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 - 이번이 진짜 마지막… 어떤 결과 나와도 만족하겠지만 '무결점 연기'한단 생각으로 준비 중
이상화 - 너무 욕심내면 오히려 실수… 얻을 것도, 잃을 것도 없다 생각하지만 '오차 제로' 레이스를 마음에 품고 있죠
- 빙상 국가대표 기자회견 스피드스케이팅 모태범·이승훈 "밴쿠버에서 은메달 딴 종목, 이번에 더 좋은 성적 내고싶어" 이 악문 쇼트트랙 "남녀 모두 '노 골드' 없을 것"
"어떤 결과를 얻든 만족스러울 것 같다."(김연아), "욕심 버리고 과정에 충실하겠다."(이상화), "재밌게 운동하고 있다."(모태범), "보너스라는 생각으로 준비한다."(이승훈)
2014 소치 동계올림픽 금메달 후보인 한국 빙상 국가대표 선수들이 15일 서울 태릉빙상장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대회 개막을 3주 앞두고 마지막으로 각오를 밝히는 자리였다.
4년 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걸었던 이들은 "꼭 금메달을 따겠다"는 말보다는 "평소 하던 대로 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타이틀 방어에 나서는 챔피언다운 여유가 느껴졌다.
◇"홀가분한 마무리"
김
연아는 최근 국내 종합선수권에서 227점대로 1위를 했다. 올림픽에서도 비슷한 경기력을 발휘한다면 215점 이상의 점수를 받으며
우승할 가능성이 크다. 김연아는 "올림픽이 큰 대회이긴 해도 다른 대회처럼 '베스트 컨디션'으로 경기를 하려는 마음가짐은 언제나
같다"고 말했다.
‘피겨 여왕’은 현역 마지막 무대를 앞두고도 여유가 넘쳤다. 김연아는 15일 빙상 국가대표 선수단 미디어데이에서 “올림픽이
다가왔다는 게 실감이 안 난다”며 “이번이 진짜 마지막이니까 편하게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준헌 기자
지난달 골든 스핀(크로아티아 자그레브), 얼마 전 국내 종합선수권에 출전해 올림픽 프로그램을 점검한 김연아는 "부족한 부분들을 찾았기 때문에 더 완성도를 높이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프로그램에 익숙해져 연습에서 '클린(무결점 연기)'을 많이 하고 있고, '클린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훈련하고 있어요. 자신감은 있지만 실전은 긴장되니까 (소치에서) 실수를 많이 하지만 않았으면 좋겠어요."
은퇴를 앞둔 '피겨 여왕'은 "이번이 진짜 마지막이니까 편하게 할 수 있을 것 같다"면서 "올림픽이 끝나면 경기나 훈련 걱정 안 하고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시원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연아는 다음 달 20일 소치 동계올림픽 쇼트 프로그램, 21일 프리 스케이팅에 출전한다. 시차 적응을 위해 경기 7~10일 전쯤 현지로 떠날 전망이다.
◇"소치 경기장 느낌 알아요"
이
번 시즌 들어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세계신 행진을 펼친 이상화(25·서울시청)는 "2연패를 하려고 너무 욕심을 내면
실수를 할 것 같다"면서 "얻을 것도, 잃을 것도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화는 "36초36의 세계신기록을 세운
지난 월드컵 2차 대회는 내 인생에서 한 치의 오차도 없었던 유일한 레이스였다"면서 "그 경험을 바탕으로 탄다면 좋은 기록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빙속 여제’가 꼽은 올림픽 2연패의 키워드는 자기와의 싸움이었다. 이상화는 “다른 선수들이 어떻게 올림픽을 준비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며 “나만의 준비 과정에 집중하면 좋은 결과가 따라올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 1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500m 1위, 1000m 2위를 한 모태범(25·대한항공)은 "부담이 있지만 4년 전보다 더
편안하게 준비하고 있다"며 "부족함과 아쉬움을 많이 느꼈던 1000m에서 다른 모습을 보여 드리겠다"고 말했다. 모태범은
"1000m 세계 최강자인 샤니 데이비스(미국)를 이기려면 첫 200m 구간을 빠르게 통과해 600m까지 속도를 내고, 마지막 한
바퀴(400m)를 버텨야 한다"면서 "그 체력을 만드는 중"이라고 말했다.
밴쿠버 동계올림픽 1만m 1위, 5000m 2위를 했던 이승훈(26·대한항공)은 "밴쿠버 이후 선수 생활은 내 인생의 보너스"라면서 "소치에선 첫 종목인 5000m에 최대한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빙속 트리오'는 "소치올림픽이 열리는 아들레르 경기장에서 작년 세계선수권을 치렀는데, 빙질이 밴쿠버올림픽이 열렸던 리치먼드 오벌과 비슷해 느낌이 좋다"고 입을 모았다.
◇4년을 벼른 여자 쇼트트랙
한
국 쇼트트랙팀은 밴쿠버 동계올림픽 때 남자부에서 금메달 2개를 땄다. 여자팀은 '노골드'에 그쳤다. 이번엔 여자팀이 남자팀보다
훨씬 큰 기대를 받는다. 4년 전 여자팀 막내였던 박승희(22·화성시청)는 "그땐 눈물 많이 흘렸지만, 지금은 경험이 쌓였다"면서
"4년 전과는 확연히 다른 성적이 나오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자팀 에이스인 심석희(17·세화여고)는 중국의 간판스타 왕멍과의 대결에 대해 "왕멍 선수가 저보다 경험도 많고 경력도 훨씬 좋지만, 얼음판에서는 나와 같은 선수라고 생각하고 경쟁하겠다"고 말했다.
남
자팀의 분위기는 밝지 않다. 계주팀의 노진규(22·한체대)가 전날 훈련 중 팔이 부러져 올림픽에 나갈 수 없게 됐다.
신다운(21·서울시청)은 "진규 형이 빠져서 계주팀이 조금 약해질 거라고 생각한다"면서 "남은 기간에 최대한 팀워크를 맞추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남자대표팀 윤재명(50) 코치는 "노진규의 대체 선수로 이호석을 빙상연맹에 요청했다"며 "계주도 금메달이
목표"라고 말했다.
빙상 대표팀은 다음 주에 차례로 유럽 전지훈련을 떠난다.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은 네덜란드 헤이렌베인, 쇼트트랙 대표팀은 프랑스의 퐁 로뮤에 캠프를 차리고 담금질에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