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의대는 공부 얼마나 할까 찾아보다 흥미돋...2012년 글이라서 지금은 다를 수도 있어!
서울대 의대 공부량
PPT로 수업할 경우 보통 1시간 수업 분량이 슬라이드 50~70장 정도고 마음씨가 따뜻한 교수님의 경우 시간 당 20장 정도로 그칠 수도 있고, 최악의 경우 시간 당 190장까지 올라갑니다. PPT 슬라이드로 잘 체감이 안 되는 분들을 위해서, 유추할 수 있게 추가적인 정보를 드리자면, 고등학교 생물 II 수업 한 시간 분량을 슬라이드로 만들면 4~5장 정도가 나온다고 보시면 됩니다. 따라서 전공 수업이 7시간 있는 날의 경우, 슬라이드를 하루에 400장 이상 나가기 때문에 하루 수업 분량이 생물 II 한 권 전체와 같다는 말이 과장이 아니게 됩니다.
내과 과목들의 경우, 전출(모든 수업에 출석함)하고, 수업 시간에 졸지 않고 슬라이드에 필기 꼬박꼬박 하고, 수업과 별도로 시험 범위 슬라이드 전체 원뷰(한 번 읽고 중요한 부분을 외움)하고 작년 족보(기출 문제)를 풀어보고 문제를 외우면 그 과목에서 C가 뜹니다. 한 번 읽더라도 꼼꼼히 보면 C+ 적당히 보면 C0 대충 보면 C-, 그것도 못하면 D+나 D0가 뜹니다. 슬라이드 혹은 교과서(있는 경우)를 투뷰(두 번 읽고 좀 더 광범위하게 중요한 부분을 외움)하고 3년치 족보를 풀어보고 문제를 외우면 그 과목에서 B가 뜹니다. 역시 정도의 차이에 따라 B+ ~ B-. 그 이상 공부할 수 있으면 A가 나오는 것 같습니다. (저도 잘 안 받아봐서 -_-) 저희 학교에서는 F는 거의 안 줍니다. (1학년 때는 한 명도 F를 받지 않았습니다)
고등학교 다니시는 분들을 위해 학점에 대해 첨언하자면, A+ = 4.3, A0 = 4.0, A- = 3.7, B+ = 3.3, B0 = 3.0, B- = 2.7, C+ = 2.3, C0 = 2.0, C- = 1.7 로 계산하는데, 이렇게 계산된 수치에 이수단위로 가중치를 매겨서 총 학점을 계산하게 됩니다. 가령 10학점을 듣는데 3학점 짜리 두 과목이 A0, 4학점짜리 한 과목이 B-이면 (4.0 X 6 + 2.7 X 4) / 10 = 3.48 이 나오게 됩니다. 학점은 A : B : C 이하 = 3 : 3 : 4 로 철저하게 끊는 편이기 때문에, 중간 정도 성적이 나오면 B0이나 B-이 뜨게 되고 평점이 2.9점대가 됩니다.
시험 마다 외워야 할 분량에 대해 얘기해 보자면... 1학기 마지막 시험이 내분비학이었는데 외워야할 부분만 그림 없이 텍스트 파일로 정리한 게 MS 워드로 A4 용지 202장이었습니다. 내분비학은 이론 67시간 수업하고 시험보았습니다. 위에 나온 순환기학의 경우 이론이 85시간이니까 분량이 좀 더 많겠네요.
이렇게 얘기하면 '의대는 족보(=야마)만 외우면 된다고 하던데요'라고 순진하게 눈을 초롱초롱 빛내시는 분들이 있으신데 저희학교 2학년 기준으로 족보를 타는 문제는 전체 문제의 20~30% 정도라서 정말 순진하게 족보면 외우고 들어가면 C- 받기도 힘듭니다. 일단 공부를 안 하면 족보에 써있는 글들이 무슨 뜻인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족보를 타는 문제는 모든 학생들이 맞히는 문제임을 뜻하기 때문에 일단 족보는 누구나 맞히는 문제고 나머지 70~80%의 문제로 성적이 갈린다고 보면 됩니다.
하여튼 그래도 최악의 경우 일주일에 140시간 이상 일해야 한다고 하는 (토요일 일요일 안 쉬고 하루 평균 20시간이네요) 전공의(레지던트) 1년차 때에는 이런 수업 들을 때를 상기하면 초등학교 시절을 그리워하는 고3의 심정이 느껴진다고 합니다.
학생들은 인간 생명에 대한 소중함을 느끼고 투철한 사명감으로 입학하는 경우도 많은데 다니다 보면 병원에서 생사의 기로에 서있는 환자들을 보면서 두려움을 느끼기 보다는 공부와 업무에 치여서 내 목숨이 먼저 날아가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더 크게 느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쨌든 강렬한 의지로 9년을 버티면 (본과 4년 + 인턴 1년 + 전공의 4년.. 예과 2년은 특별한 의지가 필요 없으므로 제외) 의사(전문의)가 됩니다.
아마 사법고시를 최종 통과할 때도 마찬가지 노력이 필요하겠죠. 연수원에서 수련을 받으며 더 좋은 성적을 기록하기 위해서는 이곳에서 A를 받아가기 위해 필요한 만큼의 추가적인 노력이 들어갈 겁니다.
그럼 의대 안 가고 고시 안 보면 되지 뭐! 낄낄낄 하시는 분들을 위해.. 첨언을 하자면, 서울대의 경우 어느 학과를 가건 A0 이상을 받기 위해 들어가는 노력은 의대에서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알고 있습니다. (이 부분은 다른 분들께서 댓글로 확인해 주시겠지요) 다른 모든 분야에서 각 분야의 최고를 다투는 분들은 정말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겪어보지도 않으시고 쉽게 마이너가 어떻고 로펌이 어떻고 연봉 몇 억이 어떻고 말씀하시는데 그런 사람들은 최초로 억대 연봉을 기록하기까지 14살때부터 34살 때까지의 삶을 시험에 반납했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렇게 되지 못하고 아들 조카 같은 고등학생들한테 별로라고 무시당하는 사람들조차도 그들 나름대로 눈알에 핏대 세워가면서 수 년 동안 치열하게 살아갔겠죠.
대학교 공부 분량을 보니, 역시 이왕 공부하는 거 고등학교 때 좀 더 열심히 하는 게 나은 거 같다는 생각이 혹시 드시나요?
첫댓글 다른 직업도 다 대단하고 멋있지만 의사는 뭔가 더 멋있어 보여,, 공부량도 장난 아니고 일하는 것도 장난 아니고,,
진짜 대표적인 전문직인거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