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발장' 범죄가 늘고 있다.
남의 물건을 훔치는 일은 그 동기가 무엇이든 명백한 범죄다.
'생계형'이라는 이유로 용인될 수는 없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건강하게 삶을 꾸려가는 사람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상참작'이라는 게 있다.
누가 보더라도 안타까운 사정이라면 아주 제한적으로 그 길은 열어둘 필요가 있다.
대전 둔산경찰서는 지난 1월 7일 유성 농수산물 시장에서 과일을 훔친 사람(53)를 붙잡았다.
일용직으로 일하는 그는 7만1000원 상당의 단감.밀감.청포도 각각 1박스를 몰래 들고 나갔는데,
가족들에게 과일을 실컷 먹이고 싶었다는 게 범행 동기다.
'2013년 경찰범죄통계'에 따르면 피해액이 1만 원 이하인 절도 사건의 비율은 전년도(3.3%)
보다 0.7%포인트 증가한 4.0%였다.
가족들의 끼니를 위해 가게에서 식재료를 훔친 50대 주부, 배고픔을 이기지 못해
식당의 공깃밥과 김치를 훔쳐 먹다 봍잡힌 '공깃밥 청년'도 있었다.
안타까운 사연들이다.
외환위기 시절이던 1998년, 6개월 된 아기에게 분유를 사주기 위해 고물상 야적장에 쌓인
고철을 훔치다가 주인에게 잡혀 경찰서로 끌려간 '분유 값 아빠'가 있었다.
이와는 달리 지난 1월 임신한 아내에게 줄 크림빵을 사들고 귀가하다 뺑소니 차량에 치여 숨진
'크림빵 아빠'가 국민의 마음을 울렸다.
어려움 속에서도 도둑질보다는 최선을 다해 정직하게 생활하는 사람의 사연이었기 때문이다.
바늘 도둑이 소도둑 된다.
조금 깨진 유리창을 방치하면 그 거리 전체가 황폐화한다.
생활 주변의 사소한 범죄일지라도 초기에 제대로 바로잡아야 한다.
그러나 정상참작을 할 수 있는 길 자체를 없애선 곤란하다.
범죄의 사연은 천차만별이고, 엄벌보다 다시 한 번 삶의 기회를 주는 것이 훨씬 나은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형법제331조(특수절도)는 1953년 제정된 뒤 제대로 정비되지 않았고,
장발장을 만들 수도 있는 '장발장법'으로 지목되고 있다.
특수절도는 벌금형이 없어 징역형만 선택할 수 있지만, 예외적으로 죄질이 무겁지 않은 경우도 있다.
'생계형 절도'에 대해선 훈방권의 법적 근거를 면시한 '조건부 훈방제도' 도입도 검토해야 한다.
형사법 이념도 '처벌적 사법'에서 피해 회복 및 조정으로 관계를 회복하는 '회복적 사법'으로 바꾸는 것이
이상적이다. 예진수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