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병태 KAIST 교수가 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소득주도 성장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박진형 기자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 경제정책인 '소득주도 성장'이 가계소득을 감소시킬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고용 개선을 위해선 노동 유연성을 담보로 한 노동개혁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소득주도 성장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주제의 세미나에서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이병태 카이스트(KAIST) 경영대학 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에 대해 "임금이 상승하면 원가도 올라가서 재화와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줄게 되고, 이렇게 되면 투자와 고용이 줄어들어 가계소득은 더 감소하게 될 것"이라며 "소수의 경제학자들이 주장하는 소득주도 성장론을 경제규모 12위의 우리나라에서 시행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영세기업과 자영업자에 의존하고 있는 고용 구조에서 최저임금 인상은 경제의 악순환을 가져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저임금 인상이 소득 증대로 이어져 소비와 투자가 늘어나 경제가 성장한다는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정책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그는 "대부분의 국내 고용은 영세기업과 자영업자에 의해 이뤄지는데, 이들은 임금인상을 흡수할 여력이 낮다"면서 "글로벌 가격경쟁을 하는 개방경제에서는 특히 선순환 시나리오보다 악순환으로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수 년째 내수(소비)가 위축되고 있는 배경은 정부의 주장처럼 '소득' 때문이 아니라 미래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작용한 결과라고 했다. 이 교수는 "소득이 적어서 소비를 안 하기 때문에 소득주도 성장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문재인 정부는) 주장하는데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2010년부터 가처분소득 대비 소비 비중이 급격히 줄고 있는 이유는 한국GM 군산공장 폐쇄와 조선업 구조조정 등 일부 제조업이 어려워진 것을 보고 미래의 불황을 자각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소득주도 성장을 추진하는 주요 배경으로 꼽은 '양극화' 문제도 심각하지 않다고 봤다. 이 교수는 "인구가 5000만 명 이상이 되는 국가 중에 우리보다 지니계수가 낮은 나라는 2016년 기준으로 독일이 유일하다"며 "미국과 일본은 우리보다 지니계수가 높다"고 했다.
지니계수는 대표적 소득분배지표로, 빈부격차와 계층간 소득 불균형 정도를 나타내는 수치다. 지니계수는 0부터 1까지의 수치로 나타나는데, 값이 '0'(완전평등)에 가까울수록 평등하고 '1'(완전불평등)에 근접할수록 불평등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2016년 기준 우리나라의 지니계수는 0.357로, 세계 국가 중 지니계수가 낮은 기준으로 상위 10%에 포함된다.
이 교수는 고용 등 경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선 정부의 경제정책 노선 변경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무제 등 시장을 교란하는 소득주도 성장 정책을 중단해야 한다"며 "소수의 경제학자들이 주장하는 소득주도 성장론을 경제규모 12위의 우리나라에서 시행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며, 시대착오적 마루타 실험"이라고 주장했다.
고용시장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선 "노동시장 유연성 도입 등 경제자유도를 제고해야 한다"며 "대기업 고용 비중을 늘리려면 노동개혁을 해야 한다. 성과가 나쁘거나 기업의 사정이 어려워지면 종업원을 해고할 수 있는 자유를 줘야 고용이 늘어난다"고 했다.
한편 이날 세미나는 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과 '새로운공동체 공존', 청바지포럼이 공동 주최했다. '새로운 공동체 공존'은 성숙한 민주사회, 조화로운 행복 국가를 기치로 2006년 설립된 정치·경제·사회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 그룹이다. '청바지포럼'은 청년이 바꾸는 지금 대구의 줄임말로 사회적 기회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2030 청년을 위한 단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