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단과 인생살이의 닮은꼴
어린 시절 읽었던 삼국지는 산골 소년에게 깊은 인상과 영향을 끼쳤습니다.
그중에 망매지갈(望梅止渴)이라는 고사성어의 유래가 된 조조의 재치와 지혜는 보기에 따라 여러가지 관점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위나라의 조조는 장수를 토벌하기 위해 매림포를 지나갈때의 일입니다.
무거운 무기를 든 군사들은 숲에서 지치고 목이 말라 행군조차 어려워 졌습니다.
그때 조조에게는 번뜩이는 생각이 떠오릅니다.
“저산 너머에 아주 큰 매실 나무 숲이 있고, 그곳에는 큼지막하고 새콤달콤한 매실이 주렁주렁 열려 있다. 모두 조금만 더 버티면 거기서 매실을 먹고 갈증을 해소할 수 있다.”
조조의 이 말에 병사들은 입안에 군침이 돌기 시작했고, 기운을 내어 물이 있는 곳까지 이르게 됩니다.>
철없던 시절에는 위의 이야기를 한 사람의 지도자가 외치는 구호의 중요성으로 이해했습니다. 한 명의 영웅이 수천 군사를 움직이던 시절에는 가능했을법한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한 두 살 나이가 들어가면서, 특별히 요즘처럼 다 분야에 박사가 넘쳐 나는 시절에는 한번은 지도자의 감언이설에 속을지 모르지만 동일한 방법으로 망매지갈의 방법을 사용한다면 내부 분열이 일어나는 것은 당연지사입니다.
요즈음 축구팬들의 주목을 받는 프로축구 1부리그 팀은 단연 수원삼성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선 기능의 관심이 아닌 좋지 않는 방면에서 관심 대상이 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주지하듯이 수원 삼성 축구단은 지난해에 플레이오프까지 갔다가 구사일생으로 회생한 팀입니다.
그럼에도 구단을 이끄는 이들은 올해에도 안일하게 운영을 해 오다가 결국 일년에 두 명의 감독을 경질하는 아픔과 상처를 남기는 진기록을 세웠습니다.
특별히 지난 5월에 감독으로 취임했던 김병수 감독은 취임 직후 선수단에게 당부했던 상견례의 말이 화제가 되었습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 해야 할 일을 하자.”“내분이 발생했을 때에 반대하는 세력, 중간에 있는 세력, 나아가려는 세력이 있는데, 결국 본인이 선택하는 쪽이 본인의 수준이 될 것이다”라는 메시지는 축구만이 아니라 인생살이에도 적용 가능한 명언이라 여겨집니다.
축구 경기의 특성은 특정한 공간에 22명의 선수가 공 하나를 가지고 상대팀의 골문에 공을 넣어야 하는 경기입니다.
나아가 축구 경기는 다른 운동경기와 달리 선수들이 경기장 안에 들어선 순간부터 감독이 선수에게 영향을 끼치고 분위기를 반전할 수 있는 순간은 선수 교체와 전반전을 마친 후의 휴식 시간뿐입니다.
그러기에 감독이 운동장에서 뛰는 선수들에게 할 수 있는 일은 동기부여 밖에는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감독의 역량이 미칠 수 있도록 경기장 밖에서 팀을 도와주는 프런트(사무국)들이 감독에게 힘을 실어주어야 합니다.
몇 해 동안 축구 경기를 시청하면서 1부와 2부의 경계를 넘나드는 팀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감독의 역량이나 능력보다 구조적으로 병든 조직의 병폐를 보여주었다는 점입니다. 예컨대 1부 리그 현재 꼴찌인 수원 삼성의 경우를 보더라도, 지난날 축구 명가를 외치며 잘 나가던 시절의 수원은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근래에 추락해가는 수원의 이미지는 그야말로 하루아침에 나락으로 떨어지는 격으로, 십 수 년 간 땀 흘려 이루어 놓은 명성을 불과 2-3년 안에 허물어 버리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이러한 축구단의 모습은 인생살이에도 귀중한 사실을 깨닫게 해 줍니다.
그것은“무엇인가를 이루고, 성취 하는 데는 엄청난 시간과 물질, 그리고 열정이 전제되어야 하지만, 이미 이루어 놓은 일정 수준을 허무는 데는 순식간”임을 깨닫게 해 줍니다.
마치“숲을 가꾸는 데에는 30년, 불사르는 데는 3분”이라는 어느 펼침막 구호처럼, 인생살이 역시 한 분야에서 일정 수준에 오르기 까지는 인고의 세월과 엄청난 내외적인 희생과 헌신이 수반되어야 하지만 망가뜨리는 데는 순식간입니다.
그렇습니다. 공든 탑이 무너지는 데는 예고가 없으며 순식간입니다.
이러한 이치는 오늘의 그리스도인들과 교회 지도자들이 깊이 생각하고 유념해야 할 문제입니다. 누군가 말했듯이 심지 않고 거두려 한다면 그것은 심보가 병든 현상입니다.
그런 점에서 한국교회 지도자들과 성도들이 이제부터라도 젊은 세대들을 향하여 심는(섬기는)마음으로 대해야 할 때입니다.
마치 화분에 꽃을 심고 물을 주는 마음으로 다른 세대들을 품어주는 어른들이 많아져야 교회안에 젊은이들의 활기찬 소리가 들려올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기성세대인 우리 모두가 기억해야 할 하나님의 말씀이 있습니다.
<그 세대의 사람도 다 그 조상들에게로 돌아갔고 그 후에 일어난 다른 세대는 여호와를 알지 못하며 여호와께서 이스라엘을 위하여 행하신 일도 알지 못하였더라(사사기 2;10)>
여러분 한명 한명을 주님의 이름으로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