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국가를 위해 모두가 새로 태어나야 한다
정직과 정의 상실, 정치계가 선도하는 현실
정부·여당, 국내 정치혼란 수습이 선결과제
안보 강화하고 국민경제 혁신·재건 나서야
최근 정치적 성숙도를 표준으로 만든 세계지도를 보았다. 민주주의 국가로 인정받을 만한 나라가 그렇게 적을 줄은 몰랐다. 지구의 반을 차지하고 있는 유라시아 중·동부에 민주국가로 착색(着色)된 나라는 셋뿐이었다. 대한민국, 일본, 대만이다. 러시아·중국·인도를 비롯한 동남아시아 국가들 모두가 탈락해 있었다. 일본은 반세기 전부터 반(反)민주주의 정권을 원하는 국민이 없는 국가로 알려져 있다. 대만은 공산중국의 위협을 받고 있어, 평등사회주의를 적대시하고 있다.
그 두 나라에 비하면 대한민국은 DJ 정부 말기부터 북한과 상대적인 공존 사회였기 때문에, 순수한 민주국가로 성장 발전하기 위해 극복하지 못한 과제들이 많이 남아 있다. 문재인 정부가 시도했던 대내·대외적인 결과가 더 큰 부담으로 주어진 것도 사실이다. 정치·사회적으로 후진 국가인 중국이 마치 우리의 종주국이라는 자세를 취하는 것을 볼 때는 인내와 공존보다는 적대 정서를 숨길 수가 없다. 젊은 세대들까지 중국에 대한 혐오 감정을 증대시켜 가고 있다. 중국보다도 우리 정부가 어떻게 처신했는가를 의심케 한다. 문 전 대통령도 동맹국인 미국에 대해서는 ‘노(No)’ 할 수 있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호언하면서, 중국에 대해서는 ‘노’라고 국민들 앞에서 말한 적이 없다. 요사이는 북한 정부까지도 문 전 대통령이 노력해 쌓아올린 약속의 파기는 물론 대한민국을 마치 주종 관계로 여기는 자세다. 왜 우리 뜻을 정치 경제적으로 따르지 않느냐면서 천안함 폭침과 연평해전까지 시도했다. 문 정부는 국가공무원 총격 피살의 상황까지 몰아넣고도 자진월북으로 국민들을 혼란에 빠뜨렸다. 귀순해온 두 어부를 강제 북송하는 반인륜적 사태까지 연출했다.
문 정부는 이중성으로 자유민주국가의 희망과 미래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그 결과는 국내적으로도 표출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안에서 문 정권의 주체가 버림받았는가 하면 이재명 세력이 압도적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운동권 민주주의가 실패했다는 사실을 보여 준 것이다. 전례 없는 국민의 분열이 정부기관 내에서의 적대 감정으로까지 유발되고 있다. 지금은 여당이 된 국민의힘도 예외일 수는 없다. 진실과 정직, 정의감과 가치관 상실은 모든 사회질서의 기반을 흔들어 놓았다. 경제적 침체와 퇴락, 대외적인 외교적 불신과 고립보다, 더 심각한 사회질서 파괴를 정치계가 선도(先導)해 가고 있다. 자유민주국가의 이상을 시도하기도 전에 방향 상실의 위기감까지 느끼게 한다.
윤석열 정부의 탄생은 누구도 예상하거나 기대하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가 더 함께할 수 없어 관직에서 퇴출시켰던 그였다. 민주당도 그를 ‘항명 총장’으로 동조하며 비난했다. 야당이었던 국민의힘도 그다지 환영하지 않았다. 정치계와 국민들은, 국민의힘을 이미 국민들의 기대를 외면한 무능한 정당으로 보았다. 윤석열을 지지하는 애국 국민들이 자유민주국가를 위해 뜻을 같이하면서 새로운 정권이 태어났다. 그러나 윤 정부와 국민의힘이 갈 길은 멀고도 험난하다. 선진 국가들의 호응보다는 국내적인 정치 혼란을 수습 정리해야 하는 것이 선결과제가 되었다. 정치 기반도 없는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 능력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국가와 국민을 위한 애국심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도산이 국가를 위해서 호소했던 교훈 “지도자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국민들이 만들어야 한다”는 충언을 받아들이는 국민이 과거에도 없었으나, 국가의 위기인 현재에도 찾아보기 힘들다.
책임은 한 개인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을 위하고 사랑하는 국민의 책임과 의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자신만을 위하는 대통령은 버림받았다. 정권욕에 휩싸이고, 관권과 이권을 목적 삼는 정치꾼들은 국가를 해치는 범죄자가 된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노력하고 자신을 희생할 수 있는 정치인과 국민이 많아야 한다.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절체절명의 과제들이 있다. 반세기쯤 후에 자유민주국가 건설에 성공했음을 세계무대에서 인증받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국방과 국민의 안보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서이며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필수과제이다. 뒤따르는 과제는 국민경제의 혁신과 재건이다. 방향도 바꾸어야 하며 방법의 개혁은 불가피하게 되었다. 새로운 정부와 애국심을 갖춘 국민들에게 주어진 중차대한 의무가 되었다. 정부가 무엇을 할 것인가를 기다리기보다는 국민이 나라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찾아야 한다.
김형석 객원논설위원·연세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