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11월 7일은 매혹적인 저음의 가수 배호가 29세의 젊은 나이에 홀연 우리 곁을 떠난 지 40년이 되는 날이었다.
그가 노래한 '파란 낙엽'처럼 서서히 고운 색으로 변하지 못하고 병마가 강제로 떨어뜨린 그의 삶이 지금도 못내 아쉽다.
" 그 시절 푸르던 잎 어느덧 낙엽 지고/ 달빛만 싸늘히 허전한 가지/ 바람도 살며시 비켜가건만/ 그 얼마나 참았던 사무친 상처길래/ 흐느끼며 떨어지는 마지막 잎새 "라는 노랫말을 끝으로 그는 '마지막 잎새'가 되어 떠났다.
유년시절 배호의 '안녕', '안개 속에 가버린 사랑'과 '파란 낙엽'은 내 십팔번이었다.
가수 생활의 대부분을 병마에 시달린 나머지 늘 가쁜 숨을 몰아 쉬며 노래를 하느라 가사를 짧게 끊어 부르던 그의 스타일이 호흡을 조절할 줄 모르는 속절 없는 어린 내게는 안성맞춤이었나보다.
문인이나 예인들은 죽어서 시나 소설 또는 그림 필름 음악을 남긴다. 그 중에서 음악이 가장 살갑다.
시와 소설도 물론 수시로 꺼내 읽을 수 있고 그림과 필름도 가끔 관람할 수 있지만 음악은 늘 틀어놓거나 항상 가지고 다니며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나도 내 차 안에서 60~70년대 팝송과 배호, 김광석 노랠 듣곤 한다.
내 휴대전화 칼라링 음악은 스콜피온스의 '올웨이썸웨어'다.
독일이 나은 헤비메탈의 선구자인 슈퍼스타 스콜피온스의 음악성향이 잘 묻어 나오는, 루롤프쉥커의 멋진 기타연주와 4옥타의 고음을 소화해 내는 클라우스마이네의 애절한 보컬을 만끽할 수 있는 이 명곡을 고교때 접한 후 지금껏 조아한다.
" 항상 당신을 생각해요. 꿈속에서라도 당신을 만나고 싶어요. 하늘에서 가장 소중한것이 별. 땅에서 가장 소중한것이 꽃. 나한테 가장 소중한것은 오직. 당신뿐이에요... "
마른 갈색 나무들에서 떨구어지는 잎새를 보며 이 곡을 들으니 유치찬란하게두 코끝이 찡 한게 눈시울이 시큰하다. 어느책에선가 '스무살 즈음에 조아하는 노래가 평생 간다'했다.
영마루공원의 떨어지는 마지막 잎새에 - 또하나에 가을이 떨어지구 있다.
첫댓글 주말이 바로 어제같은데 또 주말입니다. 정말 세월이 살같이 지나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