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선이 끝나자 민주당의 신당창당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소위 민주당의 신주류라고 하는 사람들이 주축이 돼서 “당내외의 평화 개혁세력을 하나로 묶는 신당을 창당하자”는 것이 그들의 모토다. 겉은 그럴싸해 보여도 이들의 움직임은 결국 “현재의 민주당으로는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기 어렵다”는 몸부림에 불과해 보인다.
다 좋다. 정치세력이 총선에서 다수 의석을 확보하기 위해 몸부림을 치고, 이를 위해 정당개혁에 나선다니 그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닌가! 특히 보선 승리에 자족하며, 대선패배의 뼈아픈 교훈을 잊어버린 채, 정당개혁의 과제를 소홀히 다루는 한나라당 보다야 백배 낫다고 해야지!
다만 이들의 신당논의가 알맹이가 빠진 채, 본질적 변화와 개혁은 뒷전이고, 화장 빨로 국민을 속이려하는 것에 대해서는 좀 시비를 걸어야 할 것 같다.
현재 민주당의 신당창당 논의는 핵심이 빠져 있다.
국민은 어떤 정당을 요구하고 있고, 그 정당이 제시하는 국정운영의 청사진은 무엇이어야 하는지가 빠져 있다는 얘기다. 그저 국민적 지탄의 대상이 되어버린 민주당의 동교동당 이미지를 어떻게 청산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다 보니, 새롭게 창당하려는 신당의 이념이나 노선은 불명료한 채, 노 대통령에 코드가 맞는 사람, 혹은 코드를 맞출 사람만을 묶으려는 경향마저 나타나고 있다. 소위 여야를 막론하고 평화 개혁 세력을 하나로 묶는다는 추상적 구호 외치기가 이것을 증명한다. 이런 식으로는 2000년 총선을 앞두고 DJ가 추진했던 “새천년 민주당”의 전철을 밞기 십상이다. 당시에도 그랬듯이 결국 화장 빨로 단 몇 개월 동안 국민들의 눈을 속일 수는 있었지만 그들의 화장술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정당개혁에 대한 새로운 청사진이나 국정운영에 대한 새로운 노선 정립이 없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민주당 신주류의 신당창당 논의가 정당개혁에 대한 새로운 청사진 및 국정운영에 대한 신노선을 제시하지 못한 채, “범개혁 세력의 결집”이라는 추상적 구호에만 매달린다면, 그들이 추진하는 신당은 정권교체기에 늘 있어왔던 2003년版 ‘대통령黨 만들기'요, '동교동계에 대한 토사구팽' 전술에 다름 아니라는 것을 그들은 알아야 한다.
민주당의 신당창당 논의가 문제의 본질을 빗나가고 있기는 하지만 한나라당의 무사안일에 비하면 훨씬 낫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도대체 어느 당이 대선에서 패했고, 어느 당이 승리했는지 구분하기가 어려울 지경이다. 그런 측면에서 한나라당의 4.24 재보선 승리는 약이라기보다는 독에 가깝다.
하지만 기회는 아직 있다. 민주당 신주류의 신당 논의가 본질로부터 벗어나 노무현黨 만들기를 위한 화장술에 그치는 한, 한나라당에게 아직은 기회가 있다. 그들보다 더 철저한 정당개혁의 청사진을 제시하고, 시대변화에 걸 맞는 신노선으로 국민들에게 다가가면 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나라당의 이번 전당대회는 매우 중요하다.
그렇기 위해서는 우선 당권에 도전하는 주자들의 자세가 변화해야 한다.
무엇보다 “자신이 대표가 돼야 내년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거나 “이러 저러한 길을 걸어왔던 내가 대표가 되는 것이 순리다”라는 억지 주장을 설파하기에 앞서 “한나라당 개혁을 위한 청사진”부터 제시해야 한다. 자신이 대표가 되면, 한나라당은 어떻게 변화할 것이며, 국민에게 사랑받는 야당이 되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견해를 제시해야 한다. 자신이 대표가 되면 국회 제 1당의 책임자로서 어떤 정치개혁 및 민생개혁 법안을 추진해 나갈 것인지를 제시해야 한다. 국정발목 잡기라는 내외의 비난을 잠재울 새로운 대여관계의 모델은 무엇인지 복안을 내 놓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