 먹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추석특집 씨름 대회를 보았다.
영월에서 씨름 장사가 났는데 아들과 교회를 같이 다녔던 청년이 동생과 나란히
천하장사가 되었다.
열심히 응원해 주고.......
차가 밀릴까 하여 네시쯤 시누이네서 길을 나섰는데 차는 그적지도 밀려서
집으로 돌아 오는데 다시 또 다섯시간이 걸렸다.
길에서 하루를 다 보내는 느낌이다.
저 멀리 해지는 들녘을 바라 본다.
고속도로는 양방향 모두 정체이며 주차장 수준이다.
이런 정체된 길을 별로 가 볼일이 없는 우리는 영 답답하다.
밀리고 또 밀리고......
충주를 지나 오는데 보름달이 휘영청 떠올라 밝은 빛을 비추고 있다.
오늘 해가 지는 시간과 달이 뜨는 시간이 비슷했었던 것 같다.
그렇게 답답하고 정체 된 길에 그래도 보름달이 있어
덜 힘들었다.
버덩에는 벌써 한시간 반전에 그 만큼 떠올랐던 달이
산골 우리집에는 그제서야 얼굴을 내밀고 있다.
몸은 피곤 하지만 정신은 더욱 맑아 진 것 같다.
첫댓글 묘소에 계신분이 애기호랑이입니까?
소박한 아름다움이 그림 전체에 가득하네요 감사
깨알같은 추석 이야기
몹시 단란하고 행복해 보입니다
섬세하시군요
친정엄마가 해주신 음식은 뭐든 맛나지요
친절한 금자씨는 복도 많어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