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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에서 동정심은 절대 금물!
내가 만난 ‘카이저소제’
점유자와 팽팽한 줄다리기
오늘은 중랑구에 있는 32평 아파트를 낙찰받았을 때, 얘기다.
낙찰 받아서 기분은 좋았는데, 사소한 문제가 하나 있었다.
잔금낼 돈이 없는 거였다.
잔금 맞출 궁리를 하느라, 낙찰받은 집을 일주일 정도 늦게 찾아갔다.
근데 집에 사람이 없었다.
나오는 길에 관리실에 들러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집 주인이 더 살고 싶으면, 항고장을 제출하면 된다." 고 귀뜸을 해 주고 나왔다.
집주인이 항고를 하면 그걸 검토하느라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잔금일이 한,두달 정도 미뤄지게 된다.
그 시간에 잔금을 마련해볼 요량인 셈이다.
근데, 집주인이 진짜로 항고장을 제출했다.
속으로 '아싸~' 하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잔금일까지 두 달이 늦춰줬다.
기다리는 동안 가지고 있던 다른 물건이 정리가 되면서 잔금이 마련이 됐고,
돌아오는 날짜에 맞춰서 잔금을 치를 수 있었다.
당시 집에 살고 있는 사람은 소유자였는데,
몇 번을 찾아가도 도통 만날 수가 없어서 난감해 하고 있는데
이게 왠걸 소유자가 인도명령을 고맙게도 덥석 받아주셨다.
또 아싸~
소유자를 간보니 만만치 않아 보여 점유이전가처분도 신청했다.
점유자가 바뀌면 소유자 이름으로 신청하여 결정된 인도명령의 효력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점유이전금지가처분은 소유자의 허락이 없어도 집의 현관문을 개문하고 들어갈 수가 있다.
게다가 이해관계인이더라도 관련 정보를 알아낼 수가 없는 장점이 있다.
법원직원과 함께 열쇠수리공을 불러서 집의 현관 문을 열었는데,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사실 속으로는 집에 사람이 있기를 바라고 있었다.
금전적으로는 열쇠수리공에게 15만원의 비용을 줘야했고,
심리적으로는 법원 집행관과 함께 집에 온 것에 대해 소유자가 보게 되면 빨리 이사 나가야 한다는 위기의식이 들기 때문이다.
그러면 좀 더 빨리 협상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날은 아무도 없었기 때문에 엄청 큰 TV 위에 고지서를 한 장 붙여놓고, 집을 나왔다.
그 다음날 곧바로 소유자로부터 연락이 왔다.
아무도 없는 집에 낯선 사람들이 들어왔다 나간 흔적을 보고는 속으로 꽤나 놀란 눈치다.
이때부터 점유자와 나와의 본격적인 줄다리기가 시작됐다.
잔금을 치른 이후, 약 한달 반 정도 서로 팽팽한 신경전이 오갔다.
점유자는 가끔씩 전화를 해서 “조금만 더 살게 해달라”고 사정을 했다.
“사장님, 제가 이 집에서 나가면 갈 데가 없어요.
가진 돈도 300만원이 전부예요.
처자식들도 뿔뿔이 흩어져서 살고 있답니다.
이사를 가려고 판잣집이라도 알아보고 있어요.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나는 소유자의 안타까운 사정을 듣고, 집을 구할 때까지 강제집행을 잠정 보류하기로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흘러도 연락이 없었다.
어렵게 전화가 연결 됐는데,
또 한번 소유자의 간절한 호소가 이어졌다.
“300만원으로 판잣집을 구해서 가봤는데,
도저히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이 아니에요.
최소한 불은 들어올 수 있도록 공사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1주일만 더 시간을 주십시오.”
불도 안들어오는 판잣집으로 이사를 간다는 소리를 들으니, 매몰차게 나가라는 말이 나오지않았다.
그래서 “알겠습니다.
꼭 일주일 후에 이사를 가는 겁니다!”라고 약속을 한 뒤, 전화를 끊었다.
그러나! 일주일이 지나고, 며칠이 흘렀는데 소유자는 여전히 연락이 없었다.
이래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결국 강제집행을 신청했다.
2월달에 낙찰을 받고, 7월 중반에 강제집행을 신청하기까지 5개월이나 걸렸다.
그런데 강제집행을 신청하고 난 다음날 또 다시 소유자에게 전화가 왔다.
“다음 학기에 아이들 등록금을 마련해 줘야 하는데, 돈이 하나도 없어요.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시면 이사를 꼭 가겠습니다.”
간절한 호소에 동정심
아이들 학비도 못 내고 있다는 말에 또 마음이 흔들렸다.
어쩔 수 없이 그들이 잡은 이사 날까지 조금 더 기다려 주기로 했다.
그리고 약속한 날이 됐다.
하지만 역시 연락은 없었다.
화가 나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강제집행을 하려고 법원을 찾았다.
하지만 때마침 장마철이라, 장마 끝나고 강제집행 날짜를 정할 수 있다는 답변만 들고 허탈하게 집으로 돌아왔다.
어떻게 할까 고민을 한참 하다가, 결국 소유자가 자발적으로 이사갈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게 됐다.
그 방법은 바로, 새벽 소동!
새벽에 집으로 찾아가서 약간의 소음을 일으키면, 동네 주민들의 민원이 들어갈 것이고,
결국 점유자가 창피해서라도 빨리 이사를 나가게 될 것이라는 게 계획이었다.
물론 관리실과의 협의가 있었고 협조한다는 답을 들은 후였다.
그리고 그날 밤 12시. 나는 친구 한 명과 함께 그 집을 찾았다.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일에 마음이 어찌나 떨렸는지 모른다.
긴장된 마음으로 초인종을 ‘딩동~!’ 눌렀다.
하지만 안에서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조용한 밤이라서 그런지 안에서 개가 짖는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개 짖는 소리는 이내 잦아들었다. 사람이 옆에서 조용히 하라고 코치를 하는 듯 했다.
TV소리도 들렸는데, 어느새 조용해졌고, 작은 인기척들만 조금씩 들렸다.
분명히 안에 사람이 있는데, 일부러 없는 척 하는 게 느껴졌다.
안되겠다 싶어, 친구와 함께 작정했던 소란(?)을 피우기 시작했다.
근데 이게 하다보니 간이 커지기 시작했고 결국..결국은 배 밖으로 나와버렸는지...
이젠 자동으로 초인종을 계속 누르고,
현관문을 ‘쿵쾅 쿵쾅’ 거리며 세게 두드리게 되더라.
“000씨~!!!!”라며 큰 소리로 소유자의의 이름을 부르며 문 두드리기를 1시간.
여전히 안에서는 아무도 안나왔고, 민원이라도 넣어달라고 빌고 있었던 앞집에서도 꼼짝하지 않았다.
윗집 아랫집, 심지어 관리실까지 아무런 미동도 없었다.
'이게 아닌데~ 조금만 소란을 피우면 동네 주민의 민원이 들어가 경찰이 달려와야 하는데….
결국 소심하게 치러졌던 나의 계획은 아무런 성과도 얻지 못한 채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앞 집에 사는 이웃은 워낙 소심해서 남의 일에 전혀 관여를 하지 않는 성격이라고.
그래서 새벽에 그 난리를 치는데도 아무런 신고가 없었던 것이다.
그 후 앞 집 이웃이 나만 보면 피해 다니더라.
아...나 나쁜사람 아닌데...소심한 AAA형인데...
그러고는 이사를 가버렸다
해명도 듣지 못한채..
그런데 며칠 뒤, 소유자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내가 계속 그렇게 찾아가서 소란을 피울 것 같았는지
“진짜 8월달에는 이사를 가겠다”며 “이사비용으로 300만원을 달라”고 말했다.
그리고 또 본인들의 어려운 사정 이야기를 또 한바탕 늘어놓았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그들의 하소연에 귀 기울이지 않기로 했다.
난 충분히 기다렸다고 생각했다.
“7월 말까지 이사를 나가지 않으면, 강제집행 비용과 월세까지 모두 청구하겠어요!”
나는 약간의 협박성 발언으로 그들에게 큰 소리를 쳤다.
그 전과 달리 내가 강하게 나가자, 그들이 약간 당황하는 듯 했다.
점유자는 “그럼 생각해보고 연락을 주겠다”며 꼬리를 내렸다.
결국, 소유자는 이사비용 150만원으로 7월말에 이사를 갔다.
무려 5개월간에 걸친 대장정의 명도. 무사히 명도를 끝냈다는 기쁨에 그들이 이사를 나간 뒤,
베란다에 서서 담배를 한 개피를 입에 물었다.
베란다에서 밖을 내려다보고 후련한 마음으로 담배 한 모금을 내뱉는 순간,
나는 내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조금 전 나에게 이사비용 150민원을 받아들고 나간, 소유자가 주차장에 세워진 대형 외제차에 올라타는 모습을 봤기 때문.
우와~! 순간, 피가 거꾸로 치솟는 느낌이었다.
‘300만원 짜리 판잣집으로 이사를 간다더니, 아이들 학비가 없다더니…’,
고작 15만원 아낀다고 떼갔던 도어락을 30분에 걸쳐 끼워놓는다고 발버둥 쳐도 못 해서 친구가 대신 해줬는데....
그렇게 불쌍하고 없는 척은 다 했으면서 속으로는 나를 얼마나 비웃었을까.
소유자의 손안에서 놀아난 기분은 말로 다할 수 없는 짜증으로 돌아왔다.
오래전에 봤던 영화 ‘유주얼 서스펙트’의 카이저소제를 내 눈으로 직접 보는 느낌이랄까.
‘그래 그렇게 악착같이 살았으니까, 부자가 된걸까?’.
나는 그의 대형 외제차가 주차장을 빠져 나가는 모습을 보며 이런 생각으로 나 자신을 위로했다.
그리고 그 사건으로 나는 ‘사람의 심리’에 대한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사람의 심리를 읽는 책’, ‘행동으로 사람 마음을 읽는 방법’ 등에 관련한 책을 닥치는 대로 읽기 시작했다.
사람의 마음이 모두 똑같다고 생각했던 순수했던 나를 속였던 소유자의 깜짝 놀랄 반전! 그 일은 나에게
‘경매에서 동정심은 버려라!’라는 철학을 갖게 해준 잊지 못할 사건으로 자리잡았다.
*경매절차에서의 항고(이의신청)남용 방지 강화
2015년 3월 23일부터는 사법보좌관이 진행하는
경매절차에서도 민사집행법 제15조, 제130조에 따라
매각허가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시
항고(이의신청)이유서를 10일 이내에,
항고보증서류를 7일 이내에 제출해야 하고,
이를 제출하지 않으면, 별도의 보정명령 없이 이의신청이 각하된다.
종전에는 단독판사 등이 1회 보정명령을 한 후
이유서나 보증서류를 제출하지 않을 때에서야 이의신청이 각하됐었다.
*인도명령
인도란 부동산의 점유권리를 점유자로부터 매수인에게 옮기는것을 말한다.
매수인이 잔금을 납부(법적으로 소유권 취득)하고 온전한 소유권을 행사하려면
점유자를 내보내야 한다(절차적으로 소유권 취득).
이처럼 경매는 일반매매와 달리 이중의 소유권 취득절차를 거쳐야 한다.
점유자를 내보내는 방법에는 간소화된 방법인 인도명령과 재판을 통한 인도소송이 있다.
법원경매는 유일하게 점유자를 간단한 법적 절차를 통해 내보내는
‘인도명령’ 제도가 있어 매수인은 그만큼 명도 부담이 적다.
이전에는 점유자의 약 10%만 인도명령 대상이고 나머지 약 90%는
인도소송 대상이었으나 지금은 점유자의 약 90%가 인도명령 대상이다.
즉, 대항력 없는 점유자는 보증금 회수 여부에 관계없이 모두 인도명령 대상이다.
그만큼 경매절차가 간소화되어 일반인도 마음 놓고 낙찰받을 수 있다.
*절차
1.인도명령신청(대개 잔금시 법무사가 해준다.)
2.인도명령심리 및 심문
3.인도명령 결정
4.인도명령 결정문 송달
5.집행문 부여 신청 및 송달증명원 수령
6.강제집행신청
7.계고
8.강제집행
@꽃보다사우디 꽃사님 명도 잘되고 계시죠?ㅎ
@소액임차 아직 멀었사옵니다 ^^ 가르침 더 부탁드려요 ㅋㅋㅋ
@꽃보다사우디 겸손은~~~
그러니까 다크서클이 내려오죵~~ㅎ
어디까지 믿어야할까요..?참..그렇다고 매몰차게 할수도없고..어려워요..명도
믿어야죵 ㅎ
근데 안 지킬경우 준비는 해놓고 ㅎㅎ
어려워요~명도
동정심은 금물~~~
마자요 ㅎㅎ
그 분들이 저보다 더 부자인경우가 많더라눈 ㅎ
정말 명도의 길은 멀고도 멀군요!!
심리공부까지 해야하구요!!
명도는 어떻게든 되요~~ㅎ
얼마나 스트레스를 안받고 하느냐가 중요한거 같아요 ㅎ
저 차두 이미 넘어갔을 꺼예요... ㅎㅎ
안 그래두 조사해봤더니..깨끗하더라구요 ㅎ
나쁜 소유자였지만 소액님의 인간적인 모습이 그려져서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네요~ ㅋㅋ
암튼 반전이 있어 어이없었을듯 해요.
정말 어이 없었죠 ㅎ
완전 쥐가 고양이를 배려한 꼴이었다눈 ㅎㅎ
아직 어려서 순수해서 그래요~나이 먹으니 자꾸 의심병이 들어서 남을 잘 안믿게 되더라구요~
그쵸? ㅎㅎ
전 아직 순수해서리 ㅎㅎ
명도는 어렵고도 어렵다는게 느껴져요. 그러나 명도 걱정은 나중에, 우선 낙찰 받는게 선순위지요.
명도 걱정은 하실 필요는 없어요 ㅎ 결국 되거든요 ㅎ
근데 낙찰도 꾸준히만 하시면 결국 되요 ㅎ
7년 연속 AAA.. 빵터졌어요 ㅋㅋ
절묘한 사진들.. 최고~ㅋㅋ
역쉬 굥님은 알아봐 주시는군요~ㅎ
캄샤~~ㅎ
경매가 남 가슴 아픈 일로 내 이익 챙기는게 아닐까 걱정했었는데 이런 사람들도 있네요 대놓고 연기하면 당할사람 없죠 일단 낙찰이나 받아보고 걱정해야 되는뎅ㅋ 글이며 사진이며 재밌게 잘 봤어요~!!
잼나게 보셨다니 다행이예요 ㅎㅎ
사람의 속마음을 알기란 역시 어려운 일이군요. 나는 남을 배려해준다고 생각했는데 그 점을 역이용하는 인간들도 많은 것 같아요. 좋은 공부하고 갑니다.
도움이 되었다니 다행입니당~~ㅎ
낙찰부터 먼저 받아보고 이런 고민하고 싶어요~ 하나 하나 해결해나가는 글을 읽어보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ㅎ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도움이 되었길 ~ㅎ
저도 6월에 낙찰 받은 실거주 물건 명도가 남았는데요 11월까지 봐달라고 하는데 소유권 취득하고 바로 인도명령 송달 되면 강집 한다고 얼음장 놀라고 하고 있습니다
찬찬히 진행하시면 좋을결과 있을거예요 ㅎ
겉 다르고 속 다른게 사람이죠
그렇더라구요 ㅎ
감사합니다!!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도움이 되셨다니 ~~기뻐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