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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여행자의 방
물길 따라 머무는 방, 충주의 밤
한국관광공사 청사초롱 2018. 12 vol. 498
남한강 줄기를 따라 충주를 둘러봤다.
이곳은 자연스레 느릿하게 여행하게 된다.
적요와 안온이 깃든 풍경이 발길을 붙들어 매는 탓이다.
새벽의 안개, 일몰의 붉은 강줄기 위를 펄럭이는 철새의 깃,
활짝 핀 갈대를 좌우로 흔드는 바람의 일까지.
심장을 간질이는 아름다운 풍경을 가슴에 새긴 채 잠드는 방의 이야기다.
edit 박은경 write • photograph 문유선(여행작가)
‘여행자의 방’에서는 한국관광 품질 인증제 인증 업소 가운데 엄선한 숙소를 소개합니다.
느린 하루 끝 안온한 밤
호젓하고 편안하고 느리게 사는 하루가 간절하다면 서유숙이 답이다.
서유숙
이불이 포근하다.
좋은 광목과 무명을 찾아 종갓집 맏며느리와 장녀가 전국을 다녔고,
그렇게 고른 천으로 손바느질하고 수를 놓았다.
서유숙(徐有宿)은 집의 이름이다. 한자를 풀면 ‘천천히 머물며 잠드는 곳’이 된다. 처음 들었을 때는 단전에 힘이 가득하고 두 발을 땅에 굳건하게 붙이고 살아가는 강인한 여자의 이름 같다고 생각했다. 집은 편안하고 단단하다. 집의 이름과 기운은 모두 자식이 어미를 닮듯, 주인을 닮았다. 서씨 종가의 장녀인 주인이 자신의 성을 붙여 집을 지은 것은 10년 전이다. 한옥을 짓겠다고 마음을 먹고 평창에서 제주까지 전국을 50번 돌다 만난 터가 여기다.
3500평의 대지 위에 황토와 소나무로만 지은 한옥이 두런두런 모였다. 마당에는 소나무, 화목, 단풍, 블랙 엘더베리, 겹 벗, 홑겹 벗, 향나무, 전나무 등 나무들이 가득하다. 소담하게 가꾼 정원에는 때를 맞춰 야생화가 핀다.
집 입구에는 해인숙 5동이 있고 낮은 경사의 비탈을 오르면 왼편으로 서유숙 카페가, 오른편으로 가온채·정연·덕연제·이소정이 자리하는 구조다. 마당에서 보이는 풍경에 마음이 홀린다. 유려하게 펼쳐진 산세와 그 아래로 비내섬을 굽어 도는 남한강 줄기가 반짝반짝 빛난다.
정갈한 방에서 주인이 손수 지은 이불을 덮고 잠이 든다. 아침 새소리에 개운하게 잠에서 깨어나고, 이어 제철 식재료로 정성스럽게 차린 건강한 밥상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마당을 사부작사부작 거닐면 ‘문수’와 ‘슬기’라는 예쁜 이름을 가진 래트리버 두 마리가 다가와 인사를 건넨다. 푸른 하늘 아래 빳빳하게 널린 무명 이불이 나풀거린다. 이불이 마르는 시간을 가만히 바라보면 복잡한 마음도 빨래처럼 깨끗이 씻기는 듯하다. 하릴없이 지내지만 지루할 틈이 없는 까닭은 마음이 쉬고 있다는 느낌이 충만하게 들어서다. 누군가 서유숙에 머무는 건 어떤 느낌이냐고 묻는다면 이렇게 답할 것 같다.
“껍데기 잃어버린 거북이가 제 껍데기를 찾아 들면, 이곳에서 머무는 마음과 비슷할 거야.”
INFO
충북 충주시 소태면 덕은로 596/ 043-855-9909 www.seo8831.com
오후 3시 체크인, 오전 11시 체크아웃
해인숙 15만원, 이소정 15만원, 가온채 19만원/ 취사 불가 주차 가능
체크인 2일 전까지 취소 시 100% 환불.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 확인
도심 속 따뜻한 잠자리
합리적인 가격에 깔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도심의 잠자리
필림 37.2
귓속말
객실에 컵라면을 비치했다. 배고파서 잠 깨는 여행자를 위한 신의 한 수
사람이 가장 편안하고 좋은 기분을 느끼는 체온을 모텔의 이름에 차용했다. 충주시청 맞은편에 자리한 모텔로 도심 속 편안한 잠자리를 지향한다. 9층 건물에 객실은 총 36개, 타입은 일반실, 특실, 가족실로 나뉜다. 층별로 인테리어 콘셉트를 달리했다. 3층과 5층은 유럽과 일본 스타일로, 6층과 8층은 한실 스타일로 객실 내부를 꾸몄다. 객실과 객실 내 화장실이 일반 모텔들과 비교해 넓은 편이다. 모텔이지만 답답한 느낌 없이 편안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남향인데다 주변에 높은 건물이 없어 채광이 좋은 것도 따뜻한 분위기에 한몫 한다.
청결과 안전을 최우선 한다는 대표의 말을 방증하듯 방마다 공기청정기와 자외선 살균 컵 소독기가 있는 게 인상적이다. 모든 방에는 따뜻한 잠자리를 위해 전기 매트를 깔았다.
조식은 제공하지 않는다. 호텔 내 공용 공간은 두 곳. 9층 세탁실과 루프톱에 마련된 등나무 벤치다. 세탁실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모텔에서는 보기 드문 발레 주차 서비스도 제공한다.
INFO
충북 충주시 연원로 17 043-842-0515
오후 6시 체크인, 정오 체크아웃
일반실 5만원, 특실 7만원, 가족실 10만원(4~6인 이용 가능)/ 취사 불가 주차 가능
체크인 1일 전까지 취소 시 100% 환불/ 자세한 사항은 전화 확인
친구 집에 온 듯
친구들과 몰려간다면 여기로. 1층 로비 공간부터 야외 취사장까지 즐길 거리가 알차다.
수안보사이판온천호텔
귓속말
소음에 민감한 사람들을 위에 프런트에서 귀마개를 무료로 제공한다.
수안보 온천 관광지구에 자리한 사이판온천호텔은 2014년부터 새 주인을 맞아 편안한 잠자리로 거듭났다. 로비로 들어서자마자 오랜 친구 집에 온 듯한 느낌이 강렬하게 드는데, 만화방처럼 꾸민 공용 공간 덕이다. 간단한 스낵과 라면을 먹으며 책과 잡지를 볼 수 있는 공간이자 아침 조식 레스토랑이기도 한 만능 공간은 만화방의 느낌을 고스란히 닮았다. 아침 7시부터 9시까지 무료로 제공하는 조식도 이 집의 자랑. 삶은 계란, 빵, 시리얼, 커피, 허브차, 주스, 핫초코 등 무료라고 하기엔 거할 정도의 구색을 갖추고 있다.
4층 건물에 객실은 총 30개, 일반실과 특실 외 대형 온돌방이 있는데, 가장 큰 방은 10명까지 편안히 머물 수 있을 정도로 넓다. 오래된 호텔이라 시설이 세련된 편은 아니지만 청결하고 아늑하다.
객실에는 온천수가 나오지만 대중탕은 따로 없다. 대신 바로 옆 수안보 1호 대중탕인 낙천탕과 제휴해 사이판온천호텔 투숙객은 할인된 금액으로 온천을 즐길 수 있다. 수안보에는 자전거 여행객이 많은 편인데, 혼자 오는 자전거 여행객에게는 파격적인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게다가 호텔 주차장 공간에는 작은 자전거 정비소도 마련했다.
야외 취사장을 갖춰 바비큐 파티가 가능한 것도 이 호텔의 강점이다. 프라이팬부터 바비큐 그릴, 대형 가스 그릴까지 다양한 종류를 채비했다. 바비큐 장비를 대여하지 않는 사람들도 취사장을 이용할 수 있으며 음식은 판매하지 않지만 배달음식은 주문이 가능하다.
INFO
충북 충주시 수안보면 온천천변길 39-5 / 043-846-3111 suanbosaipanspahotel.modoo.at
오후 4시 체크인, 정오 체크아웃
일반실 5만원, 특실 6만원, 중형온돌 8만원(4인 기준), 대형온돌 12만원(6인 기준)
취사 불가(호텔 옆 취사장에서 바비큐 가능) 주차 가능
체크인 2일 전까지 취소 시 100% 환불(비수기 기준) /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 확인
수안보 클래식
온천을 갖춘 청결한 호텔
대림호텔
귓속말
사우나 내 황토굴은 꼭 이용해보자.
열의 발산을 막기 위해 황토굴 지붕을 수건으로 덮으면 더 효과적이라고.
80년대부터 운영하던 호텔을 지금의 주인이 인수해 운영을 시작한지 3년이 됐다. 지하에는 대중탕이, 호텔 입구에 작은 레스토랑이 있으며 방이 총 51개나 되는 대규모 호텔이다. 35개의 일반실과 10개의 특실, 6개의 단체실을 채비해 친구, 연인, 가족 단위부터 단체 투숙객까지 무리 없이 소화가 가능하다.
시설은 오래됐지만 서비스가 세심하다. 침구 세탁은 업체에 맡기면 소독약 냄새가 나서 직접 하기 시작했고, 투숙객에게 지하의 대중탕을 무료로 개방했다. 이 집 대중탕이 특히 유명한데, 황토 불가마가 탕 내에 자리해서다. 멍석이 깔린 황토굴이 4개, 사우나 후 이곳에서 눈을 붙이면 뭉쳐있던 온몸의 근육이 말랑말랑해지는 느낌이다. 물론, 황토굴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조식은 8000원. 호텔 내 레스토랑에서 올갱이 해장국을 아침 조식 메뉴로 낸다.
백두대간 종주 구간이라 자전거 여행자가 많은 점을 고려, 그들의 불편사항을 세심하게 돌본다. 금액을 30% 할인해주는 것도 매력적인데, 세탁 서비스도 제공한다. 프런트에 세탁물을 맡기고 다음 날 아침 찾으면 된다.
INFO
충북 충주시 수안보면 온천천변길 33 / 043-856-8333
오후 3시 체크인, 정오 체크아웃
일반실 5만원, 특실 7만원, 단체실 A 20만원(7인 기준), 단체실 B 15만원(5인 기준)
취사 불가 주차 가능
체크인 1일 전까지 취소 시 100% 환불/ 자세한 사항은 전화 확인
Other 주변관광지
비내섬과 철새전망대
철새전망대는 서유숙에서 5분 거리에 있다. 비내섬은 서유숙 바로 앞에 자리하지만 연결 다리가 없어 빙 둘러 20분 돌아가야 입도가 가능하다. 두 곳 모두 아무것도 없어서 모든 감각이 열리는 매력적인 장소다. 황량할 정도의 고즈넉함을 만끽하다 보면 몸과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이 강렬히 들어 돌아서는 발걸음이 무겁다.
철새전망대는 해 질 녘이 아름답고 비내섬은 안개 가득한 아침이 아름답다. 비내섬은 자연이 오롯한 덕에 시대극 드라마와 영화의 배경으로 자주 등장한다. 비내섬 입구에 어떤 작품, 어느 장면의 배경이었는지 자세히 기재돼 있다.
수안보온천
수안보 온천마을은 유서 깊은 관광지다. 지하 2250m에서 용출하는 수온 53도의 약알칼리성으로 수질이 뛰어나고, 탕치 효과가 있다고 전해져 고려시대부터 병을 고치기 위해 찾는 이들이 많았다. 태조 이성계는 피부병을 치료하기 위해 이곳에 들렀고, 숙종과 양녕대군이 휴양과 요양을 위해 즐겨 찾았다.
마을 초입에 물탕공원 족욕탕인 낙안정(樂安亭)이 있다. 즐겁고 편안한 정자라는 이름 뜻 그대로 두 발을 담그면 피로가 풀리고 정신이 맑아진다. 온천마다 원탕이라는 수식을 붙여 홍보하지만, 사실 수안보온천의 원탕은 따로 없다. 충주시에서 온천수를 직접 관리해 끓어오른 물을 식혔다가 각 온천욕장에 배관을 통해 배분하는 시스템이라 어느 집을 가도 같은 수질이다.
여행 Q레이터가 까다롭게 고른 여행자의 방
여행 Q레이터란 품질인증 숙소를 직접 체험하고 해석하여 생생하게 전달해주는 전문가를 의미합니다.
디자인과 편안함을 두루 갖춘
바구니 호스텔
write 여행 Q레이터 김명진 jin9568@naver.com
INFO
전남 순천시 역전2길 4 061-745-8925 www.bagunihostel.com
도미토리 3만원(1인), 트윈룸 8만5000원, 디럭스룸 11만5000원
기차 여행을 계획하고 전라남도로 떠날 준비를 할 무렵이었다. 그때 ‘숙소는 무조건 여기다’ 하고 추천받은 곳이 바로 바구니 호스텔이다. 친한 언니가 얼마 전 다녀와서 너무 좋았다며 SNS에 사진과 후기를 남겼는데, 여유로운 사진 한 컷과 짧은 말 한마디에 편안함과 깔끔함이 느껴져 숙소를 이곳으로 결정했다.
바구니 호스텔은 순천역에서 가까운데다 찾기도 수월한 곳에 위치했다. 1층은 카페와 펍(Pub)이 있는 복합 문화공간으로 꾸며졌고, 객실은 2층과 3층에 나눠 자리했다. 룸 타입은 도미토리부터 트윈룸, 더블룸, 디럭스룸, 패밀리룸까지 다양하게 준비돼 있었는데, 하나같이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것이 특징이었다.
호스텔은 소소하지만 인상적인 서비스를 선사했다. 체크인 시 무료로 코인을 5개씩 나눠주는데, 이 코인으로 호스텔 내 조식 서비스 이용, 자전거 대여, 사진 인화, 맥주나 커피 구입 등을 할 수 있어 골라 쓰는 재미가 있었다. 특히 1층 카페에서 제공되는 조식은 카메라에 담고 싶은 비주얼로 마음을 사로잡았다. 지하 1층에 마련된 캐리어 무료 보관함 역시 인상 깊었던 서비스다. 원하는 곳에 가방을 넣고 비밀번호를 입력하면 된다. 시간제한이 없어 몸도 마음도 가볍게 남은 여정을 즐길 수 있다.
나무 내음 그윽한 방
선교장
write 여행 Q레이터 강한나 hannapride@naver.com
INFO
강원 강릉시 운정길 63 033-648-5303 www.knsgj.net
행랑채 7만원, 서별당 20만원, 홍예헌 1관 25만원
300년 세월이 깃든 선교장에서 하루를 보냈다. 선교장은 효령대군의 11대손인 이내번이 지은 99칸의 사대부 가옥이다.
늦은 밤 도착한 선교장은 고요했다. 은은하게 불빛이 드리워진 마당을 지나 행랑채로 들어섰다. 창호 문을 열고 두 칸으로 이뤄진 작은 방을 마주하자 짙은 나무 내음이 코끝을 찔렀다. 방에는 옛 것 위에 새것이 조화롭게 들어앉아 있었다. 오래된 가구 틈에 자리를 잡은 에어컨이며 냉장고, TV가 이상하리만큼 자연스러웠다. 전통적인 느낌이 물씬 나는 이불장 위에는 도톰한 이부자리가 가지런했고, 그 옆에는 손때 묻은 경대가 옛 멋을 그대로 품고 있었다. 전통 방식으로 도배한 방바닥 장판과 격자무늬 문살이 마음을 편안하게 했다.
다음 날, 서둘러 체크아웃을 하고 본격적인 구경에 나섰다. 선교장은 국가민속문화재로 오전 9시부터 관람객을 받기 때문에 그 전에 체크아웃을 마쳐야 한다. 투숙객은 관람료(5000원)가 면제된다.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가장 오래된 안채와 사랑채인 열화당, 서재로 활용하던 서별당 등을 찬찬히 둘러보고 볕도 쐬면서 온전히 한옥의 정취를 만끽했다. 가장 아름다운 공간은 인공연못을 파고 지은 정자 활래정이었다. 돌기둥으로 받친 누각이 독특한 건축미를 뽐냈다. 풍류가락에 젖은 옛 선비의 모습이 떠올라 슬며시 웃음이 나왔다.
도심을 파고든 휴식처
옛 구암서원
write 여행 Q레이터 김광수 pressitead94@gmail.com
INFO
대구 중구 국채보상로 492-58 053-428-9980/ www.dtc.or.kr
수강당 9만5000원, 친목당 5만5000원, 복연당 4만5000원
구암서원은 달성 서씨의 문중 서원이다. 주변이 도시화가 되면서 1995년 주요 시설이 북구 산격동 연암공원으로 옮겨졌고, 남은 건물은 2012년 한옥체험 숙박시설로 바뀌었다.
대구도시철도 2호선 신남역 9번 출구로 나와 돌담을 따라 걸으면 그 끝에 옛 구암서원이 있다.
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자 탁 트인 잔디밭이 반긴다. 단아한 한옥과 어우러져 운치가 넘친다. 도심 한가운데서 생각지 못한 풍경을 만나서인지 기분이 묘하다. 잠시나마 일상에서 벗어나 어지러운 마음을 비울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홀가분해졌다.
방문을 열어젖히니 정갈하게 정돈된 침구가 눈에 든다. 전통한옥에 에어컨과 무선인터넷 (WiFi) 등을 갖춰 편리함을 더했다. 수건과 헤어드라이어, 슬리퍼 등도 꼼꼼하게 갖췄다. 무엇보다 호텔 못지않은 깔끔함에 마음이 놓였다.
짐을 풀어놓고 주인이 내주는 차를 마시고는 집 구경에 나섰다. 1명부터 최대 4명까지 묵을 수 있는 다양한 크기의 방과 공용 부엌이 보였다. 부엌에서는 빵, 시리얼 등 간단한 조식이 제공됐다. 전자레인지와 냉장고가 있어 가져온 음식을 보관해두거나 간단한 음식을 조리해 먹을 수도 있다. 마당에는 투호놀이, 널뛰기, 활쏘기 등 다양한 전통놀이가 준비돼 있었다. 널빤지 위에서 신명 나게 구르고 한바탕 뛰놀다 보니 해묵은 스트레스가 싹 가셨다.
외국인 관광객 2000만명 시대
차별 없는 열린 관광지 한국을 기대한다
자히드 후세인 방송인 한국관광공사 글로벌 홍보대사
내가 한국에서 산 지도 거의 10년이 되어 간다. 그간 한국도 더욱 국제화되었고 특히 서울은 외국인들이 정말 많이 찾는 세계적인 도시가 되었다. 밝은 표정으로 거리를 누비고 있는 외국인 관광객들을 보면, 나 자신도 외국인이지만 한국에 살고 있다는 것에 가슴 뿌듯함을 느끼게 된다. 신기한 눈으로 쳐다보던 눈길도 이젠 자연스러워지고, 한국은 그야말로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모이는 세계 속의 한국임을 느끼고 있다.
그러나 외국인에 대한 자연스러운 시선은 ‘영어를 쓰는 백인’ 에게 한정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직도 한국 사회에서는 ‘유색’ 외국인 또는 히잡을 쓴 외국인 등에 대해서는 불편한 시선이 존재한다. 나 자신도 이미 방송에서 밝힌 바가 있지만 이름에 후세인이 있어 ‘사담 후세인 가족이냐’ 라고 묻거나 ‘너도 아이에스(IS)처럼 테러하려고 한국 왔느냐’고 묻기도 한다. 이러한 질문은 아직도 내 마음속에 상처로 남아 있다.
나는 지난 8월 한국관광공사가 주관하는 2018 할랄푸드 페스티벌에서 한국 관광 홍보대사로 위촉 받았다. 한국의 대표적인 관광지에서 무슬림들이 할랄 인증을 받은 한식을 마음껏 먹을 수 있다면 더 많은 무슬림 관광객들이 한국을 찾을 것이고 나는 그러한 한국 관광 홍보에 힘을 보태고 싶다. 그런데 할랄푸드 페스티벌을 반대하는 집단 항의가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무슬림에 대한 편견 해소를 위해서 내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을 하기도 했다.
다른 외국인 친구들이 경험하는 사례도 있다. 택시를 잡는데 창문을 열고 흑인인 것을 보더니 그냥 지나가 버렸다는 경우, 클럽에 가려는데 여권을 여기저기 넘기면서 꼬치꼬치 캐묻는 경우, 음식점에서 안주를 비싸게 받았다는 얘기 등을 가끔 듣게 된다. 어떤 관광객들은 고궁 조용한 곳에서 돗자리를 펴고 기도를 하는데, 신기한 듯 쳐다보는 시선이 부담스러워 얼른 자리를 피했다고 한다.
내가 경험한 한국인들은 대부분 따스한 인정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짧은 시간 한국에 머무르는 외국인 관광객들은 관광지에서 차별을 경험하게 되면 한국인의 따스한 마음을 알기도 전에 한국 그리고 한국인에 대해 또 다른 편견을 가지게 될 것이다. 외국인 관광객이 우리와 피부색이 다르다고, 두발 색이 다르다고 이상할 것은 전혀 없다. 공원에서 기도를 하거나 히잡을 쓴 모습을 이상하게 볼 필요도 없다. 그들은 한국이 좋아서 한국을 찾은 외국인이고 또 관광객들이다. 한국보다 후진국에서 왔다고 선입견이나 편견을 가질 필요도 없다. 그들은 한국이 좋아서 큰 비용과 시간을 들여 한국을 찾아왔다.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현재 연 1500만명이 넘는 외국인이 한국을 찾고 있고 머지않아 외국인 관광객 연 2000만명을 바라본다고 한다. 한국이 발전하고, 한류 열풍에 힘입어 더욱 다양한 국가에서 다양한 모습과 다양한 문화를 가진 외국인들이 한국의 거리를 누비고 있다. 종교적인 이유로, 인종 편견에서, 우리와 다른 문화를 가졌다는 이유로 관광객을 차별한다면 한국을 동경하는 많은 사람들은 발길을 돌릴 것이다. 마침 한국관광공사에서 외국인 관광객 차별과 관련한 관광불편신고도 접수한다고 하니 늦게나마 환영할 만한 일이다. 무슬림을 비롯한 다양한 종교, 국적, 피부를 가진 외국인이 아무런 차별 없이 한국을 경험할 수 있는 열린 관광지 한국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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