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1일 오후 2시부터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 1층 강당에서는 천주교 서울대교구 일반병원사목부 10주년 기념 심포지엄이 열렸다. ‘일반병원사목의 현황과 전망’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서울대교구 일반병원사목의 지난 10년을 돌아보고, 지난 2004년 일반병원사목 초창기에 실시했던 현황 조사에 비추어 무엇이 개선되었고, 어떤 과제가 남아있는지 살피는 자리로 마련됐다.
이날 인사에 나선 염수정 주교는 교회의 병원 사목은 환자들의 전인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영적치료활동’임을 강조하면서, “병원사목은 환자들을 돌보면서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 부활을 체험하는 특별한 은총”이라고 격려했다.
서울대교구의 일반병원 사목은 지난 2000년 일반병원 종사자 모임과 순천향대학 병원미사로 시작, 2001년 10월 5일 일반병원사목부(서울대교구 정진호 신부)를 신설했으며, 같은 해 3월부터 원목 봉사자 교육을 시작해 본격적인 특수 사목을 시작했다.
2004년 일반병원 사목방향 설정을 위한 기초 연구를 의뢰해 일반병원 사목의 방향을 재정립하고 2006년 특수사목으로 개편, 2012년 2월 11일 현재는 일반병원 천주교 원목실 수 25개, 원목사제 21명, 수도자 28명, 봉사자 1600여명에 이른다.
일반병원사목 10년사를 정리한 김한수 신부(강북삼성병원, 제일병원 원목)는 “처음 원목을 시작했던 8년 전과 비교하면 일반병원사목이 많이 성장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고 전하면서, “처음에는 알고 있는 것을 얼마나 많이 알리느냐에 주력했지만, 지금은 원목자들과 동반하고, 환자들의 아픔을 함께 하면서 보람과 축복의 시간을 살고 있다. 더 많은 이들에게 권유하고픈 사목분야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
 |
|
|
지난 2011년 7월부터 시작된 조사와 연구작업을 진행한 우리신학연구소 경동현 연구원과 이미영 연구실장은 각각 ‘새로운 복음화의 관점으로 본 병원사목’이라는 제목으로 일반병원사목에 대한 신학적 성찰과 ‘서울대교구 일반병원사목의 현실과 전망’에 대해 발표했다.
경동현 연구원은 ‘새로운 복음화’라는 키워드를 통해 병원사목이 어떻게 한국 사회에서 의료계를 둘러 싼 현황을 읽고 복음의 정신을 재해석, 사목에 적용할 것인지 화두를 던졌다.
경 연구원은 새로운 복음화에서 새롭다는 것은 교회가 시대적 상황과 조건을 숙고하면서 복음화의 길을 새롭게 모색한다는 것이며, 이 시대 안에서 복음적 관점과 가치를 어떻게 계승할 것인가에 대한 요청이라고 설명하면서, “사회의 흐름을 파악하는 시대읽기를 통해서 2000년 전 복음을 재해석하고 그 기준으로 우리 교회는 과연 복음적인가를 돌아보는 자기복음화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병원사목, 시대읽기와 교회의 자기복음화를 통합한 새로운 복음화 제시 해야
경 연구원은 “2004년에 설문조사를 진행하면서 이야기했던 외부환경, 즉 의료시장 개방, 민영화, 정보화, 전문화 등은 지금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이런 측면이 가중되었고, 무엇보다 웰빙 열풍을 탄 건강관리 서비스 시장 형성의 움직임도 생겨났다”고 분석하면서, “이는 의료문제를 산업으로 보고 효율성과 영리를 추구한다는 관점이며, 전인치료라는 병원사목의 지향과 큰 차이를 갖는 지점”이라고 지적했다.
“질병은 그리스도와 일치를 이루는 도구이며 영적 정화의 도구로 이해하고, 또 병자와 함께 있는 사람들에게는 사랑을 실천하는 기회다”(<치유기도에 관한 훈령>)
|
 |
|
▲ 우리신학연구소 경동현 연구원. |
경동현 연구원은 교회는 전통적으로 병자의 치유 활동을 중시해왔고, 육체와 영혼의 치유를 분리하기 보다 전인적 치유 개념으로 여겨왔지만, 오늘날의 치유는 돌봄이나 배려, 환대 보다는 병원의 이윤추구와 성과 등 효율성을 추구하는 경향이 더 높은 것이 현실이라고 하면서, “병원에서 원목이 불필요하게 느껴지는 이유 역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병원의 조직 구조와 효율성에 따른 운영원리 때문이다. 즉 병원은 환자보다는 질병이나 치료를 통한 수익에 모든 에너지를 쏟고 있다”고 꼬집었다.
감정 자본주의에 주목 ‘치유산업’의 성장에 공명하는 교회
경동현 연구원은 교회가 병원사목의 차원에서 주의깊게 식별해야 할 것 중의 하나가 ‘신앙담론과 치유산업의 공명’이라고 강조했다.
경 연구원은 최근 유행하고 있는 명상, 마음수련, 자기 치유 등 이른바 치유산업의 급성장과 ‘성공과 자선은 곧 구원(복음적 삶)’이라는 도식을 본보기로 제시하는 ‘긍정 신학’의 유행과 현대인들이 불편해하는 그리스도교 핵심 교의를 대체한 긍정적 사고의 만남을 먼저 지적했다. 이러한 흐름에서 사목의 주된 내용인 ‘영적 돌봄’이 치유 상품, 정서 상품과 현상적으로 겹치는 부분이 많아, 신앙까지 소비하도록 하는 우를 범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교회의 오래된 미래, 병원사목
경 연구원은 “이런 까닭에 병원사목이 처한 사회 환경을 살피는 것이 중요하며, 오히려 안정기에 빠지기 쉬운 ‘조직관리’의 오류를 경계하지 않고 비전과 정체성을 공유하지 못하면 병원사목은 또 하나의 사상누각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사목자들이 가져야 할 태도에 대해 언급하면서, “지난 2004년의 조사결과에서도 드러났듯이 병원사목을 일반 본당 사목처럼 임하는 것이 가장 큰 어려움 중의 하나다. 본당 사목과 다르게 병원사목은 많은 기득권을 포기해야 하며 본당과는 다른 환경에 있다는 것을 철저하게 인식해야 한다”고 전하면서, “기득권을 버려야 한다는 것, 아픈 이들과 함께 하고 죽음을 직면하는 특별한 체험, 교회 자신의 복음화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차원에서 병원사목은 우리 교회가 추구해야 할 오래된 미래의 모습이다”라고 역설했다.
|
 |
|
|
이어서 이미영 연구실장은 구체적인 일반병원사목 현황에 대한 연구조사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처음 조사를 실시했던 2004년 이후 일반병원사목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확인하고, 앞으로의 방향을 재설정하기 위해 실시됐다.
이미영 실장은 “이번 조사는 지난 2004년 조사결과가 반영된 이후,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구체적인 확인을 위한 것이었다”고 설명하면서, “당시 병원사목 역할 정립, 조직 내 소통관계 확립, 홍보 필요성, 원목자 전문 양성 체계 마련, 원목실 환경 개선 및 재정 마련 등을 제안했었고 8년이 지난 지금 현저한 발전이 보이는 부분도 있지만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는 부분도 있다”고 전했다.
환자들, 원목실의 성사활동 보다는 ‘영적 돌봄’에 큰 만족 원목자들의 역할 인식 뚜렷해지고 조직적, 재정적 안정화
|
 |
|
▲ 우리신학연구소 이미영 연구실장. |
이번 조사에서 가장 두드러진 점은 병원사목의 목적과 구성원들의 역할 인식이 뚜렷해졌다는 것과 환자들이 원목실 활동을 통한 ‘영적 돌봄’에 크게 만족하고 있다는 결과였다.
또 급속한 성장이 이뤄지던 초창기를 벗어나 어느 정도 조직의 안정화에 접어들어 서울시내 종합병원 대부분에서 병원사목이 이뤄지고 거의 모든 원목실에 원목사제가 배치, 독립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여건을 갖췄으며, 재정적 문제 역시, 원목사제 배치와 함께 교구별 사제모임, 본상 사제들과의 교류를 통해 상호 협력하는 체계 마련됐다는 것이다.
‘원목자의 원활한 수급과 전문성 향상을 위한 체계 마련’역시 젊은 사제들이 신학교 시절부터 현장체험, 새사제학교 등을 통해 병원 사목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높여가고 있으며, 2007년 11월에 임상사목 교육센터 설립을 통해 원목사제와 수도자가 임상 사목, 신학 등에 대한 교육을 이수하면서 환자들의 전인치유를 위한 전문성을 키우고 있다.
일반병원 내 원목실 활동에 대한 홍보와 공감대 형성 해야 원목 사제와 수도자, 특히 평신도 봉사자의 양성과 전문성 강화 필요
그러나 이미영 실장은 2004년 조사에서 과제로 제시되었던 과제가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여전히 원목사제와 원목 수도자의 지속적 충원과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 체계적이고 안정된 조직 안정과 소통 문제의 개선, 평신도 원목 봉사자의 지속적 양성과 전문성 강화 문제, 신자 의료종사자 모임(교우회)의 활동 지원, 전인치유에 대한 인식 확산, 관계 기관과의 협력 강화 문제 등은 미비하다고 지적하면서 앞으로 가져가야 할 과제로 제시했다.
특히 “일반 병원 의료종사자, 특히 비신자 의사들은 약 60%가 원목실과 협력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결과에 대해 전인치유를 목적으로 하는 병원사목을 제대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병원 의료종사자, 특히 비신자 의사들을 대상으로 병원사목을 알리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하면서, “원목자들 역시 원목실의 필요성을 긍정하는 것이 실상은 병원사목적 목적보다는 병원 서비스 차원에서 받는 인정이며, 지난 10년간 70%의 양적 성장을 이룬 것에 비해, 질적인 성숙은 40%정도에 머문다고 자체 평가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원목실의 양적 확장과 함께 병원 내부적인 소통 구조와 홍보활동에 주력할 것을 제안했다.
이후 심포지엄은 정무근 신부(성빈센트병원 임상사목교육센터), 이창걸 교수(신촌세브란스 병원), 지영현 신부(생명위원회) 등이 원목자, 병원과 신자, 교회 입장에 대해 토론을 이어갔으며, 세계 병자의 날 9일기도로 마무리됐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