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됐다. 연일 전국이 장마전선의 영향을 받아 흐리고 비가 오는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몇 년 전부터 ‘마른장마’라는 말이 생겨날 만큼 강수량이 턱없이 부족한 탓에 과수농가 등에서 피해를 입었지만, 올해는 비 피해가 없도록 만전을 기해야 할 만큼 충분히 대지를 적셔주고 있다.
그렇다면, 장마철을 맞아 우리 몸의 건강은 어떻게 살펴야 할까? 을지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오한진 교수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 인체 면역기능은 떨어지고 불쾌지수는 높아지고
장마철에는 공기 중 습도가 높기 때문에 땀의 증발이 원활하게 일어나지 못하므로 체온을 조절하기 어려워진다. 체온 조절에 이상이 오면 이로 인해 내분비계통이나 신경계통에 균형이 깨지고 대사 능력이 떨어지며, 면역력의 약화를 초래하기 때문에 장마철에는 여러 가지 질병에 걸리기 쉽다.
을지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오한진 교수는 “장마철은 각종 수인성 질병이 기승을 부리기 쉬우며, 일사량도 부족해 각종 세균이 증식하기 쉽다”며 “이처럼 질병에 노출될 수 있는 조건들이 충분한 시기에는 당뇨병이나 고혈압, 천식 등 만성 질환을 갖고 있는 환자들은 건강관리에 특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한다.
더불어 장마철에는 불쾌지수가 높아져서 누구나 쉽게 짜증을 내게 된다. 게다가 일조량이 감소하면 눈을 통해 들어오는 빛이 줄어들어 뇌에서 분비되는 멜라토닌의 양이 늘게 되어 수면 및 진정작용을 유도해 침울한 기분이 들 수 있다. 또한 외출이나 나들이에 제한을 받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갑갑함을 느낄 수 있다. 이럴 때는 적당한 냉방으로 실내온도와 습도를 내리고, 낮에도 환하게 불을 켜두는 것이 도움이 된다.
▲ 음식은 익혀먹고 손은 깨끗이 씻고
장마철은 고온다습하기 때문에 식품이 쉽게 변질되고 각종 세균 등이 급격하게 증식하기 때문에 식중독에 걸리기가 쉽다. 식중독 예방을 위해서는 익히지 않은 음식을 피하고, 남은 음식물은 실온에 방치하지 않도록 한다. 냉장고에 보관했던 음식이라 하더라도 시일이 경과하게 되면 역시 식중독의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한 번에 먹을 만큼씩만 조리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세균이 번식하기 쉬운 도마는 마지막에 뜨거운 물을 끼얹어서 세균 번식을 막고, 행주는 자주 삶아서 사용한다. 정수기 물이나 약수 대신 포장된 생수나 끓인 물을 마시는 것이 좋다.
더불어 장마철에는 개인위생 관리에 철저를 기하는 것이 좋다.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 바로 ‘손 씻기’다. 손에는 수많은 미생물이 존재한다. 손에 붙어 질병을 일으키는 일시적인 집락균(세균)은 비누나 단순한 물로만 씻어도 쉽게 제거된다. 따라서 장마철뿐만 아니라 평상시에도 수시로 손을 깨끗하게 씻는 습관을 가지도록 한다.
▲ 실내습도 조절하고 냉방보다는 환기를
장마철에는 집안 곳곳에 기생하는 곰팡이들로 골치를 앓는다. 곰팡이는 그 자체보다 번식할 때 공기 중에 퍼지는 포자가 위험하다. 포자는 매우 미세해서 우리 호흡기로 흡입되어 각종 기관지염, 알레르기, 천식 등의 원인이 된다. 어린이의 경우, 기관지 자극에 의해 잔기침을 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곰팡이를 제거
하기 위한 화학 약품들도 인체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장마철 가정에서 곰팡이와 포자의 증식을 막기 위해서는 실내 공기 중 습도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중간 중간 보일러를 켜서 바닥을 말리는 것도 습기를 없애는 방법 중 하나다.
또한 피부가 습한 상태로 장기간 있게 되기 때문에 세균이나 곰팡이 번식에 좋은 조건이 될 소지가 있다. 을지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오한진 교수는 “가장 문제가 되는 피부질환은 발가락에 생기는 무좀과 사타구니의 완선, 몸통이나 두피의 어루러기 등 곰팡이 질환”이라며 “특히 당뇨 환자의 경우는 무좀 같은 곰팡이성 질환이 잘 낫지 않으므로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습도가 높아지면 피부에서 느끼는 불쾌감으로 지나친 냉방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럴 경우 자칫하면 냉방병에 걸릴 위험이 커지므로 냉방보다는 환기에 중점을 두고 찬바람이 직접 몸에 닿지 않도록 한다. 냉방을 하는 사무실에서는 지나치게 체온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긴소매의 옷이나 덧옷을 입도록 하고, 관절염 환자의 경우에는 무릎 덮개로 관절을 덮어 냉기에 관절이 직접 노출되는 것을 방지하도록 한다.
밤에는 찬물로 샤워하는 것보다 미지근한 물이 피로회복에 도움이 된다. 또한 낮과 밤의 기온 차가 크므로 외출 시에는 얇은 겉옷을 가지고 다니는 것이 좋고, 아무리 덥더라도 잠잘 때에는 배를 덮어 체온을 유지해야 한다.
《장마철 건강관리 10계명》
1. 영양가 높은 식사로 충분한 영양섭취를 한다.
2. 규칙적인 생활을 한다.
3. 음식물과 물은 반드시 끓여 먹는다.
4. 손과 몸을 자주 씻어 청결을 유지한다.
5. 정기적인 운동으로 체력을 단련한다.
6. 적절한 냉방 온도를 유지한다.
7. 실내 환기를 하루 두 차례 이상 한다.
8. 난방과 청소 등으로 실내 곰팡이를 제거한다.
9. 매사를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10. 안전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주의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