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일주일을 보내며..
슬로푸드로 먹기
지난 주말에 친정엘 갔다가 일주일 정도 있다 왔습니다.
어딜 가면 하룻밤도 잠들지 못해 친정엘 가도 그냥 오는 날이 많은데 이번엔 참 오랜 시간 있었어요.
엄마가 허리 수술을 해서 오랫동안 오빠네집에 계시다가 갑갑하다고 내려가신다고 성화하셔서 모셔다 드리고
오래 비워둔 집안 정리도 하고 반찬도 해드렸습니다.
엄마는 카메라만 들이대면 멈춰주는 센스를 발휘하십니다.
엄마는 이제 내게 길들여 진겨..ㅎ
하루는 오빠네가 와서 같이 식사를 하는데 오빠가 한마디 합니다.
" 넌 멀 이런걸 다 찍냐..'
" 오빠.. 난 사진을 안찍으면 밥이 안맥혀.." ㅋ~
오늘 제가 올리는 사진은 평소의 저와는 조금 다른 부분이 있을 겁니다.
식기들과 소박하다 못해 초라한 느낌의 밥상, 매우 간소화 되었습니다.
어찌보면 매우 소박한 슬로푸드의 식사법이기도 하죠.
있는 재료로 했기 때문에 비주얼이 약하지만 건강에는 그만입니다.
스텐양푼이 있지만 엄마가 모든걸 무거워 하시기 때문에 가벼운 것들을 찾아 사용했습니다.
저의 시댁은 늘 은수저를 사용했지요. 일하는 사람들은 시부모님이 진지를 다 드시고 밥상이 나오면
제일 먼저 챙기는 것이 숟가락과 젓가락이였습니다.
늘 은수저를 사용하시던 시아버님이 어느날은 수저가 무겁다고 하시더군요.
결국엔 달챙이 숟갈, 누룽지 긁을때 사용하는 젤루 얇은 수저를 사용하셨습니다.
그건 워낙 얇은 수저라 누룽지 긁을 때나 사용하던 것입니다.
사람의 욕심은 부질없단는걸 깨달았고 부귀영화도 소용없으며
시기 질투도 바람직하지 않다는걸 깨달았습니다.
길어야 70~80인 우리 인생인데 은수저만 사용하셨던 시아버님도 나중엔
하인이 쓸법한 수저를 사용하셨습니다. 아버님 생각이 나는군요.
서울로 돌아와야 되는 날
저는 엄마가 사용할 그릇들을 얇은 스텐그릇과
놓쳐도 쉽게 깨지지 않는 그릇들로 바꿔놓고 접시도 작은 것으로 교체하고 왔습니다.
다음주 엄마에게 갈 때는 자루 달린 노란 양은냄비 하나 사드리고 와야겠어요.
전자렌지 사용을 잘 못하시기 때문에 양은냄비가 좋을 거 같아서요.
한약을 뎁히기엔 금방 끓고 가벼운 양은냄비가 필요 합니다.
엄마는 고기보다 채소를 좋아하시며 단맛이 들어간 음식을 싫어 하십니다.
겉절이나 담백한 홍합탕을 좋아하시며 특히나 올갱이국을 무척 좋아하셨습니다.
일주일 정도 엄마와 같이 일기를 소개합니다.
1) 올갱이 된장국
올갱이 된장 아욱국
1. 요즘 채취해서 판매되는 살아 있는 올갱이를 사서 바락바락 깨끗이 씻어 잠시 둡니다.
잠시 후 올갱이가 알맹이를 삐죽이 내밀면 이때 끓고 냄비에 붓고 팔팔 끓입니다.
그러면 올갱이알이 밖으로 나와있어서 빼먹기가 좋습니다.
올갱이를 오래 끓이면 국물이 맛있지만 올갱이는 졸아들고 맛이 없어요.
5분 정도 끓인 후에 올갱이를 건져내면 올갱이도 맛있고 국물도 맛있습니다.
2. 올갱이 국에 된장 풀고 고추장도 한수저 넣어 끓입니다.
된장푼 냄비에서 끓여 건져낸 올갱이
3. 조리로 건져낸 올갱이- 탱자나무 가시 몇개 꺾어와서 알맹이를 돌려서 빼면 쉽게 빠집니다.
제가 여렸을적엔 아카시아 가시를 꺾어 사용했더랬지요.
키가 2m가 넘는 탱자나무의 가시는 길이가 5cm정도 되는데 제격입니다.
이 올갱이는 충청도 옥천에서 잘 먹는 음식입니다.
어렸을적에 엄마가 많이 해주셨는데 이젠 제가 엄마에게 해드립니다.
4. 아욱손질- 국에 넣을 아욱은 마지막에 비비면서 씻어서 끈적임이 없도록 두어번 더 씻어 줍니다.
요즘 아욱은 끈적임이 없어서 비비지 않아도 되니까 적당히 씻으면서 손으로 아욱을 찢어 줍니다.
5. 올갱이는 건져 먹고, 된장푼 물에 아욱을 넣고 푹푹 끓이면 올갱이 된장국이 됩니다.
엄마가 가장 좋아하셨던 국입니다.파와 마늘을 넣지 않는게 올갱이의 맛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습니다.
삭힌 고추와 열무김치, 올갱이 된장국과 제가 좋아하는 상추 그리고 보리밥
2) 홍
합탕
1. 엄마가 좋아하시는 홍합 2kg에 4000원줬어요. 싱싱한 홍합을 사서 바락바락 씻어줍니다.
2. 홍합탕 - 물을 한바가지 정도 붓고 홍합을 넣어 푹푹 끓이면 국물이 진하고 담백한 홍합탕이 됩니다,
홍합을 까먹고 국물은 마시면 정말 깔끔하고 시원해요.
낙지 - 낙지는 소금으로 바락바락 씻어서 끓는물에 살짝 데쳐 내고 물기제거 후에 썰어 냅니다.
김치 부침개- 김치 반포기를 썰고 여기에 밀가루를 섞어서 한국자씩 떠서 달군팬에 지져냅니다.
3) 갈치와 고등어가 있는 식탁
가끔 들리는 생선장수 아주머니가 마침 오셔서 엄마와 마당에 앉아 잠시 두런두런 말씀을 나누십니다.
갈치 한마리 10000원, 조기 10마리에 5만원주고 샀는데 소금뿌려 냉동실에 두었습니다.
고등어와 물미역으로 차린 상
완전 보리밥
전날 소금간해둔 고등어를 노릇하게 팬에 지져냈습니다.
4) 생
선조림과 부추겉절이
쇠고기 장조림
콩과 호두 조림- 진간장으로 색만 내는 정도로 삼삼하게 했고
콩을 먼저 삶아 거의 다 익었으면 진간장을 조금 넣어 익혀줍니다.
거의 다 됐으면 호두를 넉넉하게 넣고 매실액과 참기름을 넣어 불에서 내립니다.
고등어와 감자- 감자와 양파를 넉넉하게 넣고 삼삼하게 간을 한 고등어
과일 샐러드
부추와 오이는 젓갈과 고춧가루 마늘약간 넣고 무칩니다.
친정에는 진간장이 없어서 제가 하나 사놓으면 몇달은 그대로 있습니다.
모든게 자연식이라고 할까요. 설탕이나 향신료도 거의 없어 요리를 하려면 난감합니다.
마늘이나 생강 파 그런거 외에는 넣는 것을 좋아하지 않으셔요.
5) 톳과 북어구이
한근에 2000원인 톳- 씻어서 끓는 물에 데쳐 냅니다. 고추장양념을 위에 뿌립니다.
북어 양념구이
북어포 3개를 불에 잠시 불려 잘게 찢어주고 물기를 없앤 후 갖은 양념을 합니다.
고추장과 들깨가루 파와 마늘 깨소금을 넣어 조물조물 양념한 북어포를
팬에 기름 두르고 앞뒤 노릇하게 지져 냅니다.
홍합이 시원하고 좋다고 하시길래 다시 시장에 나가서 1kg 사서 미역국을 끓였습니다.
홍합을 먼저 건져 먹고 미역국을 먹으면 정말 담백하고 시원합니다.
6) 돼지고기랑 상추랑
고혈압과 당뇨인 엄마의 식단
친정 부모님은 아주 기본인 양념외엔 거의 사용 하지 않는데
재료가 갖고 있는 맛만으로도 맛있지만 풍부한 맛은 좀 약한 편입니다.
건강상의 이유를 생각해서 그런게 아니라 조미료 자체를 싫어하셔서 그럽니다.
보통의 가정에서도 멸치나 새우로 맛을 내는건 기본이겠죠.
다행스럽게도 꾸준한 운동으로 별 이상없이 스스로 관리를 잘 하시는 편입니다.
* 천연재료만으로 맛을 좀 더 풍부하게 하기 위한 몇가지 재료를 사용하는데
들깨가루를 넣어 맛을 내주거나 들기름을 넉넉하게 넣어 주고 된장국에 콩가루를 조금 사용합니다.
* 고추장양념에도 들깨가루를 한숟갈 넣으면 짠맛을 완화하면서
고추장을 넉넉하게 먹어도 염분 섭취를 조금 덜 수 있을 것 같아요. 고혈압은 싱겁게 먹아야 되잖아요.
* 소금간을 할 때는 보통 3년 묵은 맑은 젓갈이나 맑은 국간장으로 간을 합니다.
이건 달작지근한 맛이 나는게 겉절이를 해도 참 맛나요.
* 단맛을 낼 때는 묵은 매실액을 사용하고 꿀가루(화분같은 것) 사용합니다.
이걸 넣어도 당이 오르지 않더란 소릴 들었는데 아는 분이 그런말을 하더군요.
* 그리고 파와 마늘을 넉넉하게 넣고 부족한 맛은 직접 짠 들기름을 넉넉하게 넣어 줍니다.
대체적으로 된장이나 집간장으로 간을 조절하면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각종 소스나 양념류의 맛보다
담백하고 맛있게 먹을 수 있습니다.
* 주식인 밥 - 현미보다 소화력이 좋아서 좋아하십니다.
* 기본 양념- 직접 말린 고추로 담근 고추장
이것 역시 양념을 하는데 있어 들깨가루를 넣으면 염분 섭취에도 도움이 됩니다.
음식의 기본인 장류를 철저하게 해두면 반찬을 만드는데 있어 유용할 뿐 아니라 때깔도 좋고
건강에도 상당히 도움이 되리라 믿습니다.
우리가 모든걸 다 만들어 먹을 순 없습니만 장류만이라도 직접 담그면 좋을거 같습니다.
다음주에도 엄마에게 다녀 올 예정입니다. 절 무지 기다리고 계시는거 같아요.
건강이 최곱니다.
이그림블로그-> 인생은 달콤쌉싸롬한 초콜릿같애 http://blog.daum.net/egr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