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성에서 효녀 심청을
만나다
가을이 깊어지면 곡성으로 효녀 심청을 만나러 간다. 남도의 산과 들이 곱게 물드는 10월, 섬진강기차마을에는 ‘가족과 함께하는 특별한 시간
여행’이라는 주제로 곡성심청축제가 열린다. 관음사의 연기 설화로 전해지는 심청 이야기와 함께 곡성 구석구석을 돌아보며 가족의 의미를 찾아가는
여행을 계획해보자. 부모님을 생각하는 마음과 아이에게 전해주고 싶은 뜻을 담아 자박자박 걷다 보면 하루가 더없이 애틋하고 다정하게
느껴진다.
곡성심청축제가 열리는 섬진강기차마을은 코스모스가 한창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름, 심청
관음사 창건 설화에는 고대소설 《심청전》의 원형으로 추정되는 효녀 원홍장의 이야기가 전해진다. ‘성덕산 관음사 사적기’에는 백제 분서왕
3년 장님 아버지를 둔 원홍장이 진나라의 황후가 되어 보낸 금동관음보살상을 성덕보살이 낙안포에서 모셔다가 절을 짓고, 관음사라 불렀다고 기록돼
있다. 1729년 옥과현 관음사에서 간행한 목판본 ‘성덕산 관음사 사적기’는 순천 송광사에 보관 중이다.
‘성덕산 관음사 사적기’에
따르면, 옛날 충청도 대흥 땅에 앞을 못 보는 원량이 살았다. 그에게는 홍장이라는 예쁘고 효성이 지극한 딸이 있었다. 어느 날 원량이 길을 가다
승려 성공을 만났는데, 승려는 부처님의 계시라며 원량에게 시주를 부탁했다. 가난한 아버지를 위해 홍장이 스님을 따라나섰다가 진나라의 사신 일행을
만나 예물로 가져온 금은보화를 불사에 바치고, 진나라로 건너가 황후가 되었다. 원량은 딸과 이별할 때 많은 눈물을 흘려 눈을 뜨고 95세까지
복을 누렸으며, 성공스님은 홍장에게 받은 예물로 불사를 마쳤고 전해진다.
[왼쪽/오른쪽]즈넉한 산사의 분위기를 간직한 관음사/관음사로 들어서는 일주문,
금랑각
고대소설이나 판소리, 동화책에서 보던 심청 이야기는 관음사의 평화로운 절집 마당에서 다시 들어도 애잔하고 감동적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심청전》 내용처럼 심청이 왕후가 되고 앞을 못 보는 아버지가 눈을 뜨는 드라마틱한 내용은, 비현실적이라도 심청의 애절한 효심을 다시 생각해보는
기회가 된다.
심청의 효심을 이야기하는 곳, 심청한옥마을
곡성읍 서쪽 오산면 선세리에 심청 설화의 원류인 관음사가 있다면, 오곡면 송정리 옛 송정마을 터에는 《심청전》을 토대로 한 심청한옥마을이
있다. 처음에는 심청이야기마을이라고 불리다가 심청한옥마을로 바뀌었다. 곤방산 산비탈을 따라 1.5km 올라가면 해발 300m 정도 되는 산자락
아래 한옥이 옹기종기 모인 마을을 만난다.
[왼쪽/오른쪽]심청한옥마을 입구/심청한옥마을에는 코스모스가 한창이다
[왼쪽/오른쪽]정원에 물레방아가 운치 있다/심청한옥마을에서 바라보는 전망이
시원하다
기와집 6동과 초가집 12동으로 구성된 심청한옥마을은 봄에는 개나리와 진달래, 가을에는 국화와 코스모스가 만발하는 돌담이 정겹게 이어진다.
숙박이 가능한 한옥 14동은 각각 규모가 다르다. 2인부터 12인까지 묵을 수 있고, 실내와 욕실이 현대식으로 꾸며져 불편함이 없다. 기와집이든
초가집이든 크고 작은 툇마루가 있는 것도 멋스럽다. 툇마루에 아이들과 쪼르르 앉아 높은 하늘과 울창한 산세를 바라보는 시간은 가장 평화로운
순간이다.
심청한옥마을의 아름다운 돌담
뜨끈한 황토방에서 자면 몸이 개운해서 눈도 일찍 떠진다. 물소리, 새소리 가득한 시골집의 아침은 상쾌한 마을 산책으로 시작된다. 계절 따라
아름다운 마을 풍경을 완벽하게 즐기는 시간이다. 마을 돌담 위로 물들어가는 가을 풍광은 마음씨 고운 심청이 주는 선물이다.
가을에는 사진작가들도 많이 찾는 곳이다
마을 입구에 보이는 송정가는 1층에 명상과 요가, 다실 체험 등이 가능한 공간과 숙박 시설을 갖췄다. 아이들을 위한 체험 행사가 펼쳐지는
공간이기도 하다. 이곳에 심청한옥마을에서 운영하는 심청인성교육원이 있는데, 교육과 체험 프로그램이 알차다. ‘심청 인성 캠프’는 《심청전》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효의 의미와 자존감을 살려주는 인성 프로그램으로, 방학 때 청소년을 대상으로 1일부터 5박 6일까지 진행된다.
청소년을
위한 예절 교육 외에도 다도와 명상을 배우는 ‘심청 연꽃 다도’, 손수건에 야생화를 그리는 ‘섬섬옥수’, 건강과 힐링을 결합한 기체조
‘몸살림’, 먹물과 뭇을 이용한 ‘붓 따라 명상’ 등 전 연령층이 즐길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이 인기다. 심청 인성 교육원의 프로그램은 10인
이상 식사까지 예약 가능하다. 1일 체험과 만들기 프로그램은 심청한옥마을에 머무는 4인 이상이 신청할 수 있고, 예약이 필수다.
마을에서는 심청 이야기를 종이 인형으로 묘사한 전시방을 둘러보고, 황후 의복 체험도 할 수 있다. 섬진강기차마을과 레일바이크, 승마
체험장 등이 가까이 있어 관광하기 편리하다.
[왼쪽/오른쪽]심청인성교육원이 있는 송정가/다실에는 따뜻한 국화차가 마련되어
있다
곡성심청축제와 심청 효심의 동산
곡성심청축제는 2015년 10월 8일부터 11일까지 섬진강기차마을에서 열린다. 올해로 열다섯 번째 맞는 곡성심청축제에서 공양미 300석
모으기, 심봉사 체험 등 효녀 심청을 주제로 한 다양한 이벤트가 마련된다. 공양미 300석 모으기는 앞을 보지 못하고 생활이 어려운 노인들에게
개안수술을 도와주는 취지에서 시작된 행사로, 해마다 꾸준히 이어져오고 있다. 축제 장소가 섬진강기차마을이다 보니 아기자기한 공간마다 다채로운
이벤트와 공연이 펼쳐져 남녀노소 모두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축제에서도 인기 있는 증기기관차
오산면 사거리 심청체육공원에서 관음사까지 이어지는 심청효행길(13.5km)을 걸어도 좋다. 오산면사무소에서 심청 효심의 동산,
심청효문화센터를 지나 관음사까지 연결되며 1코스 심청이길, 2코스 젖동냥길, 3코스 삼백석길, 4코스 연꽃길로 나뉜다. 선세리에서 관음사로
들어가는 길은 짧은 포장도로도 있지만, 숲이 울창한 오솔길이 운치 있다. 초록 숲길을 따라 폭신한 풀밭을 걸으며 소박하게 핀 야생화를 구경하다
보면 관음사로 들어서는 일주문이 보인다. 작은 계곡을 가로지르는 다리 위 금랑각의 자태가 독특하고 아름답다.
심청 효심의 동산은
《심청전》의 원형으로 추정되는 관음사의 연기 설화를 모티프로 조성되었다. 2000년 심청 설화 인물과 관련해 장승 20여 기와 원두막, 돛배
등을 설치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대부분 소실되고 울창한 동산만 남았다. 산책로를 따라 올라가다 보면 팔각정이 나오는데, 심청주막골과 오산면의
전경이 시원하게 내려다보인다.
[왼쪽/오른쪽]알록달록 물들기 시작하는 심청 효심의 동산/곡성 군민을 위한
심청체육공원
오붓한 가족 여행에 곡성의 별미를 빼놓을 수 없다. 옥과면의 옥과한우촌은 생고기비빔밥으로 소문난 곳이다. 토하젓을 살짝 넣고 비비면
짭조름한 양념이 어우러져 일품이다. 꽃등심을 구워 먹고 냉면 대신 생고기비빔밥이나 한우떡국으로 마무리하는 게 곡성 스타일이다.
[왼쪽/오른쪽]신선한 생고기가 올라가는 생고기비빔밥/곁들여 나오는 동치미와 선짓국도
별미다
여행정보
관음사
주소 : 전라남도 곡성군 오산면 성덕관음길 453
문의 :
061-362-4433
곡성심청축제
일시 : 2015년 10월 8~11일
장소 : 전라남도 곡성군 오곡면
기차마을로 232
문의 : 061-360-0252
심청한옥마을
주소 : 전라남도 곡성군 오곡면 심청로 178
문의 :
061-363-9910
1.주변 음식점
옥과한우촌 : 한우 생고기 / 전라남도 곡성군 오산면 오산로 983 / 061-363-6062
통나무집 : 참게탕 / 전라남도 곡성군 죽곡면 대황강로 1598-19 / 061-362-3090
돌실숯불회관 : 석쇠불고기 / 전라남도 곡성군 석곡면 석곡로 52-1 / 061-363-1457
2.숙소
채원당 : 전라남도 곡성군 오곡면 기차마을로 217-28 / 010-5001-0071
화이트빌리지 : 전라남도 곡성군 죽곡면 하한리 977 / 061-363-7531
섬진강기차마을 레일펜션 : 전라남도 곡성군 오곡면 기차마을로 232 / 010-2655-9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