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현수는 현주와 현주의 남자친구로 보이는 남자가 앉아있는 창가 테이블에서 조금 떨어진 카운터 바로 옆의 테이블에 앉아서 혼자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지난 번 사고 현장에서도 여자를 데리고 다니던 그 남자 아이였다. 현수는 출입문으로 수상한 녀석들이 들어오는지, 혹은 여자와 남자가 뭔가 수상한 짓을 하는지 눈여겨보며 나름대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현주가 계속 현수 쪽을 흘긋거리면서 남자에게 뭐라고 뭐라고 설명을 하는 것이 보였다. 귀를 귀울여 잘 들어보니 현수 자신의 정체에 대해서 거짓말로 꾸며서 설명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니까 난 얼굴도 알지 못하는 숙모 때문이라니까."
현주가 꾸며낸 이야기는 대충 이런 것이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일가붙이를
하나 찾아낸 것 같다. 오래 전에 미국으로 이민을 간 숙모뻘 되는 사람인 것 같은데,
자신은 물론 얼굴조차 알지 못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숙모가 돌아가시면서 유산 문제
때문에 자신과 어떻게 재산 관계가 연결이 된 모양이다. 그래서 숙모의 미국 친지들이
혹시라도 현주가 상속권을 주장하지 않을까 염려가 되어 이상한 사람을 하나 붙여둔
것 같다. 그런데 현주 자신은 전혀 그럴 생각이 없으므로 조만간 저 남자는 다시 돌아갈 것이다.
현수는 현주의 거짓말을 들으며 애써 말을 꾸며대는 현주가 귀엽기까지 했다. 사실
현수는 현주에게 묘한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지하철 안에서 그 뚱보 자식에게 한 방
갈겨버린 것은 순간적으로 욱하는 감정에서 그리 된 것이었지만, 사실 그 남자에게 시비를 걸게 된 것은 약간은 장난기어린 것이었다. 현주가 그 남자의 엉덩이에 끼어 비적대고 있을 때 현수는 어쩐지 현주에게 자신의 존재를 과시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현수는 현주와 남자가 일어나서 나가는 것을 보고 계산을 하고는 따라 나갔다. 현주와 남자는 거리로 나오자 서로 손을 잡고 걷기 시작했다. 현주는 힐끗 현수 쪽을 돌아보며 자꾸 이 쪽을 신경 쓰는 듯이 보였다. 현수는 또 갑자기 심술이 솟았다. 그래서
걸음을 빨리 해서 현주와 남자 사이로 간 다음 둘의 손을 떼어놓았다. 현주와 남자가
둘 다 놀란 눈빛으로 현수를 쳐다봤다.
"도대체 왜 이러시는 거죠? 그냥 유산 집행될 때까지 조용히 따라다니시지?"
현주의 손을 잡고 있던 남자가 당돌하게 현수에게 말했다. 현주는 무척이나 불안한
눈빛으로 남자와 현수를 보더니 둘 사이를 무마시키려는 듯 입을 열었다.
"재호야. 그만해. 됐어. 이 사람 좀 이상해."
그리고는 다시 현수를 보고 다시 말했다.
"아까 제가 부탁드렸잖아요. 제발 조용히 좀 따라다니라구요."
"아니, 난 둘이 서로 이상한 짓이라도 할까봐."
현수는 말도 안 되는 말로 둘러댔다. 연인 사이라면 둘이서 무슨 짓을 하든 현수가 상관할 바가 아니지 않는가? 하지만 현수는 더욱 짓궂은 생각이 들어 다시 덧붙였다.
"둘이 무슨 사이인지 내가 묻지는 않겠는데, 그래도 내 앞에서는 딱히 그렇게 붙어 다니지 말아요. 아가씨는 지금 특별 관리 중이니까."
재호라는 남자는 어이가 없다는 눈으로 현수를 쳐다보았다. 그러나 현수는 그의 눈빛이 그리 기분 나쁘지 않았다. 눈빛 자체가 본성이 무척이나 선량하다는 느낌을 주었기
때문이었다. 현수를 향한 시선도 여차하면 주먹다짐이라도 하겠다는 그런 식은 아니었고, 그저 약간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정도의 느낌이었다. 이 여자는 이렇게 선량한
사람을 좋아할까? 물론 나 같은 건달 녀석보다는 낫겠지.
셋은 대충 서로가 서로를 쳐다보던 눈길을 정리하고 다시 길을 걷기 시작했다. 현주와 남자는 나란히 길을 걷고, 현수는 줄래줄래 그 뒤를 따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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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합니다. 이번 편은 극도로 짧군요...흑흑.... 하루에 두 편을 써야한다는 압박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사실 한 편 쓸 시간도 없는데... 하지만 짧더라도 두 편 썼으니까 용서해 주세요...
첫댓글 그래도 재미있어요-ㅁ-! 언제나 기다리고 있으니까 재미있는 소설 올려 주세요!
저 역쉬 언제나 기다리고 있습니다. 항상 열심히 써 주셔서 감사.....^.^//
저능 현수에게 한표 -ㅇ- ㅋ 전 왠지 샌님같은 스탈보다 카리스마있는 건방진 남정네가 좋더군요 ㅋㅋ이것역시 변태기질인가;;;
음..공포소설 분위기는 않나지만 재미성은 충분히 있군요.
흠... 로맨스소설의 분위기가... ㅎㅎ 그 뭐시다냐, 전에 그 소설에선 군인하고 뭔가 있을 듯하더니 곧 죽어버리더라구요. 켁...
해야한다는 생각에 쫓기듯이 작품을 쓰면 부담이 되진 않나요??언제까지나 쭈욱 기다리고 있을테니 너무 부담 가지지 말고 쓰세요 화이링~~