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 놈 떡 하나 더 준다 교사의 자살로 촉발된 교권 추락 문제가 크나큰 이슈였던 어지러운 시국에 한 개념아빠의 사연이 인터넷에 올라와 큰 반향을 얻었죠. 글쓴이의 사연은 이렇습니다. 중학교 2학년 아들이 수업시간에 휴대전화를 사용했고, 여성 담임 교사에게 경고를 받은 후 이를 무시하고 계속 휴대전화를 사용했다가 압수당했다죠. 그러자 아들은 교사에게 ‘ㅁ.ㅊ.ㄴ’이라고 욕설을 내뱉었답니다. 글쓴이 남편이 학교에 가서 해당 이야기를 전해 듣자마자 아들의 뺨을 3대 때리고 머리통 한 대를 때렸다고 해요. 그 이후 집에 돌아온 남편은 아들의 휴대전화를 해지했고, 컴퓨터를 더 이상 사용하지 못 하게 했을 뿐만 아니라 아들이 평소 사용하던 신용카드를 정지시켰답니다. 남편과 아들이 현재 겸상도 못 하고 있다면서 남편이 아들을 식탁에도 못 앉게 하고 있다면서 남편과 아들을 화해시키고 싶다고... 이 아빠의 행동에 많은 사람들이 환호했던 가장 큰 이유는 그러지 못 했던 것이 솔직한 우리들의 자화상이었기 때문일 거예요. 하지만 최근에야 그렇지 예전에는 많이들 맞아 봤지 않나요? 누구는 효자손으로, 누구는 파리채로, 누구는 지게 작대기로, 누구는 빨래 바지랑대로... 어떤 사람이 엄마한테 하도 효자손으로 맞아버릇해서 어느날 효자손을 감췄다가 파리채로 맞고나서 내가 파린가? 했다더니 나는 왜 밥주걱이야? 내가 그럼 밥이야? 오은영 박사가 들으면 환장할 일이겠지만, 우리 때엔 분명 그렇게 컸고 아무 문제 없었거든요. 근데 왜 갑자기 아동학대가 되고 분노조절 장애가 되고 죽일 놈이 되는지 모르겠거든요? 자식을 때려죽인 몰지각한 한두 연놈 때문에 모든 부모가 도매금으로 팔려도 되는 것인지. 미친 학부모 한둘 때문에 학부모와 담임교사의 전화마저 차단하라는 무지막지한 특별대책이 교육의 이름으로 자행되어도 되는 것인지 정말 모르겠거든요? 우리 엄마 표현대로 한다면 '지랄도 풍년'인 세상인데 시절이 시절인지라 일단 까라면 까야쥬. 별수 있간디? 그류. 한번 까봅시다. '미운놈 떡 하나 더 준다'라는 말이 있쥬? 무척 단순해 보이는 이 속담은 두 가지로 해석이 갈리더라구요. 하나는 미운 사람일수록 매를 주지 말고 떡을 주라는, 즉 더 잘해 주라는 뜻으로 그래야 미운 마음도 사라지고 스스로도 덕을 쌓아 마음의 평안을 이룰 수 있다는 의미로 보는 견해죠. '시어머니 죽이기' 얘기 아시죠? 옛날 못된 시어머니가 있어 틈만 나면 며느리 흠을 잡고 다녔다. 미운 며느리는 발뒤꿈치도 미워보인다 했던가? 견디다 못 한 이 며느리 눈물로 날을 지새운 어느날 용하다는 점쟁이를 찾아갔다. 제발 저희 시어머니 좀 죽여주세요. 눈물 섞인 사정 얘기를 들은 점쟁이가 말했다 확실하게 죽여드리지요. 시어머니가 좋아하시는 음식이 뭐지요? 인절미인데요? 그럼 오늘부터 인절미를 매일 시어머니께 드리세요. 절대 빼먹지 말고 100일 동안 드려야 합니다. 며느리 그 날부터 매일 기도하는 심정으로 시어머니께 저주를 담은 인절미를 드렸다. 시어머니는 처음에는 고개를 외로 꼬며 며느리 꼬락서니를 흘겨보다가 매일 계속되는 인절미 봉사에 마음이 동하기 시작했다. 며느라, 인자 그만 줘도 되야. 너도 먹어야지. 시어머니는 며느리 걱정까지 하게 됐다. 아니예요. 어머니. 부족하시면 말씀하세요. 더 드릴게요. 호호호. 며느리가 분명 호호호, 라고 웃었다. 그만치 시어머니와의 관계가 풀어지고 있었다. 시어머니는 남편에 시누이에 시고모에 동네방네 입싸고 방댕이 큰 여자들한테 착한 며느리 자랑을 하기 시작했다. 졸지에 착해진 며느리는 마음이 뿌듯해서 입이 귀에 걸치고 얼굴에 웃음꽃이 지질 않았다. 호호호 근데 점쟁이와 약속한 100일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이제 내일이면 100일이다. 과연 100일 째 빡시게 인절미를 받아먹은 시어머니는 인절미를 물고 칵 죽게 되는 것인가? 걱정이 된 며느리가 다시 점쟁이를 찾아갔다. 점쟁이님, 제발 저희 시어머니 좀 살려주세요. 사정 얘기를 듣고난 점쟁이가 말했다. 이미 죽은 운명은 못 바꿔요. 이미 당신 마음속에 있던 미운 시어머니는 죽지 않았나요? 자, 옛날 이야기 속에 너무 몰입하지 마시고 이 얘기가 바로 '미운놈 떡 하나 더 준다'라는 속담의 본 모습이죠. 행복한 결말 구조입니다. 그럼 됐지 뭐가 또 있나요? 또 있습니다. 다른 하나의 해석은 '미운놈 떡 하나 더 준다'라는 속담이 원래 '이쁜놈 매 하나 더 주고, 미운놈 떡 하나 더 준다'라는 말의 줄어든 형태로 봅니다. 즉, 떡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보지 않고 저주하는 마음으로 보는 거죠. 떡 먹고 뒤져라,라는 뜻으로 본다는 거죠. 며느리 처음 마음이 그거 아니었냐구요? 바로 그런 마음인 거죠. 근데 이 저주의 떡은 이쁜놈 매 한 대 더 준다는 부분이 있어 비로소 온전한 풀이가 가능해지며 며느리 얘기와는 전혀 다른 전개가 되는 겁니다. 이쁜놈은 매로 키우고, 미운놈의 떡은 애를 대충대충 키워라, 성깔이야 나빠지건 인생 말아먹건 내 알 바가 아니다. 이 떡은 방관 내지는 포기에 가까운 떡이고 불행한 결말 구조입니다. 그 차이를 정확하게 말한다면 전자는 처신을 말하는 것이고, 후자는 교육을 말하는 것이죠. 분명한 차이가 느껴지시나요? 옛사람의 교육관, 지금 같으면 자식한테 회초리를 댔다고 아동학대로 신고 당할 일이지만 옛날에는 회초리로 가르치고 회초리로 인간 만들었습니다. 그런 교육관을 속담으로 표현했다고 봅니다. 귀생사지(貴生死地)라는 말이 있죠.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말입니다. 뜻 풀이를 해 본다면 '귀한 생은 죽을 땅이다' 이게 먼소리여? 너무 귀하게 오냐오냐 하면서 산 사람은 그 것 때문에 결국 죽게 된다는 뜻이어요. 못 먹어 생긴 병은 먹으면 치료가 되는데, 많이 먹어 생긴 병은 불치병이다, 라는 말도 있죠. 즉 고혈압, 비만, 심혈관계 질환, 당뇨병 등 불치의 성인병이 대부분 먹어서 생긴 병이잖아요. 이렇듯이 자기 몸에도 혹은 자식한테로 너무 오냐오냐하고 쳐먹이다 보면 불치의 병이 된다는 것 그것이 귀생사지(貴生死地)여요. 떡 배터지게 먹은 미운 놈은 귀생사지 하겄쥬. 대추나무 열매가 안 열릴 때는 대추나무에 염소를 묶어놓으라는 얘기가 있어요. 염소가 이리저리 왔다리갔다리 하면서 대추나무를 자극하면 대추나무가 위기감을 느껴 그 해 대추가 주렁주렁 열린답니다. 그런 비젓한 얘기는 정말 많아요. 어떤 사람이 아프리카 열대어를 수입해서 미국에서 파는데 아무리 수조 환경을 좋게 해줘도 미국에 도착하면 비실대더랍니다. 그래서 어류학자를 찾아가 자문을 구했더니 다짜고짜 사나운 문어 한 마리를 수조에 같이 넣어서 가져오라고 하더랍니다. 그렇게 했더니 미국에 도착했을 때 열대어들이 물속에서 날아다니더랍니다. 문어한테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서 말이죠. 적당한 긴장상태가 중요하다는 거죠. 난을 키워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난 키우기 쉽지 않아요. 햇빛에 바람에 온도에 습도까지 맞추다 보면 이건 보통 사람이 할 짓이 못되죠. 이런 정성을 지 어미한테 쏟았으면 효자날 건디. 그래서 보통 사람들은 난을 꽃 피우기는 커녕 대개 3년 키우면 죽어요. 근데 난은 원래 잘 안 죽기 때문에 아무리 엉망으로 내팽개쳐도 3년은 산다네요. 즉 정확하게 정의하면 난을 3년 키운게 아니고 3년 동안 죽인 거예요. 이 키우기 어려운 난 꽃피우는 방법 아세요? 난꽃을 피우려면 겨울을 내든가 여름을 내라고 하더라구요. 한 겨울 엄동설한에 난을 한 2주 동안 내쫓으래요. 이게 겨울을 내는 거구요, 한 여름 뜨거운 땡볕에 내팽개치래요. 이게 여름을 내는 겁니다. 그러면 난이 생각할 때 아, 추워 이러다 뒤지겠구나, 아니면 아, 뜨거워 주인놈이 날 쥑일 작정인가 보다, 해서 꽃을 피운답니다. 이런 얘기들이 모두 적당한 긴장 상태가 삶에 얼마 중요한지를 말해준다고 본다면, 적당한 매가 교육에 혹은 삶에 미치는 영향을 알 수 있을 거예요. 오은영 박사는 기겁할 얘기겠지만 매 한 대로 귀생사지(貴生死地) 이겨낼 수 있다면 망설이지 말고 회초리를 들어야 한다고 봅니다만... 여러분 생각은 어떠하실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